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상, 그 소중함이 생각날 때

내가 놓이고 있는 것들

by 행복 한스푼

순항 중이었던 달리기는 변수로 주춤했다. 장거리를 계획했던 날에 비가 계속 내렸다. 발걸음을 돌려 헬스장으로 향했다. 갑자기 안면인식이 되지 않는다. 분명 이틀 전까지 출입했다. 그럴 리 없다며 앞으로 전진 뒤로 후진 한 발짝 몇 번이고 움직였다. 고개를 숙여 1초 V라인도 만들어 보고 턱을 살짝 들어도 봤다. 기계 앞에서 얼굴을 부단히도 들이밀었다. 제발 좀 인식해서 통과하게 해달라고 너무도 간절하게. 내 마음 따윈 상관없이 기계 특유의 딕! 딕! 딕! 딕! 경고음이 가차없이 울린다. 움찔움찔 자꾸 움츠러든다. 당황스러운 감정에 얼굴이 불타오른다.


사진을 다시 등록하려고 앱에 들어갔지만, 갑자기 카메라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새벽이라 관리실에 이야기할 수도 없고, 운동하고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허탈감이 밀려왔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심호흡을 10번쯤 하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핸드폰 설정에서 한참을 찾아 헤맸다. 앱에서 카메라를 허용하고 얼굴 사진을 다시 찍었다. 얼굴이 풍선처럼 두둥실 부어 있었다.



어쩔 수 없다며 할 일 중 하나였던 된장찌개와 두부김치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가족을 위해 새벽부터 열심을 냈다. 분명 속상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묻어났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욕심도 많은 나는, 가족을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걸 대단한 희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때때로 억울할 때가 있었다. 티도 안 나는 집안일을 투덜거리며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최대한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면에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달리기도 아이들이 자는 새벽이나 학교에 간 시간에 했으니까. 물론 영어 공부, 달리기, 피아노, 방송 댄스, 디자인 수업, 에세이 모임 등 많은 일을 벌여놓았다. 나의 일도 벅찬데 큰아이와 작은 아이의 공부도 매일 따로 봐준다. 남편과 아이들도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나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먹는 것을 신경 쓰기도 전에 나의 에너지는 고갈 상태를 맞아한다. 결국 음식 만드는 걸 소홀히 했다. 냉동식품으로 대체하거나 면(라면, 스파게티, 냉면, 짜장면), 삼겹살, 생선, 김밥 등으로 한 끼 해결할 때가 늘었다. 어떨 때는 계란 후라이와 조미김을 꺼내며 단출한 밥상을 내놓기도 했다.


문뜩 아이들에게 주는 따뜻한 밥상을 냉동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으로 대체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정성이 들어간 국과 반찬을 대신하면서. 뭐 국이라고 해봐야 김치찌개, 된장찌개, 어묵국, 콩나물국, 미역국, 소고기뭇국, 카레 정도. 반찬이라 해봐야 참치전, 호박전, 새송이버섯전, 콩나물무침, 쑥갓무침, 소시지 야채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닭가슴살, 멸치볶음, 진미채, 감자볶음을 돌아가며 2개 정도 하는 정도였는데. 순간의 안락을 위해 에어프라이(냉동 식품)를 돌렸던 나를 발견했다.


모든 걸 잘할 수도, 완벽하게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내려놨던 부분이었다. 대신 아이들의 공부 봐주는 영역을 좀 더 신경 쓰자고. 어쩌면 보기 좋은 변명을 하고 있었는지도. 달리는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쓸 에너지를 좀 더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살고 싶은 마음, 가족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마음이 균형을 맞춰 나가면 최고다. 이론상으론. 그 중간 지점을 매번 찾아 헤맨다.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행복하게 나를 찾아가는 삶이 필요하다는 외침이 앞선다. ‘내가 행복해야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지?’라며. 어떨 때는 내 마음의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가족에게 양보하라는 소리가 크게 울릴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경계와 구분, 매번 어렵다.

정해진 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변수에 따라 ‘그냥, 괜찮으니까. 나의 마음이 1이라도 기우는 쪽으로 자신있게 실행하라고.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나를 다독이는 수밖에.


짧게 7km를, 5km를, 4km를, 3km를 뛰었지만, 난 괜찮았다. 계획한 바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만큼 그 에너지를 가족을 위해 사용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엄마는 될 수 없었지만, 변수들에 유연하고 여유로운 행복한 엄마가 되어보기로 다짐했다.


물론 짧게 뛰는 대신 근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운동의 방향도 바꾸려 한다. 할 수 있다면 장거리도 시간이 될 때 한번은 뛰어주는 걸로. 나 자신을 안달복달하지 않으니 감정적 흔들림도 줄었다.


하루를 계획하고, 수정하고, 그렇게 또 성실히 하루를 살아낸다.



#계획대로안되는게달리기지

#장거리달리려는데비는왜오는가

#나를희생한다는생각이들때

#내시간이소중해서때론억울해

#국과반찬을하며따뜻한밥상을생각하며

#엄마도엄마의삶을살고싶은데그마음이이기적으로느껴져

#하루하루를열심을내며살아가다보면

#안면인식안되어심호흡10번한날

#변수들에유연하게괜찮다고말해주기

#내마음이가는곳에실행에옮기면돼간단하지만간단하지않은

#하루를살아낸다

#달리기에진심입니다만


사진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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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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