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나와 마주하다 (with 페이백 마라톤)
감정은 울퉁불퉁,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 어긋났다. 긴 연휴 내내 마음이 여기저기 튕겨 나가듯 흔들렸고 서운함이 쌓였다. 요 며칠 달리지 않은 탓일까? 스트레스가 지구에 구멍 열 개쯤 거뜬히 뚫고도 남을 기세였다. 몹시 모나고 뿔났음의 연속이며,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달렸다.
주체할 수 없는 나의 감정들을 쓸어 담아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그럴 수밖에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냐며 자기 위로와 변명도 해본다. 지하 100층 밑으로 꺼져버린 내 마음을 지상으로 힘겹게 들어 올리려 거친 숨을 내뱉어 본다.
흠~ 후후 흠~ 후후
들숨과 날숨에서 화산 폭발처럼 격렬했던 감정들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괜찮다곤 할 순 없었지만, 또 그렇다고 안 괜찮다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뒤틀렸던 마음의 중심축은 조금씩 제자리로 이동한다. 그제야 날이 선 감정들이 정돈돼간다. 답답한 마음은 주룩주룩 흘러내린 땀과 함께 쓸려나간다. 막바지엔 홀가분하고 상쾌함이 찾아온다. 이 맛에 분주히 나의 팔과 다리가 움직였나 보다.
미뤄뒀던 페이백 마라톤을 5만 원 주고 신청했다. 한 달간 17회 이상 달리고 기록을 올려야 한다. 최소 3km부터 풀코스까지 거리도 다양하게 원하는 만큼 실천하면 된다. 완주(17회 이상)했을 땐 럭키 박스(작은 선물)와 신청했던 돈을 돌려받는다. 달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고 실행에 옮겼다.
전에는 뛰지 않았던 5km를 중간중간 달렸다. 10km보다 평균 페이스를 15초 정도 올려 숨차게 뛰어도 본다. 또 러닝머신에서 7과 9를 오가며 인터벌(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번갈아 달림) 형식으로도 달렸다.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는 일상에서 벗어났다. 페이스를 올리는 법을 고민하고 실험했다. 간만에 특별식을 먹은 것처럼 달리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무엇보다 거리에 부담이 적으니 장거리 다음날도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달리는 횟수가 증가했다.
장거리도 기록하고 싶어 15km를 계획했다. 달릴 시간을 고려해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했지만, 태양의 쨍쨍함에 절로 뒷걸음이 쳐졌다. 불규칙한 양지와 음지는 반복되었다. 다행히 벚꽃길 공사가 끝나 나무 그늘의 축복을 받으며 달릴 수 있었다. 초록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거렸고 햇빛은 틈 사이로 반짝거렸다. 푸르름이 심히 아름다웠다. 선선함은 덤으로 선물이라도 하듯 힘을 내보라고, 잘 견뎌내라고 응원한다.
이온 음료를 마시며 갈증을 이겨냈다. 12km가 넘어서자 서서히 힘에 부쳤다. 그만큼 장거리 연습과 근력 부족의 신호다. 힘든 만큼, 내면의 나를 만난다. 작은 용기를 끌어모아 꼭 해내고 말 거라고 수없이 외쳐도 본다. 한발 한발 그렇게 나아간다. 잘 쌓아놓은 노력으로 언젠가 풀코스를 완주할 날도 그려 본다. 그렇게 계획한 바를 온전히 채웠다.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더니 진짜 달리고 있다. 이렇게 강제성을 띠지 않았다면 자꾸 미루고만 있었을 것이 뻔하다. 출석을 하듯이 4일간 달리기를 이어나갔고 순항 중이다. 초반이라 그런지 아직까진 말이다.
30분이라도 달린다. 그 작은 시도와 변화는 나를 재생시켰다. 작은 상처에도 옹졸하게 돌변해 버린 나를 만나서 때론 부끄럽다. 솔직한 감정들을 쓰다듬고 살살 달래도 본다. 버텨낼 작은 힘을 얻으며 날뛰던 감정을 갈아엎는다. 곧 정돈되고 순환된 상태를 맞이한다. 달릴수록 벅찬 감정이 다가와 부드럽게 나를 보듬는다. 그래서 달리는 게 참 좋다. 몸을 바쁘게 움직였던 보람이 커다란 값으로 되돌아오니까.
마음이 괴롭다면 잠시라도 숨차게 달려보자. 해결되는 건 없지만 내 마음만은 고쳐먹을 수 있다. 손바닥 뒤집듯 지옥을 달리던 상황은 '별거 아니니까 괜찮다'며 천국 언저리까지 간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속 좁은 인간에서 깜짝 놀랄 대인배가 된다. 살 것 같다는 희망도 꽃핀다. 그 희망으로 나아간다. 딱 그거면 된다. 달리는 이유, 나를 변화시키는 그 작은 힘. 울상 지으며 시작했다가 마무리는 살짝 미소 지으며 달리기를 멈춘다. 그렇게 웃을 수 있게 된다.
#감정의폭풍우그한가운데서다
#버텨낼작은힘을얻는달리기
#페이백마라톤신청그리고실천
#마음이괴롭다면미칠듯이뛰어봐
#왜내마음은그리도힘들었을까?
#정돈되고순환되는감정의변화
#몸을바쁘게움직인보람이되돌아오다
#달리기에진심입니다만
#러닝일지
#스피드에대한고민5km별식처럼특별하게
#나는나를따뜻하게보듬어본다
#속좁은인간에서대인배가되어버렸다지
#달리기와감정정화
사진: Unsplash의Joanne Glaudemans
사진: 페이백마라톤 홈페이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