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깨작 Jun 24. 2023

총각김치, 착불도 괜찮아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대체 무엇

남이   밥에는   없는 힘이 있다


김현민, 요즘 사는  - 남이 해준 밥의  중에서


그녀의 손맛을 느끼고 싶은 메뉴들

꽈리고추 멸치조림

닭볶음

두부조림

수제비

그중 으뜸은 단연코 총. 각. 김. 치.


내가 배추김치를  먹을 때라 그녀가 담근 김장맛은 모른다 다만, 신랑이 그녀의 겉절이나 오이소박이를 좋아했으니 아마 김장김치도 맛있었으리라


아직까지는 식당에서도 반찬가게에서도 그녀 맛의  총각김치는 찾을  지나가다 총각무가 보이면 내가 생각나서 사게 된다고 했다 재료 손질 하는 그녀 옆에 앉아 난 입으로 거들었다


"총각무 4조각 내서 게 잘라줘. 무 크게 자르면 먹기도 불편하고 속까지 맛도 안 들어. 그리고 무가 너무 무르면 아삭한 식감이 없어서 싫어."

그녀"으이구 딸아~~" 한마디 하고는 일일이 손질해서 내가 딱 좋아하는 빛깔의 총각김치를 대령해 주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외출을 꼭 하고 싶다던 그녀는 집에 와서 그녀의 남자와 김치들을 담가냈다 드라마 <식객>에서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 날, 온갖 종류의 김치를 다 담가놓고 떠나시던데 우리 집 그녀도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이 이제야 고스란히 느껴져 이 글을 쓰면서도 울컥한다


단지 그녀가 그리워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김현민의 저 구절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이 이해가 되어 더욱 아련해졌다


그녀의 손 맛으로 얻었던 힘이 이젠 내게 없다 그녀의 김치 레시피를 전혀 모르니 사무치게  맛이 그립다 그 맛과 똑같은 것이 없으니 참 서글프다 


 해가 지날수록 생일에 미역국이 먹고 싶어졌다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 나를 불러놓고 먹여줬던 그녀. 그녀가 떠난 가끔 내가 끓여 먹다 올해부터는 신랑에게 부탁했다. 남이   미역국 안 먹으니 서럽다고. 덕분에 이번 진도여행에서 진하게 끓여낸 3분 미역국을 얻어먹었다


이쯤 되니 그녀가 그리운 건지 그녀의 음식이 그리운 건지 헛갈린다 분명 건 남이   밥에는 오묘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엄마 총각김치 좀 담가서 보내주면 안 돼? 착불도 괜찮아. 진짜 너무 먹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이게 진짜 있는 소리였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