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유전자에 동일한 범죄 성향
범죄에 대한 유전과 양육의 관여도를 잘 조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쌍둥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일란성쌍둥이는 100%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한다. 또한 이란성쌍둥이는 약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양육 환경이 유사하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일란성쌍둥이의 범죄 일치율이 높게 나온다면 유전이 큰 작용을 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러모로 인간의 유전을 조사하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
우선 인간은 한 개체의 수명이 길다. 특히 유전적 변수에 따른 범죄 연구는 종적 연구(longitudinal study)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연구에 비해 연구 기간이 긴 편이다.
둘째로 개체의 숫자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열 쌍둥이가 존재하고 그들이 100% 공통의 유전자를 공유한다면 유전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쉽게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다.
셋째로 대립 형질이 뚜렷하지 않다. 쌍꺼풀-외까풀, 부착형 귓불-분리형 귓불 등은 대립 형질이 뚜렷한 예에 속한다. 하지만 성향, 뇌의 발달 정도, 신경학적 요인 등은 뚜렷하게 이것과 저것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환경의 영향을 통제할 수 없다. 동물과 식물은 우리가 환경 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해서 통제집단과 실험집단의 변인 비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윤리적인 이유로 환경 통제가 제한된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범죄에 미치는 환경의 요인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그것이 유전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 알기는 어렵다.
쌍둥이의 범죄 일치성
저런 한계점이 있다고 하더라도(오히려 저런 한계점 때문에) 쌍둥이는 범죄 연구에서 중요한 대상이 된다. 쌍둥이 사이의 범죄 일치성을 분석하면 양육과 환경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일란성쌍둥이가 각 다른 가정이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일치 경향이 나타난다면(그리고 그 범죄의 종류도 유사하다면) 유전자의 역할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크리스티얀센(Karl Christiansen)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A preliminary study of criminality among twins」(1977), 「 A review of studies of criminality among twins」(1977)).
과학이 모든 문제를 제기했듯, 과학이 모든 문제를 푼다.
크리스티얀센을 비롯한 많은 쌍둥이 연구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들의 가설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사회-심리학적 범죄 원인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학 그 자체로부터 그런 가설은 흔들린다. 많은 사회-심리학적 범죄 원인론은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을 기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설 또한 한정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아전인수식 해석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유전자에 관한 과학적 도약이 일어났다.
중요한 건 DNA가 아닐지도 모른다.
DNA에는 대부분 비슷한 유전 정보가 들어있다. 그런데 우리가 다 다른 이유는(심지어 동물과도 다른 이유는)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발현시키고 말고를 결정하는 유전자 스위치(genetic switches)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쥐의 ZRS 인핸서(enhancer)를 뱀의 ZRS 인핸서로 바꾸니 이미 성체가 된 쥐의 다리가 작은 혹으로 변했다는 것이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즉,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스위치가 켜졌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범죄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2022).
참고문헌
1) A preliminary study of criminality among twins, Karl Christiansen, 1977
2) A review of studies of criminality among twins, Karl Christiansen, 1977
3)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