공인중개사가 아니라도 읽으면 좋은 판례
우리는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 주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습니다. 사실 요즘은 '다방'이나 '당근마켓'과 같은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간단한 거래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을 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잘 지키는 선택이 됩니다. '제대로 된'이라는 수식을 붙인 이유는 부동산 중개업자들 중에서도 양심적이지 않거나 실력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점에서는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중개 의뢰를 합니다. 중개사 사무실 벽면이나 근처 현수막에 'OO아파트 매매 10억 원'이라고 붙은 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매도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물건입니다. 반대로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찾아가 물건을 봅니다. 더러는 벽면이나 현수막에 붙은 광고성 물건을 보고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매계약이 성사되면 공인중개사가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으로부터 중개수수료(복비)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한쪽이 의뢰하고, 공인중개사가 그 의뢰내용에 따라 물건을 수배한 경우 수배당한(?) 사람, 즉 '중개업자로부터 설득을 당한 사람도 수수료를 내야 하나?'라는 것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Y를 비롯한 피고들은 이 사건 건물(서울 강남구 소재)의 소유들입니다(설명의 편의를 위해 Y 한 사람이 주인인 것처럼 설명하겠습니다. 소유자의 숫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Y는 건물 임차인을 찾기 위해 건물 외벽에 임대광고물을 설치하였고, 광고물에는 건물의 관리소장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A 시행사는 공인중개사 X에게 모델하우스로 쓸만한 건물을 찾아달라고 하였고, X는 적당한 물건을 수배하던 중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임대광고물을 보고 관리소장에게 연락하였습니다. X는 계약 체결의 여러 조건(임차료나 특약사항)을 조정하여 임대차 계약이 성사되도록 하였고, A 회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았습니다. X는 건물 소유자 Y에게도 중개수수료를 달라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본문은 “개업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라고 정하였으므로,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ㆍ교환ㆍ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ㆍ변경을 알선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해당 중개업무를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로부터는 별도의 지급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중개보수를 지급받을 수 없다.
: 이 사건은 제1심과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인중개사 X와 건물 소유자 Y 사이에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이 없다면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고, 현재 플랫폼 위주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에도 적절한 판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공인중개사가 당근마켓을 보고 매도인을 수배했을 경우까지 매도인이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상당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인중개사의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별도의 약정을 반드시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