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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Sep 28. 2021

돈과 나이의 차이

차곡차곡

 “한국 사람은 왜 나이를 물어봐요?”

 나이부터 물어보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나이를 많이 물어보냐고 묻는다.

 학생들과 같은 생각이다. 만나자마자 나이부터 물어보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가까워진 후에 물어도 될 것 같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나이부터 묻는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형들이 노는 데 끼고 싶지만 끼지 못해 속상해하는 아이가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정신의학과 박사님이 이런 설명을 해 주셨다.

“아이들은 동생과 놀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형들하고 놀고 싶어 하죠. 형들 노는 것이 재미있어 보이니까. 아니면 또래나.”


 그렇구나. 어릴 때는 나이 많은 사람과 놀고 싶어 하는구나. 어릴 때는 그렇게 같이 놀고 싶어 하다가 크면 나이 먹었다고 안 끼워 주는구나.      


 친구가 취미 활동을 하려고 모임에 가입했는데 거기에서 나이가 많다고 장난처럼 구박하고 안 끼워 주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서러웠다는 말을 했다. 참 이상하다. 돈은 차곡차곡 쌓이면 큰 기쁨이 되는데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된 나이는 왜 슬픔이 되고 서러움이 될까. 

한국인들이 만나자마자 물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나이. 아침마다 꼬박꼬박 눈 떠서 차곡차곡 모은 나이가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며칠 전에 치과 치료를 받는데 그렇게 치아를 때우고 씌우고 하면서 몇십 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백세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수명 80세까지만 생각해도 아직 많이 남았다.

 뭔가를 80년 동안 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튼튼한 것도 10년 지나면 낡고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는데 우리 몸은 한 번도 교체하지 않고 무려 80년 100년을 써야 한다. 심지어 초반부터 조심해서 쓴 것도 아니고 낡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고 아끼기 시작한다.     


 서예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있는 서예 교실은 평균 연령이 상당히 높아서 30대 반이었던 나는 최연소 학생이었다.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취미 활동을 즐기시는 분들 많아서 60대 이상이 꽤 많았다.

 어느 날 예전에 다니시던 할머니 한 분이 서예 교실에 방문하셨는데 80대 중반으로 서예 교실의 학생 중 최고령 학생이셨다.

 다들 반가워하 근황을 물었다. 귀가 어두우셔서 묻는 사람의 목소리도 커지고 대답도 커졌다. 여기저기 편찮으셔서 밖에 잘 못 나오시고 소화가 안 되니까 음식도 조금만 드시고 만다는 말씀을 하셨다.

 할머니 말씀을 들으면서 80세가 된 나의 노화된 몸을 상상해 봤다. 신체 기능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질 것을 생각하니 매우 적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울적하고 슬펐지만 글자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서예 연습이 끝나자마자 백화점 지하로 내려가서 먹을 것을 잔뜩 샀다. 집에 가서 그 음식들을 배가 터지게 먹으며 생각했다.

 ‘그래, 아까 할머니가 그러셨잖아. 소화가 안 되어서 음식도 조금만 드시고 만다고. 나이가 들면 못 먹어. 소화가 될 때 먹어야지.’

 나잇살이 찐다고 슬퍼할 시간 없다. 아직 왕성한 식욕이 있음에 감사하고 소화가 잘 되어서 금방 배가 꺼지는 것 기뻐하며 즐겁게 먹어야 한다. 

             



 돈은 모이면 모일수록 그걸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기회가 늘어나지만, 나이는 많아질수록 못하게 되는 것이 늘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그래서 돈은 목돈이 될 때까지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 좋지만 나이는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놓치지 않고 하면서 그 나이를 100% 록 노력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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