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한 줌의 평화

- '평화철물' 간판 앞에서 시작된 마음의 기록

며칠 전, 서울 마포의 어느 골목을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그날은 가족을 위해 무언가 사러 가던 평범한 날이었죠. 그때 문득 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화철물'

낡고 오래된 간판, 무심한 듯 걸린 그 네 글자가 이상하게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철물'은 묵직한 단어입니다.

망치, 못, 문, 자물쇠... 단단한 것들로 일상을 붙잡아주는 곳이지요.

그런데 그 앞에 붙은 '평화'라는 단어는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마치 철로 만든 울타리에 햇살이 내려앉은 느낌이랄까요.

그 순간 저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었던 풍경이,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시대의 조용한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세계의 얼굴

다음 날, 저는 잠시 들른 도시에서 우연히 '퓰리처상 수상 사진전'을 찾게 되었습니다.

'평화철물' 간판을 찍었던 마음의 여운이 남았던 탓인지,

전시장에 들어서자 사진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리며 다가왔습니다.

기아, 전쟁, 인종차별, 폭력... 사진은 침묵 속에서도 말을 했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 폐허가 된 거리, 손을 꼭 붙잡은 가족들.

사진은 어떤 순간, 그 무엇보다 깊이 진실을 보여줍니다.

외면하고 싶은 불편하고 또는 위험한 현장에서

누군가는 셔터를 눌렀기에 우리는 그날들을, 그들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진 한 장은,

전쟁을 멈추게 하기도 하고,

차별과 폭력을 넘어서는 길을 비추기도 하며,

기아에 허덕이던 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선 자리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전쟁, 그리고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감각

전시장에서 흘러나온던 존 레넌의 노래 imagine.

“Nothing to kill or die for…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이 노랫말처럼, 많은 이들이 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철이 차갑고 잔혹하게 쓰이는 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폐허는 아직 재건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불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정치와 권력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항상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국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의 일상, 가족, 삶의 터전입니다.


사진전에서,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끊어진 철교를 건너던 사진을 보며

우리 역시 전쟁의 상흔을 온몸으로 겪은 민족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감각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울림을 느끼는 감수성,

누군가의 아픔 앞에 잠시 멈춰서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 당신의 손에 쥐어진 '현대의 철'

시대마다 '철'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논밭을 일구는 농기구로, 삶을 이어주는 다리로, 건축의 골격으로, 이번처럼 차가운 전쟁의 무기로...

그리고 오늘,

우리 손에 쥐어진 '현대의 철', 스마트폰을 바라봅니다.

이 도구를 평화와 공감의 진동을 퍼뜨리는데,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각자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평화철물' 간판을 찍던 날,

저는 가족의 일상을 챙기러 가는 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합니다.

그것은 조용한 평화의 연결을 떠올리게 하는 시작점이었다고.

전쟁과 증오의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은 평화와 공존의 감수성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수성을 기록하고, 나누고, 전하는 일입니다.


한 장의 사진, 한 줌의 평화

우리가 찍고 공유하는 사진 한 장이, 쓰는 글 한 줄이,

어쩌면 누군가의 편견을 바꾸고, 어떤 사람의 마음에 평화의 진동을 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처 입은 누군가에겐

'정신의 집을 지어주고 다리를 놓아주는 치유'의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민족으로서,

분노와 증오의 씨앗 대신 평화와 공존의 씨앗을 심는 일에

우리는 소명을 느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스마트폰이 오늘도,

이 시대 '따뜻한 철'로 그 소명을 다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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