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Aug 20. 2024

맨발 걷기를 하며 알게된 것

발아 고마워!

언제부턴가 맨발 걷기가 열풍이다. 땅을 맨발로 밟을 때 몸 안으로 들어오는 자유전자가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는 어싱(접지) 작용으로 이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입소문과 인터넷에서 홍보하는 글과 동영상으로 퍼져 많은 사람을 맨발 걷기 장으로 나오게 했다.

나는 맨발 걷기 열풍이 있기 전부터 인근 산에 만들어진 지압로를 자주 애용했기 때문에 곳곳에 만들어지는 맨발 걷기장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살고 있는 집 가까운 곳에 맨발 걷기 황톳길이 조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했고 당연히 나도 그 대열에 참여했다. 40분 이상 맨발 걷기를 해야 건강증진의 효과가 있다기에 그곳에 갈 때마다 약 1시간 가까이 걸었다.


맨발이 흙에 닿은 느낌이 좋았고 황톳길 주위에 나무가 있어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어 기분도 좋았으며 접지가 내 몸을 건강하게 하고 있다는 심리적 효과도 가질 수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이틀 가던 것이 일주일이 되고 몇 달이 되었다. 이젠 내 생활에 루틴이 되어버렸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말했던 안중근 의사처럼 나도 하루라도 맨발 걷기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함을 느꼈다.

맨발 걷기를 매일 하다 보니 발을  많이 보게 된다.  맨발로 걷기 위해 양말을 벗으면서 발을 보게 되고 맨발 걷기를 할 때 발을 보며 하게 되고 맨발 걷기가 끝난 후 발을 씻을 때 또 발을 보게 된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신체의 일부였는데 맨발 걷기로 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발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한 신체의 일부라는 걸 알았다.


성경에도 발을 소중하고 귀하게 다루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던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내용이 있고,  예수님을 만난 한 여인이 귀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발에 붓는다는 내용도 있다.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이 당시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의 하나가 발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 있을 때 타인의 발을 씻어주는 행위인 '세족식'이라는 것을 했다. 나는 일반 군인이 아닌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경비교도대였는데 그곳에서 교도관들과 경비교도대원들이 재소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종교행사였다. 그 당시 나는 상대를 섬기거나 사랑하는 마음에 발을 씻는다는 행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냥 기독교인으로서 세족식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 참여했다. 대야에 물을 떠서 의자에 앉아있는 재소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발을 씻어 주었다. 한참을 씻어주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재소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울음소리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상대가 죄지은 사람이 아닌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하는 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참 신비하고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처럼 발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몸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신체일부인 것 같다. 사람들이 지압로를 이용하는 것도 우리 인체의 모든 말초신경이 발바닥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곳을 자극하면 장기기능이 활성화되고 피로가 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에게 중요한 신체부위를 나는 너무 소홀히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의 오랜 시간 동안 양말 속에 그리고 신발 속에 갇혀 답답하게 했고 샤워를 할 때도 발은 대충 물만 적시는 수준으로 씻었다.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과 연결된 신경 부위

맨발 걷기를 마치고 수돗가에 앉아 발을 꼼꼼히 씻으며 조용히 발에게 속삭여 본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신체부위였는데 그동안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건강한 나를 만들어 달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한 배를 보며 드는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