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특수교육대상자로 특수학급에 오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행동 특성이 있다. 나와 함께했던 발달지체, 자폐성장애, 지체장애, 청각장애 아이들 모두 대부분 기다리기가 되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순서 기다리기 그 기다리기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일반유아들도 기다리기가 힘든 아이들이 많다.
현대에는 ADHD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많고 경계성장애 유아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기다리기를 힘들어하고 그로 인해 식당에서나 지하철,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이나 탭을 손에 쥐어주며 시각적 자극이 강한 아이들에게 가디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내 아이도 그랬다. 그 기다림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움직여야 건강하다. 아이니까 움직인다" 어른들은 늘 그런 말을 한다.
맞다. 인간은 여러 기관의 움직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세상을 알아간다.
그런데 내 아이는 움직여도 너무 많이 움직였다. 너무 많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만큼 움직임이 많았다.
너무도 불안했다.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문화센터에서 '동화놀이'프로그램을 할 때, 실내 물놀이장을 갔을 때, 롯데월드, 에버랜드, 음식점에 갔었을 때도 아이를 데리고 앉아 있는 것, 줄을 선다는 것, 제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뛰어다니고 사라지고 눕고.... 내 눈이 아이를 따라 다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도 움직였다.
22년 전 그때는 핸드폰을 아이에게 주며 기다리게 할 때가 아니었다. 동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보니 시각적 자극으로 아이의 눈을 끌어 가만히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내 머릿속 생각으로는 없었다.
사실 TV도 잘 보여주지 않았다. 아이가 시각적 자극에 빠지면 지금보다 더 산만해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애써 피했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이렇게 아이가 매번 사람들의 배려를 받을 수도 없고, 식당에서도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것도 너무 지치고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방도 불편해서 대화를 할 수 없는 이 상황
'어떻게 하면 좋지?' 이렇게 자라면 내가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롯데월드 모노레일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 롯데월드 연간회원권 만들자"
"왜? 자주 가려고? 아이 데리고 갈 수 있겠어?"
"오빠 가자!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어 "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이 그때 막 대리가 되고 금요일 회식도 많고 힘들 때였던 거 같은데 그래도 내 말을 따라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그때 내가 롯데월드를 그렇게 매주 가자고 했을 때... 오빠 왜 내 말 따라줬어?"
"네가 꼭 해야 할 것 같은 눈빛이었어. 꼭 하고 말겠다는....."
그땐 내가 너무 절박했을까? 아이 행동을 보며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인간은 다 자기 설움에 운다는 말이 있다. 내 설움에 내가 살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기차, 지하철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롯데월드에서도 모노레일을 제일 좋아했다.
30개월쯤이 되었을 때부터 가족이 모두 연간회원권을 발급받아 평일이고 주말이고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둘째가 아기였을 때도 롯데월드에 갔다.
10시 입장이면 9시 40분쯤 도착했다.
입장을 하면 월드모노레일은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도 하고 처음 두 번째 정도까지는 줄을 서지 않고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 번째부터 기다림이 시작된다.
세 번째는 15분, 네 번째는 40분, 다섯 번째는 1시간 이렇게 시간의 기다림이 늘어났다.
아이는 자리를 벗어나려고 요리조리 움직였다. 조그만 아이인데 어찌나 힘이 센지.....
모노레일은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그곳에서는 아이를 바리케이드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아야 했고 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눕고 손을 빼며 앞 뒤로 사람이 꽉 차게 서있는 그 공간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울고, 소리 지르고, 앞으로 옆으로 뒤로 가려고 이리저리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과자를 주어도 장난감을 주어도 좋아하는 책을 주어도 기다리기를 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이를 보면 '저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여야 할까? 이게 맞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교육관이 이런 거였나?'
그 자리에 서서 1시간 내내 아이를 잡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감각적으로 민감한 사람이다.
가족들이나 동료들도 '눈치가 빠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라고 자주 말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한번 보고 안 볼 사이인데 적당히 눈치 보고 지나가야지' 하지만 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무수히 하고 옆에 있는 남편의 한숨을 보며 그 순간 심장 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것처럼 쿵쾅거리고 불안하고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자! 이제 가자"남편이 말했다.
"한 번만 더 타고.... 이번 한 번만.."이라고 하며
그렇게 모노레일을 평일에는 8번 정도 주말에는 5번씩 줄을 서서 탔다.
나도 두려웠다. 그 눈 빛, 수군거림, 아이의 몸부림, 사람들의 귓속말, 들리는 중국어, 작은 아이의 힘든 얼굴 그 모든 것이 나를 삼킬 것만 같았다. 매주 갈등했다. '이번 주는 가지 말까?'
그렇게 기다리기는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가 막 6살이 되었을 때는 모노레일을 3번째 타는데 혼자 몸을 움직이긴 해도 기다림이 익숙해진 아이처럼 앞 뒤로 남편과 내가 서 있으면 문제가 될 만큼의 행동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롯데월드와 키자니아를 번갈아가며 기다리기 하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던 거 같다.
기다리기 그놈의 지긋지긋한 기다리기를 셀 수없을 만큼 무수히 반복했다.
지금 성인이 된 아이가 연간회원권을 가지고 롯데월드로 향한다. 이젠 롯데월드 대부분의 기구를 타며 꼭 집 앞 공원을 가듯 나선다.
그 롯데월드가 처음에는 기다리기를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이의 놀이터 마냥 꼭 들러서 퍼레이드를 보고 밥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오는 곳이 되었다. 엄마는 너무도 싫고 아픈 롯데월드! 그곳이 아이에게는 행복한 놀이터가 된 현실이 생각할수록 참으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