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에서 살던 시절 작은 개(다복이)를 키웠다. 집이 좁아 개를 키우는 게 버거웠던 차에, 일반 주택에 사는 친구의 형이 개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가족회의를 하고 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개를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밥을 줬다. 떡국이었다. 헤어지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개는 밥을 잘 먹었다. 친구의 형집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목줄을 채우고 걸어서 갔다. 개를 놔두고 올 때 나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애처로웠다. 친구의 형은 개를 보고 좋아했지만 개는 낯선 환경이 당황스러운 듯 활기를 잃고 조용히 있었다. 개에게 죄를 지은듯한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동안 추억이 쌓인 개집을 정리하려는데 개밥그릇에
시선이 멈추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떡국 한 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왜 떡국 한 개를 남겼을까? 그 떡국 한 개가 개를 너무 생각나게 했다. 떡국을 한 개 남긴 걸 보면 자기의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떡국 한 개가 우리 가족의 마음을 흔들어 다시 개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을 했다. 친구의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개를 데리고 왔을 때 그 좋아하는 모습이 가족을 행복하게 했고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며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개밥그릇 하나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생각하니 사람이나 동물과의 관계에서 함께한 추억이나 흔적들이 그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 기르던 개(마음이)가 눈이 많이 오던 2026년 두 번째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노견이어서 당뇨병을 앓았지만 밥은 너무 잘 먹었다. 매일 동물 병원에서 처방해 준 인슐린 주사를 맞았지만 어느 날부터 병세가 짙어지더니 밥을 전혀 먹지 않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간식과 고기를 줘도 먹지 않았다. 물만 먹고 일주일가량 겨우겨우 버티다가 그날 날씨처럼 차가운 주검이 되고 말았다.
다음 날 화장을 하고 개집을 정리하려는데 내 시선이 개밥그릇에 멈췄다. 사료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상가주택에서 살 때 떡국 한 개를 남기고 떠난 개가 생각났다.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 마음이 많이 아팠다. 평소 잘 먹던 사료를 아파서 먹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을 개를 생각하니 슬퍼지고 보고 싶어졌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려 상가 주택에서 기르던 개처럼 다시 데리고 올 수도 없었다.
그 흔적을 마음에 품고 따스한 추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