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쌕쌕.......푸쉬......."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SRT 기차 안에서,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을 법한 반(半) 기계음이 판례 스터디를 계속 방해하였습니다. 옆을 보니 통로 건너 옆자리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복도 쪽 C석에는 도시락 만한 통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그 옆 창 측 D석에는 그 통에서 창백하게 삐져나온 투명한 관을 의지해 숨을 쉬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공기가 빠지는 것 같은 기계음은 복도석에서 들리고 그 뒤를 이어 창 측에서 대답이라도 하듯 노신사의 숨소리가 거칠게 이어졌습니다. 창 측의 그는 흰색 예식용 장갑을 끼고 있었고, 숨을 쉬기가 쉽지만은 않은 듯 마스크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복도석의 그녀는 누가 보기에도 도시락 가방처럼 보이는 것을 꼭 안은 채, 안경도 벗지 못하고 몸을 앞으로 숙여 졸고 있었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나 봅니다. 그녀가 안고 있는 흰색 기계는 열린 지퍼 사이로 손을 뻗어 노신사를 돌보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액정은 그에게 큰 문제가 없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 기계음이 익숙해져서 그들이 내렸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됐을 때쯤, 그 기계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듣기에도 '경고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 낮게 '뚜뚜뚜' 세 번 반복되는 그 소리는 "경고하는데, 너 지금 아주 큰일이 난 거야!"라기보다는 "지금 설거지가 다 됐어."라고 말하는 듯 아주 점잖게 긴 간격을 두고 반복되었습니다. 오른쪽 이어폰을 빼고 기차 안의 소리에 집중하니 바람을 내보내는 기계의 소리도, 힘겹게 대답하던 노신사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몸을 뻗어 기계의 액정을 보니 배터리가 없어서 기계가 곧 작동을 멈춘다는 경고음이 들렸습니다. 0.1초 정도 노부인을 깨워야 하나 고민하던 사이, 내가 너무 몸을 가까이한 탓인지 노부인이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 익숙한 듯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냈습니다. 부인은 충전기를 기계와 연결하고 신사는 충전기를 좌석 아래의 콘센트에 연결하니 '만족스러운 듯'한 기계음이 한 번 들렸습니다.
부부는 깬 김에 당신들이 먹은 간식의 쓰레기, 눈물인지 무엇인지 알지 못할 무언가를 닦은 휴지를 조용히 정리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이들이 저의 기억에 남아버렸고, 저는 왜 결론도 목적도 없는 이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쌕쌕하는 소리는 한동안 귓가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