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Aug 25. 2024

시 쓰는 어머니

 주지 못한 사랑만 생각하는 어머니

어머니가 노인복지관에서 시 쓰기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가족을 생각하며 시를 써보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나를 생각하며 시를 썼다며 공책에 쓴 시를 자랑하듯 보여줬다. 공책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시였지만 글씨가 컸기 때문에 내용은 많지 않았다.


궁금한 마음으로 첫 줄부터 읽어갔다. 세줄까지는 천천히 눈으로 읽다가 그 이후 내용은 훑어보듯  빨리 읽고 공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곤 잘 썼다고 한마디 하고 공책을 드렸다. 나를 주인공으로 쓴 시를 보여주며 내 느낌은 어떤지  듣고 싶었을 텐데 내가 대충 읽고 공책을  덮어버리니 약간 실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눈물샘이 터지기 직전이라 더 이상 시를 읽을 수도 시의 내용에 대해 말할 수도 없었다. 시를 읽다가 눈물을 보이면 어머니가 마음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공책을 덮었어도 머릿속에 흔적을 남긴 시의 잔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후에 어머니집에 가서 시를 쓴 공책을 봤다. 지난주에 쓴 시 외에 다른 시는 없었다. 일단 시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는 왜 이번주는 시를 쓰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이번주는 시를 쓰지 않고 지난주에 쓴 시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진행했다며 발표사진을 보여줬다. 나를 생각하며 쓴 시를  배경 삼아 미소 짓고 있는 사진 속 어머니를 보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시 내용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또다시 눈물이 나오려 했다.

어머니가 공책에 직접 쓴 시

자식에게 준 사랑은 기억하지 못하고 주지 못한 것만 기억하시며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의 글이 나의 마음도 많이 아프게 하고 그 사랑이 나로 눈물이 나게 한다.


다음 주에는  어떤 내용으로 시를 쓸 것인지 물어봤다. 어머니의 엄마, 나에겐 외할머니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팔 남매를 키우며 너무나 고생하셨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재밌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해주신 기억이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엄마'라는 존재는 마음 한구석에 애틋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의 샘인 것 같다

다음 주 어머니의 시 쓰는 공책에서 어떤 애틋함이 담겨있을지 몰라도  벌써부터 마음이 찡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골목길과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