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왜 하필 시인가?
그럼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됩니다. 문학이 우리의 일상에 낯섦을 주는 역할을 한다면, 왜 본 필자는 굳이 시를 바탕으로 이야기 하려는 것일까요?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시는 거센 감정의 자연적 범람'이라고 말합니다. 즉, 한 사람 안의 감정이 차오르다 못해 그것이 넘쳐버릴 때 자연적으로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양에서 시(詩)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가 합해진 말입니다. 즉, 절에서 하는 말이란 뜻인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다음 예화를 읽어 본다면 아마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유명한 절의 주지 스님을 만나 물었습니다.
“스님, 제가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고, 실패만 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러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동문서답인 듯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의 숨은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짧은 스님의 대답 안에는 운율과 함축이라는 시의 특성이 잘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시는 짧으면서도 자신의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대표적인 문학 장르입니다. 원래 시는 기도와 노래, 춤이 어우러진 제례 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구지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무속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때까지 시는 인간이 아닌 신적 존재를 찬양하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지요.
서양에서도 우리가 흔히 서사시라고 하는 갈래가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신 혹은 신적인 영웅을 찬양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길가메쉬‘처럼 고대의 서사시도 있고, 단테의 ‘신곡‘ 이나 밀턴의 ‘실낙원’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고려 후기, 이규보가 쓴 ‘동명왕편’ 역시 여기에 속합니다.
물론 현대에도 서사시는 쓰입니다만 지금은 보다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대부분 개인의 정서나 생각, 느낌을 드러내는 서정시를 주로 씁니다. 또, 희곡의 형식을 지닌 극시도 시의 한 갈래이지만 현대에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그럼 주인공인 서정시는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고, 대표적인 서사시와 극시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시는 문학이라는 분야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갈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문학적 글은 대상 그 자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포함한 더 넓은 영역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시는 때로는 함축적으로 때로는 소설보다 더 구구절절하게 전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시를 문학을 설명하는 대표 요소로 설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