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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Aug 19. 2024

거대한 배를 보며 드는 생각

매일 오후 5시 50분경에  제주에서 출항한 여객선 퀸제누비아호가 목포항에 도착한다. 27.391톤의 무게와 170m의 길이, 아파트 6~7층정도 높이의 큰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장엄함이 느껴져 가끔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는 바닷가로 간다.

항구 앞바다에 가면 많은 배들이 오고 가는 걸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연안여객선부터  화물선, 어선, 작은 보트나 요트 등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종류의 배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물 위를 가른다. 그런데 이런 배들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안전을 위해 운항이 금지된다. 그러나 퀸제누비아호는 워낙 커서 태풍이 불지 않는 이상 운항을 한다. 웬만한 파도는 배가 운항하는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배는 파도가 조금만 있어도 배가 위아래로 흔들려 배멀미를 하는데 이 배는 파도에 의한 흔들림이 거의 없어 실내에 있으면 배를 타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이다. 파도의 영향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그 파도를 흡수해 새로운 파도를 만들며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 배가 앞을 가르며 생기는 파도는 배의 궤적을 그리며 일렁이다 해변가에 부딪쳐 2-3m의 세찬 물보라를 만들기까지 한다. 아무리 큰 배라고 하지만 넓은 바다에서 파도를 만들어 해안까지 밀려오게 한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항구에 거의 다다르면  도착을 알리는 뱃고동소리가 크고 넓게 퍼지며 주위의 공기를 울리게 한다. 가까이서 들으면 소리가 정말 크지만 내 귀에는 소음처럼 들리지 않고 넓은 바다에서의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는 안도의 한숨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 한숨소리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노랫가락처럼 나를 즐겁고 편안하게 한다. 배 안에 여행객들도 목적지에 곧 도착한다는 뱃고동소리에 여행의 피로감과 지루함이 해소되고 최종 목적지를 향한 설렘이 다시 피어오를 것같다. 


이 거대한 배가 웅장한 뱃고동을 울리며 지나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면 내 삶과 견주어 여러 가지 철학적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웬만한 파도에는 전혀 요동치 않는 저 배처럼 살지 못하고 세상의 가치 및 타인의 시선과 평가라는 파도에 너무 흔들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목적지를 향해 흔들림 없이 항해하는 저 배처럼 가지 못하고 아무 목표도 없이 이리저리 파도와 물결에 떠밀려 움직이는 무동력선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지나가는 곳마다 파도를 만들어 잔잔한 바다에 활력을 주는 저 배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질문에도 내 자아가 원하고 바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가 없다. 이 답답한 마음을 저 배에 실어 날려버리고 내 삶의 방식에 용기를 내고 싶다.

파도에 전혀 흔들리거나 요동하지 않고 도리어 그 파도를 흡수해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 멋진 물보라를 만들어 내는 저 배처럼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의 삶을 살아갈 때 나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내가 성장하는 에너지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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