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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dipity Oct 23. 2022

아들 둘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02

02. 육아휴직 통보하기

반드시 돌아올 거에요. 


 아랫집 주민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약간의 거친 말다툼과 몸싸움이 있고 나서 얼마 후, 1월 중순쯤 회사에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팀원들과 조직장에게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말하고 육아휴직 계획을 알렸으며, 조직장이 팀장님께 전달했다. 육아휴직의 행정적인 절차는 클릭 몇 번으로 완료가 가능하지만, 팀 내에 육아휴직 계획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육아휴직 시작까지는 약 3개월이 더 걸렸다.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휴직하면 신년 업무 분장에서 제외되고, 업무 시작 후 휴직하는 것보다는 팀에 부담이 덜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사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휴직 일정이 뒤로 미루어지면서 실제로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큰 연간 업무 계획을 무심하게 작성했으며, 남은 시간 동안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자료를 정리했고 자산 정리 및 짐 정리를 시작했다. 잦은 조직 개편으로 자리를 몇 번이나 옮겼던 터라 불필요한 짐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1년이나 머문 자리에는 기대 이상으로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하고 넣어둔 잉여다운 잡동사니가 많았다.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버렸고 상시 사용할 수 있는 비품들은 팀 내 공용 테이블에 가져다 두었다. 잠시 떠나기로 마음먹은 자의 엉덩이는 가볍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남아서 업무를 나누어야 하는 동료의 마음은 무거웠을 것이다.


 육아휴직 확정 후 팀장님께서도 자녀가 어렸을 때 층간소음으로 비슷한 일을 겪으셨다고 말씀해주셨다. 휴직 기간 어린 자녀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라며 격려해주신 덕분에 휴직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고 '어디 가는 거 아니지?'라는 팀장님의 물음에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내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하나둘 늘고 있던 터라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한 동료와 선배들에게 육아휴직 경험담을 들었다. 대부분 생각보다 1년이 금방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육아 휴직 후 복귀한 동료들이 다행히 회사를 잘 다니는 것으로 보아 1년 후에 복귀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는 안심이 됐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22년의 4월의 벚꽃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벚꽃이 질 무렵의 찬바람이 남아있던 4월, 휴직을 앞두고 업무를 진행 중이었던 터라 휴직 전날까지 출장을 다녀왔다. 휴직하던 날은 오전에 회의록을 작성해서 공유했고, PC를 반납한 후 짐 정리를 마무리했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남아있던 동료와 인사를 하고 퇴근했고 그렇게 22년도 근무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제와 같았지만 기분은 묘하게 달랐다. 방학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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