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피가 나고 있습니다

조용히 나의 페이스로 뛰고 싶은 날

by 행복 한스푼

수줍었던 벚꽃 몽우리들이 이제서야 활짝 웃음꽃을 피워냈다. 며칠 전만 해도 한두 나무에만 조금씩 피었는데 금세 여기저기 만개하고 있었다. 꽃잎이 흩날리니, 마치 새하얀 꽃비를 보는 것 같았다. 달리는 건 힘든데 잠시 이 숨참도 몽글몽글 행복해진다. 이제야 진짜 봄이 왔나 싶었다.


오랜만에 13km를 남편과 달렸다. 정말 천천히 달리면서 마지막에 더 힘을 쓰겠노라고 다짐했다. 다행히 남편도 나의 페이스를 맞춰주었다. 5km를 지나 6.5km까지 계속 경사도가 센 오르막길을 달렸다. 아끼고 아껴왔던 힘을 쏟아부었다. 내려오는 내리막길은 마치 축복 그 자체였다. 확실히 속도를 줄이며 나아갔기에 뛰고 나서도 피로감과 통증이 적었다. 남편은 새로운 길로 한번 가보자며 인도했다. 이제껏 달려보지 않은 길은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부족한 실력이고 2주 남은 기간이었지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확신이 들었다. 이런 믿음은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라는 불안으로 인한 감정적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운동은 뭐니 뭐니해도 자신감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방송 댄스를 다녀온 날에 혼자 15km를 계획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14km를 채웠다. 그럼에도 나머지 1km는 걸었다. 달리는 곳곳이 공사 중이라서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오전에 에너지를 소모한 탓인지 끝까지 끌어가지 못했다. 열심히 하루를 채웠지만, 무리한 탓에 종일 피곤하고 예민해졌다. 엄마로서의 에너지를 조금 남겨두어야 했다. 달리고 나니 벌써 아이들이 올 시간이었다. 휴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버럭 버럭 고함을 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었다. 토요일 오전 남편과 10km를 계획하고 달렸다. 이제 대회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다. 비장한 마음으로 달렸지만, 남편의 페이스가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었는데 기대했던 1km에 찍힌 숫자에 실망감이 몰려왔다. 페이스도 생각처럼 나오지도 않으니 몸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할 수 있다고 해보자고 수없이 외쳐댔다.


기껏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나아갔는데 남편의 잔소리에 주춤 쭈뼛했다. 달리기 전부터 갈증이 났는데 남편은 중간중간 물이나 이온 음료를 조금만 먹으라고 타박했다. 건조한 탓인지 입술이 타들어가고 자꾸 갈증이 났다. 무엇보다 페이스가 낮은데 숨소리가 거칠다며 호흡법을 지적했다. 남편은 툭툭 호흡하고 숨 쉬고를 시법까지 보였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가르침도 끝이 없었다. 귀가 따가울 정도였고 점점 화가 났다. 때론 나를 위한 조언이긴 하지만, 얼굴만 붉히 기분만 상히는 가르침은 잔소리가 된다. 달리는 11km 내내 내 귀는 피가 났다. 아주 폭포수처럼 철철. 남편에게 음소거모드가 있다면 당장 눌렀을 것이다. 숨차서 힘든 것큼 정신적 고통 얹어주니 마치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조용히 제발 소란스럽지않게 나의 페이스대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나를 이끌었는데, 자신감이 곤두박질쳤다. 이번 주는 천국의 계단도 열심히 했었다. 40분에 2334개의 계단을 오르며 땀을 흘렸다. 달리는 실력이 줄어든 것 같아 왠지 모를 속상함이 몰려왔다. 특히나 계속되는 남편의 지적에 위축되고 작아졌다. 오른쪽 골반 쪽에 통증이 올라왔고 잘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감정적 에너지 소모가 다시 시작됐다.


대회 때 남편에겐 남편은 페이스대로 뛰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뛰어보겠다고 했다. 천천히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뛰어야 할 것 같다. 처음이 힘들면 나의 멘탈은 요통친다. 특히나 여러 지적과 가르침에 나의 에너지는 쉼 없이 방전 상태를 알린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기분만 나빠지는 가르침은 그만 받고 싶다. 남편이 삐치지 않게 조언에 대해서 알았다고 했지만, 남편과 뛸 때는 귀마개라도 몰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내 귀에서 피가 멈추지않아 달리기가 몹시 힘겨웠다.



#달리기에진심이지만힘들었던달리기

#내귀에선피가멈추지않았다지

#남편의가르침과잔소리는멈추지않았지

#남편에게음소거모드가있다면

#나의멘탈은방전을알렸지

#남편과뛸때는몰래귀마개라도해야하는건가

#삐치지않게알았다고하지만하나도알지않았어

#긍정멘탈은지적질에땅바닥으로

#이제다음주하프대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때로는 가벼움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