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왜 살아야 해? 이 질문은 약 20여 년 전 어린이집을 하원을 하면서 자주 던졌던 질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어린아이가 그런 질문을 던지냐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철학적이거나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고통스러웠을까 싶을 것이다. 나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바로 "강박"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살아야 해"라는 질문은 살아가야 한다는 생존본능이 발동했던 것이다. 즉, 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발버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버둥이 내 인생을 깨우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질문 덕분이었을까? 어느새 조금씩 삶의 이유를 찾아갔다. 이유를 찾고 나서 "강박"이 없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강박"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미 찾은 이유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삶의 이유를 되새겼다. 이렇게 내 마음속 깊이 새겨진 삶의 이유가 나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나에게 매일매일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셈이다.
한 번 찾은 삶의 이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질문하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질문"은 내가 강박을 통해서 얻은 첫 번째 성찰의 도구이다.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 아니야?
강박은 중학생이 되었을 때도 어김없이 나를 괴롭혔다. 이번에는 호흡에 대한 강박증이었다. 당시 나는 호흡을 24시간 규칙적이고 의식적으로 해야 했다. 독서를 할 때는 한 문장을 읽고 숨을 들이마시고, 또 한 문장을 읽고 숨을 내뱉는 식으로 말이다. 강박증 때문에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고통스러운데,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또 다른 강박이 되어 고통이 배가 되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호흡조절을 통하여 병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겼고, 그 이후로 호흡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의식적인 호흡을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왜냐하면천천히 깊게 하는 호흡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조절해 주는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깊이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깊게 호흡을 하면 몸에 산소가 잘 공급된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는 산소가 주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호흡을 짧게 하면 우리 몸은 늘 산소가 부족한 상태 즉,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포의 면역력이 약해지게 되고 각종 병에 취약하게 된다. 여기에는 정신병도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뇌세포에도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호흡을 하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잘못된 선택과 실수는 조급한 마음에서 나온다. 반대로 여유가 있으면 보다 더 정확한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여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종일 해야 하는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면 하루종일 나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 생각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이 쌓여서 행동을 결정짓고 이러한 행동이 쌓여서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생각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것 즉, 주변 환경을 통해서 경험으로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경험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필터링을 해줘야 한다. 내가 "호흡"을 성찰의 도구라고 한 이유이다. 호흡을 통해서 하루종일 의식적으로 나의 무의식 속 생각들을 들여다보며 지금 현재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부정적인 것들을 필터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무의식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흡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을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호흡에 대해서 가장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에서는 IAP(Intra Abdominal Pressure) 호흡법을 추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복부 내부 압력 호흡법이다. 이는 내가 가장 애용하는 호흡법이기도 하다.
내가 읽고 마음에 든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해야겠어!
15살에 자기계발 서적에 빠져 열심히 독서를 하던 중에 마음에 드는 문구와 내용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걷던지, 수업을 듣던지 계속해서 마음에 드는 내용을 되새김질하였다. 사실 이는 강박증으로 인한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내용을 한 순간이라도 기억하지 않으면 불안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되새김질을 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완벽주의적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 가지 꾀를 내었다. "내가 다 기억할 수 없으니 모든 것을 기록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한 생각, 중요한 내용, 실수등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기록을 하다 보니 글쓰기가 좋아졌다. 한, 두 문장 기록하기 위해서 썼든 글쓰기가 세문장, 네 문장으로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폭을 넓히며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성찰의 도구가 되었다.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고등학교 시절 점심과 저녁을 학교에서 해결했었다. 그 당시 나는 또 하나의 강박증으로 밥을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밥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넘어가지 않는 음식을 겨우겨우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밥은 하루 2~3끼 평생을 먹어야 하는데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원인은 간단하게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고, 하루종일 앉아있으니 답답함이 쌓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것을 차단하기 위한 집중과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을 택했다. 쉬는 시간, 점심, 저녁시간이 되면 미친 듯이 철봉이나 강당으로 뛰어갔다. 거기에서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생각을 집중하고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운동을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중간중간 운동을 쉬기도 했지만 지금은 꾸준한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주로 잠을 자기 전에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한다. 혼자 조용히 운동을 하면서 집중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정리하며 여러 생각들을 함께 정리한다.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운동이 이제는 성찰의 도구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