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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훈 Aug 02. 2022

이름을 몰라 줘 미안해

덩이괭이밥아, 괴불주머니야, 복수초야

미안해

네가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진 몰랐어

그리고 네게 그렇게 멋진 이름이 있는지도

그냥 빨강이면 장미, 노랑이면 국화, 하양이면 백합으로만 알았어

미안해


복수초

호박아, 당근아, 둥글레야

미안해

너도 꽃을 피우는구나

네 열매에 대해선 잘 알지만

네 다른 모습은 전혀 몰랐어

내가 너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미안해


둥글레꽃


경남아, 현수야, 민지야

미안해

너희들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 학기 동안 수업을 같이 하면서도

출석 부를 때 외엔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구나


모른 채 그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어

너희들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색깔을

너희들이 싸워야 했던 여름 뇌우와 겨울 한파를

많은 곡절 이기고 알차게 영근 열매를...


내가 너희들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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