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뭐라고! 내 몸의 스위치가 켜지네

경기하프마라톤 접수 그리고 겨울 달리기

by 행복 한스푼

25년 3월 2일 경기마라톤을 접수했다. 전부터 남편은 경기마라톤을 뛰어보고 싶어 했고 함께 준비해 나가자고 했었다. 1월 중순에 접수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홈페이지를 보니 벌써 접수 중이었다. 남편은 페이스메이커를 해 줄 테니 나보고 뛰어보라고 했고, 바로 하프마라톤을 접수했다. 나와 상의도 없이 그것도 나만.

겨울 달리기에는 페이스 상관없이 천천히 달리며 몸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대회를 접수하고 나면 대회가 주는 긴장감 탓에 자꾸 속도 욕심을 부리게 된다. 알게 모르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마음 편하게 달리며 즐겁게 달리고 싶은 나의 달리기에,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뭔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달리기를 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풀코스를 뛰고 싶다는 마음에 하프부터 차근차근 넘어보라고 주어진 허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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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대회를 접수하고 대회비를 입금하고 나니, 살짝 긴장과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하프 정도의 거리를 안 뛰어본 건 아닌데, 이상하게 자신이 없었다. 나는 오르막에 취약하고 페이스가 느린데다 근력 운동으로 근육도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곧 방학이라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과연 나, 잘 준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면 돼! 나만 믿어! 완주는 할 수 있잖아!”

“그냥 취소할까?”

“엄마! 그럼 취소해! 괜찮아!”

나는 자꾸만 물음표를 던졌고, 솔직히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그럴수록 남편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아이들은 취소하라고 부추기며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갑자기 오기가 생기면서 불쑥 말을 내뱉었다.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지! 뭘 포기해?”

그래! 풀코스를 목표로 하면서 하프마라톤에 도망가려는 나의 마음과 마주했다.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며 나를 다독였다.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겁쟁이처럼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시간이 되는 만큼 달리고, 달리지 못한 날에는 근력 운동으로 대체함으로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16.3km를 달렸고 쉬는 날엔 근력 운동을 했다. 10km의 거리를 뛸 때는 조금 빨리 뛴다는 생각으로 페이스를 높였더니 ‘지옥이 바로 이곳’임을 맛보았다. 이렇게 10km가 힘들 줄 이야? 욕심부린 덕에 기록은 괜찮았지만, 뛰고 나서 내내 “워매 죽어블것네!”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뛰고 나니 온몸에 피로감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다음날 15km를 목표로 달렸으나 전날의 여파인지, 겨울 달리기 때문인지, 천천히 속도를 줄여서 달려도 몹시나 힘들었다. 힘내자며 7km지점에 에너지젤을 한 모금씩 먹었으나 에너지는 충전되지 않고 점점 더 고갈 상태임을 알려왔다. 죽을힘을 다 해도 안 될 것 같은 날은 한 발짝 물러나는 법도 배워야 했다. 10km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나의 달리기를 돌아보았다.

‘업힐 구간을 좀 무리하게 넣었나? 좀 더 페이스를 낮췄어야 했나? 근력을 좀 더 키우며 준비해 나가야 하나?’

아쉬웠다. 10km를 이렇게 힘들게 달리면 앞으로 대회 때의 급격한 오르막을 어떻게 맞이할지 걱정되었다. ‘하프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지?’ 고민스러웠고 효율적인 달리기와 변수를 줄이기 위해 내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다만, 피곤한 날에는 몸에서 보내는 신호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쉼도 필요했다.


달리기를 쉰 날에는 근력 운동을 했고 또 하루를 온전히 푹 쉬었다. 에너지를 비축했으니, 이제는 하프 거리를 뛰어보자며 나아갔다. 무조건 천천히 끝까지 뛴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추워서 마스크와 바람막이의 모자까지 쓰고 달렸지만 1km가 지나자, 몸이 달궈졌다. 마스크와 모자를 벗으니 겨울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냇물도, 새도, 걷는 사람들도 모두 다 평화로워 보였다. 그 속에서 나만 “후후 훗! 후후 훗!” 숨을 고르며 몹시 대조되어 보였다. 하프! 오늘만큼은 꼭 뛰고 말겠다는 수없이 외침에 고군분투하며.

속도를 낮추니 계획한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21.0975km의 하프 거리를 지나, 22.2km로 마무리했을 때는 이겨냈구나 싶어 기뻤고 ,나는 ‘할 수 있고 해낼 수 사람’이구나 싶어 감사했다.


한 걸음들이 모여 1km가 되었고, 수많은 걸음이 다시 모여 하프가 되었다. 이젠 이 내리찍은 발자국의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풀코스도 기쁨으로 완주하겠지? 정직하게 나아가면 된다. 요령 피우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묵묵히 뛰어나갈 때 긍정적인 결과물은 덤이겠지? 24년의 마지막 날, 25년에 찬란히도 빛날 나에게


#경기마라톤접수완료

#하프준비하는김작가

#남편은왜접수를나만했단말인가

#나빼고다평화스럽군

#고군분투하는러너

#매일의시간이모여풀코스완주하는날을기대하며

#달리기에진심


사진: UnsplashIsabella Fis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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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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