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엔 여러 모양이 있다.
버터가 녹아내리는 듯한 윤슬
동물적이다.
2.
사금이 반짝이는 듯한 윤슬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듯하다.
3.
위쪽에 일자로 가늘게 난 윤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윤슬이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리 저리 헤매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듯했다.
구도의 깊은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로스코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명상을 할 때 이 모양의 윤슬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면 집중이 잘 되었다.
어느 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카시나 수행의 일종이라며,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온통 물로 되어 있는 모습을 연상하거나, 세상이 하나의 색깔로 되어 있는 모습을 연상하는 것이 카시나 수행이다. 근데 그 매개체가 내겐 바로 윤슬이었던 것이다.
윤슬이 가져다 준 또하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