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스피닝 체험기
에피소드의 서막을 열게 된 첫 운동은 스피닝이다.
함께하는 프로 운동인의 해보고 싶은 운동 위시 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기회가 되어 2번 정도 해보았고, 스피닝 센터에 가서 대표님께 이 말을 한걸 후회했다.
해봤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허벅지가 아플 걸 알았기에 나는 당일 아침 운동에서 상체 위주로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프로 운동인은 하체만 모두 했다며 나를 보며 히히히 웃었다. 같은 프로그램을 하기에 무슨 하체 운동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났고,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스피닝을 가기로 한 당일, 좋지 않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아침부터 김이 펄펄 끓었지만, 박차고 나오고 싶은 마음을 생계유지를 위해 눌러두고 잠자코 버텼다.
스피닝 날을 아주 잘 잡았다고 여러 번 외치며, 숨차게 운동하며 머리 아픈 생각을 다 잊어보자고 했다.
운동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숨차고 힘들면 그냥 잡생각이 안 든다.
스피닝 센터로 향하는 동안 오전에 있었던 일을 야무지게 씹어주었고, 앞으로 털릴 나의 허벅지를 걱정했다.
프로운동인은 얼마나 힘들지 기대된다 그랬다. 걱정이 아닌 설렘이 바탕이 된 기대가 나를 더 두렵게 했다.
일일 체험이 그렇듯 처음인 공간에서 어색한 공기 속 옷을 갈아입고 멋쩍게 나와,
센터 대표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자전거가 즐비한 공간으로 입장했다.
2번을 해봤다고 말했기에, 나는 할 줄 알 것이라 판단한 대표님의 판단은 어마어마한 오판이었다.
운동 초보는 바로 나인데, 시작 전 프로 운동러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고, 우리가 페달 밟는 걸 번갈아 보더니 대표님은 좀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자세가 대표님이 생각한 경험치 대비 이상하게 더 어색하고, 처음 한다는 사람은 페달 밟는 폼부터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배경을 설명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기에, 대표님의 의아한 마음을 뒤로하고 프로그램은 시작되었다. 스피닝 센터는 대부분 어둡고,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아마도 텐션을 끌어올려주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그리고 항상 습기가 가득 차있다. 처음엔 몰랐다. 그게 다 우리가 만들어낸 습함이었다는 것을..
워밍업으로 앉아서 빠르게 탈 때는 오 할만한데? 싶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일어서서 페달을 구르기 시작하면 오래 못 버틴다는 것을.
템포가 상대적으로 느린 노래로 스트레칭과 예열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적합한 180 bpm 이상으로 편곡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트가 빠르게 뛰는 만큼 내 마음도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허벅지 근력은 신남과 정확하게 반비례했고, 나의 버디는 정비례는커녕 노래의 속도를 앞지를 수 있는 근력을 뽐냈다.
센터 대표님은 우리 앞에서 타다가 종종 돌아보시며 쉬는 시간엔 안타도 되고, 쉬엄쉬엄 타라며 내일 다리 아프다며 걱정 어린 조언을 보냈다. 하지만 버디는 알겠다고 답하면서도 페달을 구르는 발은 멈출 줄 몰랐고, 눈은 반짝였다. 물론 안장에 앉지도 않았다. 나는 옆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경외심이 드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진짜 미쳤다며 중얼거렸고, 미쳤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안장에 주저 않는 빈도가 많아졌고, 나의 버디는 신난다며 서서 계속 탔다.
나는 저전력 배터리처럼 음악의 후렴에 반응하여 번쩍 일어나서 타다가 앉고, 다시 서고를 반복했고, 버디는 배터리 효율 100%의 근력으로 모든 노래에서 앞에 나온 선생님이 앉는 순간만을 맞춰서 앉았다.
앞의 선생님은 나오는 노래마다 현란한 제스처와 약속된 사인으로 안무를 제시했는데, 간단한 건 유추해서 따라 할 수 있었으나, 어려운 건 그냥 최선을 다해 아래위로 상체를 흔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을 쓰는 오늘 오전에 영문 모를 목과 어깨의 뻐근함으로 파스를 붙이고, 베개를 바꿔야 하나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목이 아픈 이유를 깨달았다.
나오는 노래가 최신 K-pop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았기에 약간 아쉬웠고, 힘에 부쳐 자주 주저앉았으나, 신이 나긴 해서 너무 힘들 땐 그냥 앉아서 다리는 굴리고 손을 막 흔들었다. 그리고 이럴 거면 클럽에 가지 스피닝을 왜 왔지 생각이 들 때쯤 다시 일어나서 페달을 굴렀다. 버디는 50분 내내 서 있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신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모습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마무리는 아주 차분한 음악과 함께 요가의 바이브로 스트레칭을 했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버디에게 정말 미친 거냐고 주절주절 떠들었고, 곧 앞에 있으셨던 대표님께 주의를 받았다. 마지막은 고요하게 한다고 하셨다. 떠들다가 주의를 받는 일은 우습게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에 죄송함을 표현하고 이내 입을 닫고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스트레칭을 하며 생각해보니 숨이 많이 차진 않았는데 근력 이슈로 멈춘 시간이 많았구나 싶었다.
다 끝나고 나니, 대표님은 우리에게 어땠냐고 물었고 재밌었다고 답했다.
대표님은 운동을 기가 막히게 해 버린 나의 버디에게 말했다. 회원님은 진짜 꾸준히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너무 잘한다며 계속 나올 생각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며 무한 러브콜을 날렸다.
멋쩍게 웃으며 화답한 프로 운동러는 이미 자전거 존을 빠져나오며 나에게 말했었다.
"별로 안 힘드네요. F45가 더 힘든데요 ㅎㅎ?"
이때 난 나의 45분과는 밀도가 다른 45분을 보내고 오는구나 싶었고, 앞으로 까불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저 말을 하는 대표님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대표님, 영업 실패입니다. 대실패!
잔뜩 땀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밥을 먹으러 갔다.
나는 힘들지만 다했다는 마음에 웃었고, 버디는 재밌었다 싶은 마음에 웃는 것 같았다.
보통 다음에 뭐 할지 제안은 언제던 어디서 던 내가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엔 받았다.
"우리 다음은 뭐 할까요?"
운동이 취미인 사람의 눈은 아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