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힐보다 더한 맞바람과 안정화
좀 더 뛰고 싶은 마음을 반영해 새벽 4시 20분에 벌떡 일어났다. 성공이다. 옷을 갈아입고 뛸 준비를 이어나갔다. 순조롭다. 이른 기상 탓인지 잠시 그리고 살~짝 소파에 기댔다. 뭔가 불길하다. 어느새 소파의 팔 받침대를 베개 삼고 있다. 옆에 있던 담요까지 끌어와 따뜻하게 감싼다. 결국 침까지 흘린다. 남편이 흔들어 깨우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으이구! 일찍 일어나면 뭐 해? 잠 깨고 있어야지!” 남편은 연이어 따발총을 날리듯 구박한다. 결국 한 시간 후에야 집을 나섰다. 차라리 좀 더 잘 걸 후회가 밀려온다.
깃털처럼 가벼운 컨디션을 느껴보고 싶지만 언제나 찌뿌둥함이 먼저다. 살짝 준비 운동을 마치고 멈춤에서 달림으로 몸을 이끈다. 저항이 상당하다. 하필 바람도 제법 불고 운동화도 가장 못 달리게(?) 만드는 안정화를 선택했다. 신발보다 실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능이 좋은 신발은 대회용으로 반짝 힘이 필요할 때 쓰자고.
실력 키우기는 개뿔? 자꾸만 운동화에 대한 불만만 쌓여간다. 작전 실패다. 초반부터 페이스가 밀린다. 역시 ‘운동은 장비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2~3km가 지나서도 평균 페이스를 찾질 못한다. 달리는 것이 힘듦을 넘어서 고달픔으로 다가온다. 확실히 업힐(오르막)에서 신발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낀다. 탄성 없는 걸음들을 묵직하게 내딛는다. 맞바람을 정통으로 맞을 땐 숨쉬기조차 불편하다. 일명 호흡 곤란. 좀처럼 쑥쑥 나아가질 못하고 주춤한다. 속도 모르고 남편은 저만치 잘도 간다. 어떻게 쫓아갈지 눈앞이 캄캄하다 못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새벽임에도 부쩍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을 본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해 부지런히 건강과 나름의 목표를 채워나가는 것 같다. 입이 벌어지도록 속도를 높여 전력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고, 걷는 것보다는 살짝 빠른 슬로우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천천히 강아지와 산책하며 걷는 사람도 있고, 짝을 이루어 함께 하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소신껏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페이스를, 나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때론 원하는 페이스가 나오지 않아 조급함이 몰려온다. 김밥 옆구리처럼 달리는 도중 내 속은 수십 번도 더 터진다. 속도를 더 올리자 거친 숨이 쏟아낸다. 오늘따라 숨이 트이질 않고 엉망이다. 특히 남편과의 거리 차이로 잔뜩 주눅 든다. 남편은 업힐을 잘 오른다. 무엇보다 근력도 꾸준히 하고 있기에 나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 남편과 나의 격차를.
새벽을 달리는 뿌듯함보다 올해 풀코스를 도전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나아가면 되는데. 못 할까 봐 지레 겁부터 집어먹는다. ‘뭐 까짓것!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되지!’ 편하게 마음먹어도 되는데, 마음 한편엔 올해 꼭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댄다. 천천히 실력을 쌓아 가자는 마음과 그래도 한번 질러보자는 두 마음이 팽팽하다. 대회 모드가 되어야 운동 스위치도 켜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운동화 핑계를 대며 30분, 딱 5km만 채우자며 달렸다. 달리다 보니 목표치가 채워졌고 10km를 채워 보자고 상향 조절했다. 그러다 더 힘을 내어 1km를 더 채워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11km를 채우니 저기 앞까지만 더 달리자고 나를 이끌었다. 결국 11.22km에서 멈췄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또 하루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한 방울의 땀방울이 모여 몸은 단련되었다. 좀 더 열심을 내야 함은 당연하지만, 치지지 않게 나를 끌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애쓰지만 너무 애쓰지 않게, 약간의 쉼을 가지고 나아가면 된다. 바람 바람 맞바람과 오랜만에 신은 안정화에 된통 혼났지만, 그 힘듦이 보람찼다. 그렇게 나는 옹골지게 단련되어 간다.
#새벽일어나기는왜이렇게힘든가?
#운동화불만가득
#애쓰지만너무애쓰지않게
#잘하고싶은마음욕심꿈틀
#새벽에달리거나걷는사람을마주하다
#하루를채워나간다
#힘듦은보람으로
#단련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