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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에서 추억을 먹다

by 하늘소망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은 사람에게도 힘들었지만 채소,과일같은 농작물에게도 힘들었던것 같다. 그래서 금시금치, 금배추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수확량이 많이 줄어 가격이 올랐고 여름의 대표적 과일 수박값도 많이 올라 예전처럼 많이 사먹지 못했다. 그런데 무더위에도 잘자라는 과일 나무가 있었다. 그건 무화과였다. 이 과일은 수확량이 많아 예년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다. 자주 가는 재래시장의 과일가게마다 무화과 풍년이었다. 무화과를 사서 단숨에 4-5개를 먹어버렸다. 얇은 껍질을 꼭지에서 부터 벗겨내 한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단맛이 입속에 가득차 기분을 좋게했다. 지금은 이렇게 맘껏 먹을 수 있는데 어릴때는 무화과가 많이 나는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많이 먹을 수 없었고 먹고 싶은 아쉬움만 마음 한구석에서 커져갔다.

그래서 무화과를 볼 때마다 어릴적 기억이 나고, 성경에서 자주 읽었던 무화과 관련 이야기들이 생각이 난다.


내가 사는 곳은 무화과가 잘 자라는 따뜻한 전라도 남쪽지방으로 동네에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웃집이나 친구집에 갔을때 무화과가 있으면 따먹곤 했는데 무화과를 많이 먹고 싶은 욕심에 덜 익은 무화과까지 먹다가 입술 주위에 무화과 줄기의 하얀 진액이 묻어 두드러기가 났었다. 그런데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무화과때문에 두드러기가 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덜 익은 무화과를 따먹어서 나의 입술 주위에는 두드러기가 떠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덜익은 무화과의 진액때문이라는 걸 내 스스로의 임상체험으로 깨닫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덜익은 무화과는 먹지 않았다.


어느날 친구집에 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무화과 잼을 만들었다고 한 숟갈을 떠서 내입에 넣어주었다. 처음 먹는 무화과잼의 맛은 사탕보다 더 달고 맛있었으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한 숟갈 더 먹고 싶었지만 차마 더 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한숟갈의 행복한 경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무화과 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우리집에도 아버지가 무화과를 심었는데 작은 나무여서 많이 열리지 않았고 열리더라도 형들이 먼저 따먹었기 때문에 나에겐 오로지 관상용 나무일 뿐이었다.


어릴 적 무화과를 많이 먹진 못했지만 무화과라는 과일은 나에겐 너무 친근하고 좋은 이미지의 과일이였다. 성경속에 무화과 나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천지창조 이야기가 나오는 성경 창세기에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벗은 몸을 무화과 잎으로 가린다는 내용도 있고, 무화과 나무의 비유가 여러개 있다. 아주 오래전에 씌여진 성경에 무화과가 나온다는 것은 그 만큼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했던 과일인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몸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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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를 파는 과일가게 앞을 지나가면 먹고 싶은 마음보다 어릴적 무화과를 먹고 싶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사게된다. 맛과 건강을 주는건 물론 추억까지 덤으로 주는게 무화과인 것 같다.

또 어릴적 무화과 나무가 있는 집에서는 많지 않은 양이어도 이웃간 나눠먹으며 정을 쌓았다. 그런 기억때문인지 나에게 무화과는 나눔의 과일이고 선한 과일처럼 느껴진다. 이런 무화과 나무를 많이 볼 수 있고 많이 먹을 수 있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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