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 회사에서 일하는 거 말고 프리랜서 조합을 만들어 일하는 건 어때요? "
온라인 교육 콘텐츠 설계자 교육이 끝나갈 때쯤 같이 수업을 들었던 홍 선생님이 이런 제안을 했다.
조합? 신협, 농협 할 때 그런 협동조합? 프리랜서들이 함께 으싸으싸하면서 외롭지 않게 일하는 방식도 괜찮겠는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우리는 블로그, 인스타를 만들어 홍보하는 이야기와 작업 의뢰를 받아 일하는 이야기로 성급하게 행복해져 버렸다.
<첫 모임>
일시 : 2022년 7월 5일 12시 30분
장소 : 합정
참석자 : 홍 선생님, 표 선생님, 나, 일 때문에 참석 못한 강 선생님은 카톡으로 함께
목적: 조합명 정하기, 조합 결성의 취지와 나아갈 방향 논의, 해야 할 일 정하기, 업무 순서 및 일정 정하기
성과: 모임명 유력 후보들 생김, 로고 디자인 아이디어 얻음, 대략적인 계획과 일정 정함
셋이서 만나 조합명 짓기에 열을 올렸다. 각인이 잘 되어야 하므로 너무 길지 않고 간결한 이름, 발음이 어렵지 않은 이름, 온라인 교육이 연상되는 이름을 짓기 위해 머리를 굴렸고 강 선생님은 카톡으로 열심히 아이디어를 보내 왔다.
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그런 이름은 이미 있다.
이니셜을 따면 왠지 치킨집 이름 같다.
숫자를 넣으면 왠지 편의점 이름 같다.
이름을 짓는 건 참 어렵다.
엑셀 여신 홍 선생님은 그날 저녁에는 낮에 회의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고, 다음 날은 로고를 다양한 시안으로 만들어 보냈다. 나는 뭘 할 때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지라 손이 빠르고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홍 선생님을 보고 매번 감탄한다.
아직 이름이 없어 정말 '무명'인 우리 조합은 앞으로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해내야 한다.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 더욱 좋겠지만 가끔 반짝거리기만 해도 그 재미와 성취감에 힘을 좀 얻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