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마음에 돌을 맞은 하루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번 학기 나의 최애 교수님 덕분이다. 교수님은 수업 중간중간 Humanity에 대해 강조하신다. 왜 꼭 학기마다 그런 교수님이나 선생님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살아가며 가져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수업 시간이 다 가버려 서둘러 수업하던 곳으로 돌아오는 분들. 그러다 또다시 사회에 대한 비판을 주르륵 늘어놓고 “아이고 미안합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하는 분들.
잡담만 하다가 끝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난 이런 분들을 꽤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좋고, 선생님이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좋았다. 친선생님파였기 때문에 장난을 치느라 야단은 맞아도 선생님과 척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아직도 힘들 때 내가 다시 떠올리는 응원 중 하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영어 선생님이 해준 응원이다. 학생에게 선생님이란 참 소중한 존재이다. 아마 이번 학기 최애 교수님도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수업 중 나에게 던졌던 질문과 함께.
그 질문은 바로 아래와 같다. 이 질문이 이 글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다.
“여러분은 대기업에서 일하다 교사로 전향한 선생님들은 뛰어나다고 생각하나요? “
회사 다니면서 임용까지 합격했으면 진짜 대단한 사람 아닌가? 학교에서도 뭐든지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는 내 바람도 포함된 것 같다. 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이가 좀 들고 나서 그렇게 직업을 전환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마치고 교수님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뛰어남에 동의한다고 눈을 크게 뜨고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절대 아닙니다. 그런 배경을 가진 선생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뛰어날 것이다라는 생각은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본 선생님 중 아주 훌륭한 분도 있었지만, 아주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러분 중 직장인인 분들도 있을 거예요. 교사가 노후가 보장이 되니까, 방학도 있으니까 다른 일보다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감히 훨씬 더 힘들 것이라 말할 수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대학원에 왔었는지 본인의 생각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주경야독하는 여러분은 칭찬받아 마땅하긴 합니다. 허허허 “
교수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일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창피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교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뼈저리게 느끼고, 말하고 다녔으면서 내심 마음속에선 4-50대엔 선생님이 되어있길 꿈꾸고 있었다. 수업 중 들었던 한마디 한마디가 집에 가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단어 하나하나 맞는 말이기에 불만을 품을 수도, 반론을 제시할 수도 없었다.
노후가 보장되고, 방학도 있으니까 지금보다 나이가 들어서 일하기엔 더 편하겠지라고 당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보듯 조목조목 말해주신 답변에 더 몸 둘 바를 몰랐고 한편으론 본인의 직업에 이렇게 큰 열정을 가진 교수님을 만난 게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이 일은 한 달 내내 내 머릿속에서 굴러 다녔고, 정답은 없는 문제였기에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나를 비난할 순 없지만 교사뿐 아닌 다른 모든 직업을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되겠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가 spare가 아닌 main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라고.
글로 작성한 이야기 외에도 매주 강의 시간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애 교수님의 이야기보따리는 끊이지 않는다. 교수님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 정답은 없다. 이 이야기들이 나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나와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수용할 공간도 마련해 준다. 앞으로 2번 남은 강의가 아쉬울 뿐이다.
교수님의 바람처럼 나도 Humanity 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