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아이가 9살이 되었을 때였다.
선생님이 상담을 요청해서 학교로 갔다.
이젠 더 미룰 수도 미루지도 못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힘들어한다.
많이 혼난다
엄마가 뭐 하냐? 등
불편한 말들을 꾸역꾸역 넘겨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면 내 심장소리가 이렇게나 컸나 싶게
쿵쾅거리고... 머리가 하얗다는 말을 실감하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쥐어짜듯 "여보세요?"를 말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힘들다고 말하면 내가 엄마의 역할을 못하는 것 같고
듣고 보는 사람들은 '힘들겠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절실히 느낄 수가 없다.
남편을 보고도 같은 이야기,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를 3번만 해도
듣기 싫어하는데 남은 오죽할까?
나도 그랬다.
눈치 보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어렵고 외롭고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지인들은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워지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이 흘러가고
이야기의 중심에 오르내리고
작아지는 나 자신을 보며 표현하기보다는 삼키고 넘어가는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6살 때 병원을 다니며 아이의 장애 진단을 받아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진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폐성장애 특성을 보이긴 하지만 자폐성장애는 아니다 등
결과가 애매하고 그로 인해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 애매함이 어쩌면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일반아이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학교에서의 내 아이의 행동과 생활을 보니 이대로는 안 되는 시점까지 온 걸 알았다.
학교를 나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아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수없이 꼬리를 물고 고민했다.
남편한테 말했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받아야 할 거 같아"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해?"
"어~ 학교 다니려면 해야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잠을 잘 수도 누구를 만날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남편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난 좀 지쳐있었던 것 같다.
롯데월드를 가서 기다리기를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버스, 지하철을 무수히 타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산을 오르고
은행을 가서 저금하는 법, 마트에 가서 돈 쓰는 법을 배우고
가스레인지를 전기렌즈로 바꾸고 달걀 프라이, 냉동식품 데우기 등을 연습시키고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알려주고
기차여행 책, 지도를 보며 자리에 앉아있기를 연습하고
위기탈출넘버원으로 안전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동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사회성을 기르고
잘못하면 당사자에게 찾아가 아이와 함께 사과하고
상황에 맞게 고맙다고 표현하고
자전거, 음악 줄넘기, 수영을 하고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는 내 상황에 지쳐 있었다는 것이 딱 맞았을 거 같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부모도 반 임원을 맡으면 자주 갈 일이 있었고
열심히 학교를 다니며 아이를 보고 문제를 찾고 연습을 시켰다.
재능 기부할 일이 있으면 컵타며 리코더 지도도 하고
내 삶이 온통 첫째 아이였다.
난 일도 하고 싶었고 금방 사회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아이와 학교 적응하기도 너무 버겁고 힘이 들었다.
그 답답했던 마음이 지금도 가끔 생생하게 가슴을 스친다.
그래서인지 우리 반 아이들을 졸업시킬 때 어머니라고 시작하는.....편지를 쓴다.
초등학교 가면 엄마가 마음을 잡아가는 일
아이가 더 큰 공간에서의 통제와 질서를 알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지치지 않고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하는 준비 등에 대해
편지를 써서 엄마에게 보낸다.
내가 힘들었어서... 아팠어서 인지..... 편지에 마음을 담고 또 담는다.
아이를 데리고 선정을 받기 위해 교육청을 들어섰다.
임상심리사 선생님을 만나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었다.
아마 그 길까지 가는 과정이 네모 바퀴를 억지로 굴리는 것처럼
버겁고 힘들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니 그때 나에게 우울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