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열심히 전력으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툭!”하고 끊어져 버릴 때가 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크게 다가와 벅찰 때다. 자꾸 뒤로 미루고 멈춰 선다. 모든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열심을 냈던 만큼, 배터리는 급격히 방전을 알려온다. 조금은 설렁설렁 대충 살고 싶다는 마음이 온몸을 조종한다. 결국 의지가 나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쓰디쓴 낙인을 “쾅!”하고 찍는다.
‘진득하게 좀 하나 했더니! 역시구나?’
바짝 더워진 날씨를 실감했다. 새벽 달리기는 하루 여러 일정에 여러모로 무리가 갔다. 또 오전 8시 정도에 시작하는 12km 달리기도 더워진 날씨 탓인지 벅참을 느꼈다. 일주일에 2번 방송 댄스를 다니고는 있지만, 마라톤의 근력과 기초 체력을 올리는 데는 부족함을 느꼈다. 결국 달리기 대신 다른 방법을 시도하거나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 마음을 남편이 읽은 듯하다. 등산을 가자고 한다. 근력운동을 대신하고 콧바람도 쏘일 겸, 나무 그늘이 줄지어 있고, 산새들의 소리를 편안히 듣는 건 덤으로 말이다. 등산은 우리의 데이트 시간이다. 요즘 들었던 감정들도 나누고, 장난도 친다. 별것 아닌 것에 큰 소리로 웃고, 그랬냐며 공감한다.
“피곤해서 소파에 자고 있을 때, 오빠 청소기 계속 돌리던데. 거실, 부엌을 넘어서 이 방, 저 방 다 돌렸지? 평소에 불만이 많았나 봐?”
“머리카락이 계속 보이는 걸 어떻게 해?”
“오빠 예전에 야근 들어갈 때, 애들하고 나랑 시끄럽게 했다고 버럭 버럭 소리 지르고 들어갔던 것 생각나? 우리는 계속 오빠 일어날 때까지 눈치 보고 엄청 쭈그러져 있었던 거? 그땐 어린애들 데리고 갈 때도 없었잖아. 그런데 오빤 내가 소파에 잠시 누워있으면 엄청 큰 소리로 영상 보는 것도 알지? 그것도 볼륨 최대치로, 꼭 옆에서 그래야겠어? 진짜 오빠한테 욕이 나오려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어!”
“그땐 내가 그랬지! 그런데 점점 네모 턱이 되어가는 이유가 있었네!”
“풋! 말 잘해라!”
눈을 흘긴다. 한 번씩 꼴 보기 싫었던 이유를 말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산에서만큼은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해도 삐치지 않는다. 잠시 너그러움이 존재하고 서로가 그랬구나 인정한다.
평지 5km 지나 3km가 조금 안 되는 산을 오르는 코스다. 평지에서 갑자기 가파른 산을 오르려니 멈칫한다. 숨이 차다.
“왜 이리 힘들지?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편도 그렇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본다.
한 3일 정도 최소한의 할 일들만 처리하고 몸이 늘어졌다. 근 한 달 넘게 일정들을 무리하게 잡아서인지 정신없었다. 최대한 격하게 쉬었다. 그런 탓에 해야 할 일들도 계획하지 않았고 실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자꾸 불편했다. ‘이렇게 게을러서 되겠냐며? 의지 따위는 개나 줘버렸냐며?’ 자꾸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등산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때론 멈춰서도 괜찮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이. 힘듦과 쉼이 있듯이. 꼭 정상을 오르지 않아도 되고,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내가 오를 수 있는 만큼 나와 동료의 속도로 오르면 된다고.
뭐든 계획한 대로 실행되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최대한 목표에 근접하면 된다고. 웅크렸던 시던 시간이,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방향 설정하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다시 하루를 살아갈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꼭 해야 할 일들을 돌아보고, 내가 중점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점검했다.
새해 열심히도 작성했던 계획들을 들쳐 본다. 성경 통독, 영어책 암기, 마라톤, 브런치와 공모전 도전, 체중 조절, 피아노 바이엘 4권 마스터, 독서까지.
하향 조절하거나 변경되고 추가된 부분도 있었다. 영어책 암기는 영어 강좌를 듣는 것과 병행하고, 독서는 100권이 아니라 50권으로 절반이나 삭감했다. 독서 목록을 보니 24권 읽은 것을 보니 후반부에도 열심을 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자인 수업(미리캔버스, 포토샵, 블로그와 유튜브 수업)은 추가되었다.
인생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내가 했던 노력들이 표면에 들어날 때도 있지만, 지금 당장에는 필요 없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점들은 내 인생의 재료가 되어준다. 새로운 방향에 눈을 돌려보았다는 것, 전혀 알지 못한 영역에 대한 경험을 선물 받는다.
가보지 못한 길은 그저 가지 않았을 뿐이다. 새로운 곳을 인도할 ‘작은 용기’가 되어준다. 그 힘을 열심히 저축하고 있고 온전히 사용할 그 날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면 된다.
다시 그리고 또 시작이다. 나의 멋진 발걸음을 응원한다. 숨 가쁘게 달리는 대신 여유를 찾게 해준 등산을 선택했다. 엉클어진 마음을 정리하고 힘을 충전했다. 그렇게 매일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달리기대신등산
#언제든다시시작할수있다는마음
#새해계획을돌아보며
#가보지않은길은그저가지않았을뿐
#새로운곳을인도할작은용기는새로운경험으로부터
#여유를찾게해준등산
#때론멈춤이방향을설정할시간이되어준다
#달리기에진심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