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범죄에 있어서 유전과 양육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오랜 다툼이 있었다.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아주 나쁘게는 우생학적 방법부터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내지는 해당 유전자를 활성화/비활성화시키는 스위치)의 조작이라는 방법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어쩌면 절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양육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공동체의 회복, 적절한 부모의 개입, 사회화 등이 범죄 해결 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전과 양육, 소질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입양 연구와 쌍둥이 연구로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넌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니?
조만간 부모의 이런 말은 상당 부분 무익한 것으로 드러나리라 예상된다. 허칭스와 메드닉(Barry Hutchings and Sarnoff Mednick)은 파일럿 연구 「Criminality in adoptees and their adoptive and biological parents: A pilot study」(1977)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입양된 아이들의 공식 범죄기록을 수집했다. 그들은 양부(adoptive parents)와 생부(biological parents)가 모두 범죄경력이 있을 때, 아들의 범죄경력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양부와 생부 중 생부만 범죄경력이 있을 때가 양부만 범죄경력이 있을 때보다 아들의 범죄율이 높았다. 물론 양부와 생부가 모두 범죄자가 아닐 경우 범죄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양부, 생부, 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목과 다르게 실제로는 남자를 대상으로만 조사를 했다).
메드닉 등(Sarnoff Mednick, William Gabrielli, and Barry Hutchings)은 14,427명을 분석한 후속 연구 「Genetic influences in criminal convictions: Evidence from an adoption cohort」(1984)에서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렸는데, 유전과 양육이 모두 어느 정도는 범죄에 영향을 미치지만 유전이 미세하게나마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것이었다. 조금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산범죄에서는 유전의 영향이 발견되었지만 폭력범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양육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형제가 다른 가정에 입양되더라도, 생부가 범죄경력이 있다면 다른 가정에 입양된 형제 모두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덴마크만 그런 것 아닐까?
하지만 메드닉 등의 연구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우선 14,427명의 입양아 중 범죄기록을 가진 사람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분석을 하기에 너무 적은 숫자였다. 물론 덴마크 전체 표본이기 때문에 적은 숫자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범죄율 자체가 인구 10만 명 당 몇 백 명 수준으로 일어나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비범죄자를 포함한 표본 14,000명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에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갓프레드슨과 허쉬(Micheal Gottfredson, Travis Hirschi) 유명한 저서 《A General Theory of Crime》(1990)에서 스웨덴과 미국의 입양 연구를 발표했다(내가 끝까지 읽은 몇 안 되는 원서이다). 그들은 생부의 범죄 경력과 아들의 범죄 경력 사이에는 0.03 정도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주 약한 정도의 정적 상관관계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생부가 방화범인데 아들이 절도범이 되는 것은 아주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지, 유전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생물학적 특성이 사회문화 현상인 '범죄'를 알고 따라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누굴 닮아서 이렇게 컸냐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누굴 닮았는지는 범죄에서 큰 요소가 아닌 것으로 굳어가는 추세이다. 다만 뇌의 특정한 결함이 유전된다는 것이 완벽하게 밝혀지면 1차적 요소로는 작용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Criminality in adoptees and their adoptive and biological parents: A pilot study, Barry Hutchings and Sarnoff Mednick, 1977
2) Genetic influences in criminal convictions: Evidence from an adoption cohort, Sarnoff Mednick, William Gabrielli, and Barry Hutchings, 1984
3) A General Theory of Crime, Micheal Gottfredson and Travis Hirschi,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