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다 Aug 09. 2024

한낮의 혼술과 전갱이튀김

면접을 보고 나오니 오후 4시었다. 면접을 위해 차려입은 말끔한 옷차림, 7월 말 답지 않은 27도의 선선한 날씨.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부르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집에 들어갈 요량으로 자주 가던 에스프레소바에 들렀는데 유리문에는 일주일 간 여름휴가라는 안내종이가 붙어 있었다. 슬픔을 억누르며 몸을 돌리자 근방에 코젤다크하우스가 보인다.

테라스에 앉아 코젤다크 시나몬 생맥주를 주문했다. 장마가 끝난 직후이고 이따금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한국의 여름에는 정말이지 진귀한 날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남자직원이 테이블 위에 맥주잔과 물티슈를 올려주었다.

둥근 형태의 맥주잔에는 흑맥주 위로 흰 거품, 시나몬 파우더가 층을 이루고 있고 잔 가장자리에는 설탕이 묻혀있다.

씁쓸하면서 달콤한 맥주를 크게 한입 들이키자 면접 때 느껴진 피로와 긴장감이 단숨에 가신다.

십 분도 되지 않아 맥주는 비워지고 잔 바닥에 거품이 조금 남아있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지만 코젤다크 시나몬은 딱 한잔이 적당하다.

마침 바로 맞은편에 일본식 호프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귀여운 인상을 가진 여직원이 말을 건넸다.

“두 분이신가요?”

“아뇨, 한 명이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창가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드물게 덥지 않은 온도 탓인지 폴딩도어를 전부 오픈해 놔 테라스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큰 사이즈의 메뉴판에는 수많은 메뉴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테바나카, 양념 염통구이, 가마보꼬오뎅, 타코야끼 등 족히 수십 가지는 되어 보인다.

고민 끝에 전갱이튀김(아지후라이)과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얼마간 있자 기다리던 안주가 나왔다.

접시에는 세모난 모양에 꼬리가 달린 노릇한 전갱이튀김 세 개와 타르타르소스, 케찹과 마요네즈가 뿌려진 양배추샐러드가 올려져 있다.

직원이 가위와 집게를 드릴까요 하고 물었지만 거절한 후 튀김 위에 타르타르소스를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소리가 날 만큼 바삭한 식감과 따끈한 생선의 부드러운 감칠맛이 입 안 가득 찬다. 튀김을 연달아 한 입 더 먹은 후 양배추샐러드를 입안에 넣고 생맥주를 들이켰다. 순식간에 생맥주 한 잔이 동이 났다.

전갱이튀김을 먹는 건 처음이다.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 전갱이는 국민생선으로 특히 아지후라이는 식사와 술안주, 도시락으로도 흔히 소비되는 음식이라 한다.

전갱이튀김 3개를 먹는 동안 맥주 4잔을 비웠다. 아직 밖은 한낮이다. 든든한 안주 탓인지 취기가 올라오진 않았고 기분 좋은 포만감만이 느껴진다.

혼자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게 안에서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가 흘러나오고 있어 맥주의 청량함이 더해진다. 여기에서 멈추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매운 우동과 생맥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6시가 넘자 하나둘 들어오는 손님들로 가게 안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우동은 아직 반쯤 남아있다. 그릇째로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 남은 맥주를 마셨다.

결제를 한 후 가게를 나오자 6시 30분이다. 해는 여전히 밝고 이제야 저녁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거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하철 역시 퇴근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홀로 낮술을 하면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와 한가로움이 있다.

아직 하루의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집에 도착하면 샤워를 한 후 얼음을 넣은 커피를 마시며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볼 것이다.

이전 02화 집에서의 위스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