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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May 24. 2023

불현듯 옷을 다 버렸다

자신감 있게 살아도 돼

"새 스니커즈를 사러 가서 낡은 스니커즈는 가게에 버리고 왔다"


마스다 미리,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중


수짱(윗 책 주인공 이름)이 마흔 살 되던 해 생일, 앞으로의 인생 비전을 고민하다 미니멀라이프를 결심하며 삼십 대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불현듯 내 옷장을 싹 비우자 생각했고

버릴 옷 빼내고 겨울 옷을 여름 옷으로 채워 넣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여분 남짓

이렇게 금세 끝날 것을 왜 그토록 붙들고 있었나

속 시원했다


유독 내게 돈을 는 것이 서투르다

구멍 난 바지, 실밥이 풀려 회생이 어려운 가디건,

보풀 가득한 티셔츠, 신랑이 버리려던 스웨터로

지난 겨울을 보냈다

나는 외출이 많은 도 아니고

세 남자가 예쁘게 다니는 것이 좋아서


그리 지내다 보니 이리 살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버릴 것은 버리고 좋은 것으로 살자며 신랑은 나를 다독였으나, 나는 다그친 것으로 느껴진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오늘 신랑은 육지로 출근하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다 갑자기 옷을 다 버린 것이다


실은 얼마 전부터 내가 좀 초라해 보였다

예전부터 자주 초라해 봤기에

나는 그런 인생이구나 치부하고 그냥 살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이런 내가, 내 안에서 부대끼기 시작했다

그것도 부쩍 자주


아마 우리 엄마 영향이겠거니 혼자 생각하는데


"너도 장모님처럼 말년에나 돈 쓰고 살 거야? 우리 이제 다 쓰고 살 수 있잖아. 힘든 시절 자꾸 생각해서 좋을 게 뭐 있어... 왜 너를 그렇게 대해? 내가 다 해준다는데? 그러면서 왜 자꾸 위축대는 거야...자신감 있게 당당히 살아도 돼..."


다 알고 있었구나

그래 이제 하나씩 해보자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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