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통닭 구이가 되었다.

ep 4. 플라잉 요가 체험기

by 이십일

왜 이렇게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운동에 매번 구미가 당기는지 모르겠다. 이 날도 퇴근하자마자 잰걸음으로 플라잉요가 센터로 향했다. 딱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 둘은 운동의 레벨은 상관없이 가능한 시간에 맞춰 레벨 2 플라잉요가 클래스 체험을 선택했고 다가올 앞 날은 예상하지 못하며, 아침 운동으로 키운 근력으로 올라가자며 웃었다.


정확히는 근력왕 버디는 예상할 필요가 없었고, 고난과 시련은 나에게만 찾아왔다.


시작 전에 해먹을 설치하고, 해먹을 이용한 간단한 스트레칭 이후 본격적으로 해먹에 올라탔다.


왜 꼭 겪어봐야 기억이 나는 것일까. 해먹이 허벅지를 감는 순간, 짜릿한 통증에 예전에 체험했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이거 굉장히 힘들었고, 잘하지 못했었는데. 왜 예약할 때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웃기게도 그 당시에 굉장히 고군분투했던 기억은 모두 잊고, 마지막 순간에 해먹에 감싸인 상태가 굉장히 안락하고 포근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때도 찢어질 듯 아픈 허벅지와 골반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했는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처음 동작은 해먹에 다리를 걸고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다리를 벌리는 동작이었고, 여기까진 할만했다.

근력왕 버디가 내 뒤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집어진 모습을 나만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기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겨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웃을 때마다 해먹이 흔들리며 해먹에 감긴 골반이 아파왔다. 웃음은 멈추지 않았고 진지한 선생님의 눈을 피하며, 욱신한 골반의 통증을 참고, 곧잘 따라 하는 버디의 뒷모습에 놀라면서도 이 상황과 자세가 웃겨 나 혼자 엄청난 전쟁의 시간을 보냈다. 5분도 매달려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체감 상 시간은 15분은 지난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정말 서커스 뺨치는 자세로 들어가기 위해 해먹 위에 똑바르게 올라섰다.

새삼 다시 느꼈던 건 해먹 위에 올라가 있을 때 생각보다 높아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과, 앞에서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지만 따라 하기엔 겁이 나고 해먹 위에 올라서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내가 해내길 바라는 선생님의 눈빛에 용기를 내 다리를 걸어보면 쓸려오는 해먹이 너무 아팠고, 여기엔 나의 큰 실수도 한몫했다. 해먹이 살에 직접 쓸리면 매우 아프다는 것을 간과하고 아침 운동 때 입은 반바지 레깅스를 그대로 입고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시도에서도 무척이나 아파하니, 선생님도 반바지가 좀 힘들다고 이야기하셨다. 해먹 위로 올라가서 서기조차 어려운데, 살까지 쓸리니 어려운 동작이 나올수록 전의를 상실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입고 왔던 긴바지를 운동복 위에 다시 입고 도전했다. 그렇다고 크게 퍼포먼스가 나아지진 않았으나, 살이 쓸리진 않아서 그나마 할만했다. 해먹 사이에서 잘못 꿰매진 실처럼 어찌 끼여 있다가, 선생님의 수려한 동작을 따라 해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근력도 유연함도 방향감각도 부족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잦았다. 이렇게 진도를 못 따라갈 수가 있나? 싶었지만 안되니 별 수 있나.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 보다 안되면 해먹에서 내려와 기댄 채로 곧잘 따라가는 근력왕 버디를 응원했다.

버디는 나와 웃으며 했던 근력으로 올라가자는 약속을 아주 잘 지키고 있었다. 팔다리의 근육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곧잘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했다.


해먹을 타고 한참 위에 올라가서 아래 있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안타깝고도, 미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나도 함께 해내지 못해 미안함과 민망함이 공존했지만, 해먹을 견디고 올라가기엔 나의 근력은 턱 없이 부족함을 실감했기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발바닥이 땅에 닿는 평온한 상태에서 버디가 해먹에 둘둘 감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종종 보조도 해주었다. 아주 뿌듯했던 게 보조를 해주면 결국에는 올라간다. 하나 더! 를 외치는 트레이너 분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싶었다. 기가 막힌 자세를 해냈을 땐 카메라에 잘 담기 위해 나의 해먹을 치워주었다. 이 찰나에 찍힌 사진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선생님도 버디의 운동 수행 능력에 감탄하였는지 말씀하셨다.

"찾았다, 플라잉 체질"


선생님의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버디는 모든 운동이 체질인 편인데, 영업하려고 하셔도 쉽지 않으실 겁니다."


수업의 마지막 동작은 꽤나 긴 편이었는데, 올라가서 가능한 만큼 선생님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비둘기 자세에 도달해서 다빈치 자세로 마무리해도 되는데, 가능하다면 끝까지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비둘기 자세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꼬챙이에 끼인 통닭구이 같은 자세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마무리 시간 동안 해먹에 싸여 편안히 누워있는 순간이 모두 해결해 주었다.


온몸의 근육과 유연성 다 써야 하는 전신 운동을 하고 나서 가지는 이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은 해먹을 집에 설치하고 싶을 정도로 아늑하고 편안했다. 좀 전까지 내 골반을 옥죄이던 빳빳한 해먹이 아니라, 굉장히 부드러운 이불 같은 느낌이었다. 앞서 플라잉을 하기 위해 연료를 엄청 써댄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느낌! 좀 짧은 감이 있었지만, 불도 끄고 잠깐 아늑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이래서 지난번에도 힘든 건 다 까먹고 즐거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끝나고 보는 운동 영상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래도 해먹 위에 올라가기 위해 평소 안 하던 자세를 많이 하고 해먹에 둘둘 감겨 있는 서로를 보면 웃길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다시 하게 되면 해먹에서 웃으면 무지 아프니까, 꾹 참았다가 내려와서 많이 웃는 것으로!


언젠가 해먹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플라잉 근육왕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image.png 버디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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