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알아야 변화할 수 있다

디자인 까막눈, 미리 캔버스 배우기 (feat. 새벽 달리기, 책 출간)

by 행복 한스푼

정해진 시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화들짝 놀랐지만 그새 소리가 적응되었는지 ‘좀 더 자라.’는 자장가처럼 들린다. 졸린 눈을 떠보려고 애쓰며 힘도 줘본다. 미간에 잠깐 삼지창이 생겼다 사라진다. 누군가 눈에 접착제를 붙여 놓은 것 같다. 결국 두 손도 나서며 한참이나 두 눈을 비벼댄다. 정신을 차리며 침대에 반쯤 걸터앉은 것까지 간신히 성공했다. 한번 더 힘을 모아 일어나야 하는데 자꾸 주춤한다. 굳은 의지를 반영해보려고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자꾸 눈이 감긴다. 몇 번을 꾸벅꾸벅 졸다 앞으로 크게 휘청한다. 순간 자빠지지 않으려고 무의식중에 안간힘을 쓴다. 다행히도 숨겨둔 운동 신경을 발휘한 덕에 아침부터 몸 개그를 치지 않았다. 다행이라며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화들짝 놀란 탓에 잠이 다 달아났다.


바람막이를 걸치며 나왔지만, 새벽 공기의 차가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껏 옷깃을 여민 몸은 살짝 움츠러든다. 오랜만에 새벽 달리기를 실행으로 옮김에 약간의 설렘도 있었다. 처음엔 6시에 시작했던 달리기를 5시 30분으로 앞당겼다. 밖은 서서히 밝아지면서 뛰기 딱 좋았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노래와 함께 찌뿌둥한 몸을 푼다. 한번 가볍게 뛰어보자며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새벽 달리기를 결심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기온이 오르고 햇살이 쨍해져 야외 달리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하루 2시간씩 미리 캔버스 수업을 들으니 따로 운동을 할 시간을 빼기 어려워졌다. 결국 새벽에 달릴 시간을 확보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선선한 날씨에 지치지 않고 10km 정도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일 오전,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위해 7시까지는 운동을 무조건 마쳐야 했다. 솔직히 느긋함보다 쫓기듯 달렸다. 머리로는 늦지 않게 돌아오도록 수없이 페이스와 거리 계산을 했다. 또한 오전과 오후 일정을 위해 강약 조절도 해나가야 함은 덤이다. 화요일은 피아노 후 미리 캔버스 수업, 수요일과 금요일은 방송 댄스 후 미리 캔버스 수업을 고려해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다행히 월요일과 목요일은 오전 3시간정도 남는다. 밀린 집안일과 반찬을 만들고 영어 강좌를 듣는다. 몸이 백 개가 되더라도 “아이고 모자랍니다.” 할 판이다.


물론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달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요일(7.41km+3km), 목요일(11.1km), 토요일(10.1km)을 달렸다. 수요일엔 방송 댄스가 있어서 새벽에 7.41km를, 방송 댄스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3km를 마저 달렸다. 목요일은 11km를 조금 넘었더니 오전에 맥을 못 추고 빌빌거렸다. 연거푸 커피를 들이마셨지만, 영어를 들으며 곧이 잠들어버렸다. 깨고 나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결국 금요일은 달리는 걸 하루 푹 쉬며, 한걸음 쉬어가기로 했다. 토요일 새벽 남편과 10.1km를 달렸다.


작년(2024년), 가장 잘한 일과 아쉬운 일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책 출간이다. 도서관에서 에세이 수업을 들으며 수정과 첨삭에 대한 코칭을 받았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책 출간은 한번도 넘어보지 못한 산을 넘는 일이었다. 책은 글 내용이 전부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표지 디자인과 책 크기, 글자체, 목차, 제목, 책날개, 책 뒷면의 간단한 글, 에필로그, 프롤로그, 1부와 2부 편집까지 모든 걸 조율해 나가야 했다. 책에 대한 분량과 교정 교열도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지만 가장 큰 벽에 부딪힌 건 책표지 디자인이었다. 저작권에 대한 민감한 부분이라 함부로 이미지나 사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출판사에서 알려준 이미지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배경에 여자 모습을 삽입했다. 원하는 제목 크기, 색깔과 글씨 배치를 두고 몇 번이고 프린트를 뽑았다. 유치원 미술 수업처럼 가위로 오리고 붙이며 최대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을 뺐다. 다행히 출판사에선 원하는 대로 완성해 주었다.


오리고 붙이며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 출판사에 보냈던 겉표지 디자인
출판사에서 최종 만들어 준 디자인 - > 겉표지 뒷면에 여자의 뒷모습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음

하지만 나는 책 뒷 겉표지에 아쉬움이 남았다. 앞 페이지는 여자의 앞모습, 책을 덮으며 여자의 뒷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전개로 넣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음에 한계와 부족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진작 포토샵과 일러스트 같은 디자인을 배워놓을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하지만 부족함을 느껴야 필요를 채울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


시청 전산실에서 미리캔버스, 포토샵, 블로그와 유튜브, 동영상 편집 등 2주간 2시간씩 하는 교육들이 제법 있었다. 원하는 강좌의 접수 기간과 교육 기간을 달력에 꼼꼼히 메모해 놓았다. 확실히 교재 진도와 함께, 실제 수강생들이 추가적으로 원하는 부분까지 선생님께서 잘 설명해 주셨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제법 신났다. 하지만 점점 더해질수록 복습의 필요성을 느꼈다. 책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카톡으로 사진을 공유하거나 사진첩 사진을 업로드하는 부분, 폴더를 만들어 구분하는 부분들이 처음에는 너무나 생소해 버퍼링이 계속 걸렸다. 집에 와서 찬찬히 되짚으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족한 부분을 완성해 나갔다.


천천히 달리며 글 쓰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의 출판이었지만 나는 책 쓰는 전반적인 과정을 여실히 배웠다. 물론 초보티가 나고, 인쇄되어보니 자랑스러움보다 부끄러움이 더 밀려왔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출판해냈다.


대형출판사에 원고 투고하는 방식도 있지만,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교보문고의 POD 출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과 질적인 글들, 디자인할 수 있는 안목과 스킬, 마케팅과 홍보하는 부분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 걸음 달려 나갈 때마다 나의 부족함은 더 크게 보였다. 그만큼 채워나갈 부분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족한 실력인데 꿈만 큰 건 않은지 생각할 때쯤, 처음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쓸 때 제목이 스쳐 지나갔다. ‘실력이 없다고 꿈도 꿀 수 없니?’라며 대차게 포문을 열었던 때 말이다. 실력이 없으니까 더 당당하게 쌓아가면 된다. 부족함을 알았으니 채워나갈 일만 남았지 않는가?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성장하고 나를 이끄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작년, 올해 5월 보성 마라톤 풀코스를 꿈꿨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11월 순천 남승룡 마라톤 풀코스로 다시 일정을 조정했다. 앞으로 6개월 즐겁고 신나게 그리고 묵묵히 나의 달리기를 이어나가길 소망해 본다. 5월에는 아이들과 철강 마라톤 5km와 페이백 마라톤을 신청해서 한 달에 17일 이상을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간절함의 크기만큼 시간에 공을 들여야 함이 세상의 이치임을 다시금 되새긴다.



#간절함으로나아가다

#남승룡마라톤으로풀코스연기

#꾸준히묵묵히달리기마일리지채우기

#교보문고의POD출판에관심가득

#자빠지려다운동신경발휘한썰

#나는달리고글을쓰고싶다지

#페이백마라톤을신청해볼까?

#새벽달리기그리고그공기

#부지런히그리고즐겁게숨참을견디다

#미리캔버스의신세계에발담그기

#부족한만큼가득채울일만

#달리기에진심입니다만



이미지 사진 : 언스플래쉬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6화버거워도 묵묵히 이겨낸, 나의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