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기 위해 천천히 빌드업하며 달리기
새해가 밝았다. 뭐 똑같은 일상의 시작이지만 30분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니까. 졸린 눈을 비비며 꿈틀꿈틀,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아무리 1월 1일이라 하더라도. 어둑어둑한 이불 밖은 몹시도 반갑지 않았다.
오전 계획한 일정들을 소화하고 오후가 되어서야 달리러 나갔다. 선뜻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 마음 가득 안고. ‘오늘따라 달리기 엄청 싫은데? 잘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인가?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상상돼서? 쌀쌀한 날씨 탓인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 나의 발걸음이었고, 마음엔 여러 가지 불평과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천천히 오랫동안 달리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에 벌써부터 숨이 찼다. 운동은 기세인데 초반부터 15km를 달릴 수 있을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다행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마음을 다시 잡고 천천히 뛰면서 즐겁게 가자고 나를 달랬다. 바람은 제법 불었고 그늘은 쌀랑했다. 그렇다고 또 햇볕으로 나오면 더웠다. 덥다는 건지, 춥다는 건지 자꾸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했다. 가는 길의 방향을 조금 바꾸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달리기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기 위해서 약간의 변화와 강약의 조절이 필요한 듯하다.
같이 달리면 같이 달리는 대로 의지가 되어 좋고, 혼자 달릴 때는 혼자 달리는 대로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이젠 제법 혼자 장거리를 달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전에는 남편과 달리느라 아니 쫓아가느라 내 다리가 뱁새 다리가 아님에도 가랑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남편의 스파르타 훈련에 실력은 늘었지만, 달리기 전에는 공포요 달리고 나서는 해방의 축제였다. 잘 달렸든 못 달렸든 끝났다는 해방감! 마음 편히 다음 훈련 전까지 당당히 누리는 꿀 같은 휴식. 뭐 또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듯 훈련은 시작되었지만.
천천히 즐겁게 뛰다가 꼭 5km가 남은 지점이 되면 빌드업을 하겠다고 욕심을 부린다. 마지막에 질주로 마무리해야 성장이 있는 달리기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조금씩 그리고 더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10km 왔으니 앞으로 5km만큼은 좀 더 빠른 페이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힘껏 달려 나간다. 페이스는 10초, 15초, 20초, 30초까지 빨라진다. 마지막에 온 힘을 불어넣은 것처럼 열심히 했다며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평균 페이스가 빨랐더라도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그 달리기는 불만족스럽다고 기억된다. 처음에 달리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며 계획한 거리를 달렸고, 마지막에는 빌드업해서 평균 페이스를 얼추 맞추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웠다. 달리기가 끝난 후, 4번의 질주를 하며 최종 마무리했다. 전에는 계획한 거리를 뛰고 나면 머리로는 질주해야지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집으로 가기 급급했다. 최근에야 달리기를 끝내고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격차는 크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진짜 별것 아닌 것이 된다.
이제 경기마라톤까지 60일 남았다. 딱 2달이라는 시간! 나는 어떻게 준비해나갈지 아직은 고민과 물음표다. 탈 나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무엇보다 나의 조급함이라는 감정도 조절하며 꾸준히 나아가길 바란다.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며 행복한 달리기를 해나가는 건강한 내 모습을 오늘도 그려본다.
#새해첫달리기
#하프마라톤을준비하며
#달리러가는내발걸음이제일무거워
#머리로아는것과실행하는것어쩌면별것아닌행동의실천
#성장하는달리기를위해질주본능을깨우다
#행복한달리기를꿈꾸며
#달리기에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