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력은 요 정도? 중간 점검
아이들 방학이 끝났다. 마냥 마음의 소리 ‘야호’를 내지를 수 없다. 그만큼 대회도 가까워졌으니까. 1시간 30분 정도의 훈련에서 강도와 시간을 더해야 할 때다. 아이들 개학 기념으로 조금 무리해서라도 3시간 산행을 계획했다. 폭염을 알리는 안전 문자로 아침부터 요란스럽다. 야외의 격한 움직임은 위험하다는 신호다. 마음 또한 이런 친절한 안내에 반항하면 안 된다고 바로 인정한다. 산에서 걷고 뛸 근력과 힘이, 아직 부족하다는 현실도 순순히 수긍하게 했다. 결국, 방향을 튼다. 계림 공원에서 3시간을 채워보자고.
분명 8시가 갓 넘은 아침, 햇볕은 절정을 맞이한 듯 레이저 광선을 쏘아댄다. 인정사정없다. 내 피부가 쉼 없이 까매지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리는 듯하다. 계림 공원 초입, 계단이 늘어서 있다. 이곳을 지나야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계단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맞이하는 오르막이라 다리가 무겁다. 힘을 내서 그늘의 품으로 들어가 본다. 선선함을 선물 받고, 황톳길의 부드러운 질감이 더해진다.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이어지고 좁아졌다가, 넓어짐의 불규칙함은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 단단하고 거친 나무뿌리, 여물어가는 밤송이, 여러 낙엽 등으로 울룩불룩한 길들은 제대로 신났다.
남편의 걸음에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빠른 걸음으로 연습을 하자더니, 먼저 가버릴 셈인가 보다. 남편은 “따라붙고!”라고 구령을 외친다.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지만, 결국 뛰게 된다. 얄미운 술래를 잡듯, 이 남자를 잡아야 한다.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가 추월하기까지 한다. 잠시나마 입꼬리를 올리며 이 기쁨을 만끽한다. 얼마 못 가 남편이 다시 나의 앞으로 들어선다. “처음부터 그렇게 힘 빼지 말고.”라는 말에 나의 없던 힘도 쭉 빠져버린다.
1시간을 넘어가는 시점, 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겁이 났다. 내려올 땐 몰랐는데, 다시 올라가야 함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조금만 참아보자며 간신히 올라간 오르막, 또다시 시작되는 오르막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호흡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다 남편의 티셔츠에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저 사람의 땀도 말해주고 있는 거라고, 함께 완주해 내자고 마음을 다듬었다. 그러다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힘듦이 찾아왔다. 원망스러움은 여러 이유였다. 빠른 걸음의 이 남자가, 대회 접수를 부추긴 내가, 다시 폭염으로 변해 버린 날씨가, 몇 번씩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는 청설모의 출연까지. 내 앞의 모든 것이 태클처럼 미워졌다. 왜 하필 30에 꽂혀, 무리한 도전을 하느냐는 자책은 덤이다.
원망의 기도 탓인지 남편은 화장실로 급히 달려갔다. 그제야 눈치 보지 않고, 잔소리 듣지 않고, 내 속도로 걸을 수 있었다. 살 것 같았다. 조금만 속도를 줄였을 뿐인데, 가쁜 숨은 제자리를 찾아갔다. 좀 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나의 속도, 나의 빠르기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지금은 함께 훈련해야 하기에 남편의 속도에 맞춰 움직여야 함은 맞다. 같이 하기에 최대 에너지를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부족한 나를, 더 단련해야 함을, 느끼고 다짐한다.
30분을 넘겨두며 계획했던 3시간이 다가왔다. 한 번의 고비가 다시 찾아왔다. 다리가 묵직하다. 다행히 13km만 되어도 선전했다고 생각했는데, 15km에 가까워갔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험한 산들을, 제한 시간 6시간 30분 안에 완주해야 한다. 못하면 포기하면 된다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본다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3시간 15.56km 힘겹게 멈춤 버튼을 누른다.
다리 전체에 알 뱀이 느껴졌다. 팔치기 했던 팔은 계속 움직여야 할 것만 같다. 빠르진 않아도 시간을 모두 채웠다는 것에 긍정 반, 걱정 반이 더해진다. 솔직히 이 시간과 거리의 2배를 더 걷고 달려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 눈부터 질끈 감게 했다. 다만 묵묵히 견딜 시간의 힘을 믿자고 남편과 이야기한다.
서로 의지하며 나아갔기에 고비들을 이겨냈다. 조금은 틀어진 계획이지만 온전히 시간을 채웠다. 온몸은 훈장을 부여받듯 뻐근했다. 평지에서 걷던 것과 또 다른 통증. 피곤함과 노릇함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벌써 작은 아이가 돌아왔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엄마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극한 달리기보다 더 힘든 엄마의 자리로 복귀한다.
#30Km행복트레일런준비중
#얄미운술래를따라잡듯열심히뛰어앞지르기
#청설모에깜짝깜짝놀라버렸네
#밤송이열매도벌써여물어가고있었지
#달리기에진심입니다만
#안전문자폭염문자에경건히순종하며계획을틀었지
#남편의티셔츠에땀들이주는위로
#묵묵히견뎌낼시간의힘을믿자
#부족한나를단련하며나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