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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콘텐츠연구소 Jan 18. 2022

<삼국지연의> 속 리더에게 배우다.2-(2)

2. 인상적인 몇가지 장면 - 촉나라 편

2. 인상적인 몇가지 장면 - 촉나라 편


1) 간뇌도지 (肝腦塗地)

간과 뇌수가 땅에 쏟아질 정도로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다는 조금은 살벌하기까지 한 이 말 역시 원래는 천하를 통일한 한 고조 유방이 낙양을 도읍으로 삼으려 했을 때, 누경이란 사람이 ‘낙양은 유방과 항우의 수많은 전투로 인해 백성들의 간과 뇌수가 쏟아져 흐른 곳’이라고 지적하며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 >에서 조자룡이 한 말로 더 유명해지게 되었는데, 그 상황은 다음과 같다.
조조의 군대에게 형주의 백성들과 함께 쫓기던 유비 군은 장판파에서 가시 맞붙게 되었고 , 유비와 그 일행들은 겨우 장판교 너머로 몸을 피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유비의 아들 유선과 미씨 부인을 잃어 버리게 되고, 조자룡은 적진으로 뛰어들어 이들을 구해내지만 미씨 부인은 아들만을 조운에게 맡기고 자결한다. 온갖 위험 속에서 조조의 십만대군을 홀로 돌파한 조운은 마침내 장판교를 지키고 있던 장비를 지나 유비에게 보자기에 쌓인 유선을 건넨다. 그러자 유비는 유선을 땅바닥에 팽개치면서 “아들은 또 낳을 수 있지만 그대와 같은 장수를 내가 어떻게 다시 구할 수 있겠소?” 라고 탄식한다.
조자룡은 유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주공의 은혜는 간과 뇌수를 다 쏟아내어도 갚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렇다 할 재주도, 가진 것도 없었던 유비 곁에서 인재들이 떠나지 않았던 이유가 이러한 유비의 인재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2) 삼고초려 (三顧草廬)와 수어지교 (水魚之交)

유비의 첫 책사였던 서서는 어머니가 조조에게 인질로 잡히자 조조 진영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제갈량과 방통을 추천하는 데, 그들은 모두 수경선생 사마휘의 제자들이었다. 이미 사마휘에게도 두 사람 중 한 명만 얻어도 천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유비는 그 가을에 제갈량의 집을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제갈량은 집을 비운 상태였기에 그 집의 시동에게 자신이 왔었다는 사실 을 전하라고 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다시 제갈량의 집을 찾아가지만 제갈량은 또 집을 비운 채였고, 유비는 다시 헛걸음만 하고 돌아간다. 해가 바뀌고 봄이 되자 유비는 다시 제갈량을 찾아 가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집에 있었지만 시동에게 ‘주무시고 계신다’란 말을 듣는다 . 함께 있던 관우와 장비는 당장 깨우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유비는 “깰 때까지 기다릴 테니 깨우지 말라.” 며 말리고, 제갈량이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국 제갈량을 만나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서 바로 초가집을 세 번 방문한다는 ‘삼고초려’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다.
제갈량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인 유비는 이후 그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며 대소사를 모두 제갈량과 상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관우와 장비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자신들보다 나이도 어리고, 이렇다 할 공을 세운 적도 없는 제갈량을 유비가 더 받들어 모시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낀다.
결국, 그들은 유비에게 "제갈량은 나이도 어리고, 그 재주나 학식 역시 알 수 없고, 아직 무엇인가를 보여 준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형님께서는 그를 스승처럼 대접하십니까?” 라고 묻는다.
그러자 유비는 “내가 그를 얻은 것은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다름 없다. 너희는 다시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말라.” 고 대답한다 .
이 일로 인하여 관우와 장비는 기분은 상했으나 유비를 믿고 제갈량에 대한 불만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으며, 이때 유비의 말이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는 ‘수어지교’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3) 출사표 (出師表)

유비가 죽고 약간 어리석은 구석이 있던 유선이 왕위를 이은 촉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유선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그대가 촉을 맡아 다스리라.’ 는 언질을 주기도 했지만 제갈량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러 공격하러 떠나며 유선에게 다음과 같은 출병하면서 올리는 표문인 ‘출사표’ 를 제출하는데, 이것이 후대를 이어오며 명문으로 남는다.


                                                     출사표 


선제께서는 창업의 뜻을 반도 이루시기 전에 붕어하시고,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거기다가 우리 익주는 싸움으로 피폐해있으니 이는 실로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가 걸린 위급한 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되 폐하를 곁에서 모시는 신하는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충성된 무사는 밖에서 스스로의 몸을 잊음은, 모두가 선제의 남다른 지우를 추모하여 폐하께 이를 보답하려 함인줄 압니다.

마땅히 폐하의 들으심을 넓게 여시어, 선제께서 끼친 덕을 더욱 빛나게 하시며, 뜻있는 선비들의 의기를 더욱 넓히고 키우셔야 할 것입니다. 결코 스스로 덕이 엷고 재주가 모자란다고 함부로 단정하셔서는 아니되며, 옳지 않은 비유로 의를 잃으심으로써 충성된 간언이 들어오는 길을 막으셔서도 아니됩니다. 폐하께서 거처하시는 궁중과 관원들이 정사를 보는 조정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벼슬을 올리는 일과 벌을 내리는 일은 그 착함과 악함에 따라야한다는 것이 궁중 다르고 조정 달라서는 아니됩니다. 간사한 죄를 범한 자나 충성되고 착한 일을 한 자는 마땅히 그 일을 맡은 관원에게 넘겨 그 형벌과 상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밝은 다스림을 세상에 뚜렷하게 내비치도록 하십시오. 사사로이 한쪽으로 치우쳐 안(궁중)과 밖(조정)의 법이 서로 달라지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군주의 도리를 설명

시중벼슬 시랑 벼슬에 있는 곽유지ᄋ비위ᄋ동윤은 모두 선량하고 진실되며 뜻과 헤아림이 충성되고 깨끗합니다. 선제께서는 그 때문에 그들을 여럿 가운데서 뽑아쓰시고 폐하께까지 넘겨주신 것입니다.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궁중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음을 가림없이 그들에게 물어 그대로 따르심이 좋겠습니다. 그들은 빠지거나 새는 일 없도록 폐하를 보필하여 이로움을 넓혀 줄 것입니다. 장군 상총은 그 성품과 행동이 맑고 치우침이 없으며 군사를 부리는 일에도 구석구석 밝습니다. 지난 날 선제께서도 그를써보시고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어 여럿과 의논 끝에 그를 도독으로 삼은 것입니다.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군사에 관한 일이면 크고 작음을 가림이없이 그와 의논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반드시 진중의 군사들을 화목하게하고 뛰어난 자와 못한 자를 가려 각기 그 있어야할 곳에 서게할 것입니다. 어질고 밝은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한 까닭에 전한은 흥성하였고, 소인을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까닭에 후한은 기울어졌습니다. 선제께서 살아계실 때 이 일을 논하다보면 환제ᄋ영제 시절의 어지러움을 통탄하고 한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시중상서 장사 참군 자리에 세사람은 곧고 발라 절의를 지켜 죽을만한 신하들입니다. 폐하께서 그들을 가까이하시고 믿어주시면 한실이 다시 융성하기를 날을 헤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재 추천

신은 본래 아무런 벼슬을 못한 평민으로 몸소 남양에서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목숨이나 지키며 지낼 뿐 조금이라도 제 이름이 제후의 귀에 들어가 그들에게 쓰이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선제께서는 신의 낮고 보잘 것 없음을 꺼리지 않으시고, 귀한 몸을 굽혀 신의 오두막집을 세번이나 찾으시고 제게 지금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물으셨습니다. 이에 감격한 신은 선제를 위해 개나 말처럼 닫고 헤맴을 받아 들였던 것입니다. 그뒤 선제의 세력이 엎어지고 뒤집히려할 때 신은 싸움에 진 군사들 틈에서 소임(싸움에 진 군사를 되살리는)을 맡고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에서 명(그 위태로움과 어려움에서 구해달라는)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스물하고도 한 해, 선제께서는 신이 삼가고 성실함을 알아주시고, 돌아가실 즈음하여 신에게 나라의 큰일을 맡기셨던 것입니다. 명을 받은 이래, 아침부터 밤까지 신이 걱정하기는 두렵게도 그 당부를 들어드리지 못하여 선제의 밝으심을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5월에는 노수를 건너 그 거친 오랑캐 땅 깊이까지 들어갔습니다. 

                                                                                                                        -유비와의 인연

 이제 다행히 남방은 이미 평정 되었고, 싸움에 쓸 무기며 인마도 넉넉합니다. 마땅히 3군을 격려하고 이끌어 북으로 중원을 정벌해야 합니다. 느린 말과 무딘 칼 같은 재주나마 힘을 다해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없애고 한실을 부흥시켜 옛 서울(장안)로 되돌리겠습니다. 이는 신이 선제께 보답하는 길일뿐만아니라 폐하께 충성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이곳에 남아 나라에 이롭고 해로움을 헤아려 폐하께 충언 올리는 것은 곽유지와 비위ᄋ동윤의 일이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역적을 치고 나라를 되살리는 일을 맡겨 주시옵소서. 그리고 신이 만약 제대로 그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 죄를 다스리시고 선제의 영전에 알리옵소서. 만일 폐하의 덕을 흥하게 할 충언이 없으면 곽유지와 비위ᄋ동윤을 꾸짖어 그 게으름을 밝히옵소서. 폐하 또한 착한 길을 자주 의논하시어 스스로 그 길로 드시기를 꾀하소서. 아름다운 말은 살피시어 받아들이시고 선제께서 남기신 가르치심을 마음깊이 새겨 좇으시옵소서.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이제 먼길을 떠나거니와, 떠남에 즈음하여 표문을 올리려하니 눈물이 솟아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의지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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