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이괭이밥아, 괴불주머니야, 복수초야
미안해
네가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진 몰랐어
그리고 네게 그렇게 멋진 이름이 있는지도
그냥 빨강이면 장미, 노랑이면 국화, 하양이면 백합으로만 알았어
미안해
호박아, 당근아, 둥글레야
미안해
너도 꽃을 피우는구나
네 열매에 대해선 잘 알지만
네 다른 모습은 전혀 몰랐어
내가 너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미안해
경남아, 현수야, 민지야
미안해
너희들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 학기 동안 수업을 같이 하면서도
출석 부를 때 외엔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구나
모른 채 그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어
너희들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색깔을
너희들이 싸워야 했던 여름 뇌우와 겨울 한파를
많은 곡절 이기고 알차게 영근 열매를...
내가 너희들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