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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독후감) 공감을 주는 기억

'소년이 온다'를 읽고

by 하늘소망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를 어느 모임에서 선물로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라서 관심이 많이 갔고 어떤 내용이 어떤 표현으로 씌었는지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주제이고 서로 다른 등장인물 위주의 전개로 6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책 전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3학년 동호의 이야기이다. 시위 도중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관리하면서 겪은 일과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느끼는 슬픔이 3인칭 시점으로 표현되어 있다. 2장에서는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은 정대의 영혼이 주인공이 되어 시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는 처참함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고 살았을 적 행복하고 평범했던 일상을 회상한다.

3장은 출판회사 직원인 은숙이가 회사에서 출판하려는 외국책의 번역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심문을 당하면서 7대의 뺨을 맞았고 그 아픔과 기억을 애써 잊으려 한다. 4장과 5장은 5.18 때 고문 당한 기억을 가지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6장은 아들을 잃은 동호어머니의 탄식과 슬픔이 지면을 채운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리고 실제 당사자들이 겪은 아픔과 공포, 슬픔, 분노의 크기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공감할 수는 있었다. 1980년에 초등학생이던 나는 5월 18일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다. 교실에 아이들이 다 모였을 때 선생님이 이유도 말하지 않고 급하게 집에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돌아가다 학교에 도시락을 놔두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학교에 갔는데 텅 빈 학교에 온 나를 보고 옆반 선생님이 화를 내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어린아이였던 나에게도 5.18의 작은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았는데 실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진하게 새겨진 아픈 기억은 쉽게 치유되거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87년 6월에는 대규모 민주항쟁이 있었다.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있었는데 그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내가 살고 있던 도시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 앞쪽으로 최루탄, 방패, 곤봉을 들고 있는 전투경찰의 위압적인 모습 무서웠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 용기를 얻었던 같다. 구호를 외치며 전투경찰들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갑자기 최루탄을 쏘고 위협적인 군홧발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놀란 시위대가 동시에 뒤로 돌아서서 도망가려고 하는 순간 몇 사람이 넘어지고 그 위로 친구가 넘어지고 나도 친구 위로 넘어지고 내 위로도 누군가가 넘어졌다. 너무 두려운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겨우 일어나 도망쳤는데 피신하고 나서야 내 밑에 깔렸던 친구가 생각나고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무사한 친구를 봤을 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고 정말 반가웠다. 소설 속 동호가 시위 도중 총에 맞은 정대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만약 나와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친구가 다치기라도 했다면 평생 마음의 큰 상처와 슬픔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중항쟁의 기억이 있기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소중함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 당시에 희생되고 고통당한 사람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기억과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한강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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