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뒤늦은 감상

by 라이블리

일리아 밀스타인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멜버른에서 자랐으며, 현재 뉴욕애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의 그림은 20세기 초 신문 만화, 네덜란드의 르네상스 그림, 1980년대 유럽만화 등에 많은 영행을 받았다. 일리야 밀스타인은 뉴욕타임스, 애플 등과 협업하면서 유명해졌다.


[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Ilya Milstein : Memory Cabinet


[밀수꾼의 양심]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닛' 전시를 관람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늘 머릿속에 생각만 하고 있던 이야기를 뒤늦게 기록해 본다,

일리야 밀스타인의 작품들은 관람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다.

보는 그림이 아닌 읽는 그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야기가 참 많다.

그것이 사람의 이야기든, 풍경의 이야기든, 반려 동물의 이야기든, 물건의 이야기든 어느 작품 속에서나 누구든지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가 있다.

이런 그림 속 이야기의 힘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나는 유독 전시를 보기 시작해 얼마 되지 않은 초입에 위치한 '밀수꾼의 양심'이라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을 훔쳐 들고 나오다 걸음을 멈춘 순간

밝은 빛을 접하고 주춤 멈춰서 버린....

빛이 들어오지 않은 실내에서는 머뭇거림이 없이 들고 나오다 빛을 마주하고선 순간, 고민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

예상치 못했던 고민의 순간, 발자국을 띄어 그대로 나갈지 아니면 돌아가서 그림을 놓고 나올지 멈춰 서서 고민하고 있는 밀수꾼의 감정과 생각이 느껴져서 한참을 머물렀다.

밀수꾼의 입장에서 다행인지 아닌지 빛은 아직 밀수꾼의 눈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다.

미세하지만 정확하게 눈만이 빛을 피해 있다.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오면 빛이 눈을 마주하게 된다. 눈이 빛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밝은 빛의 영향으로, 아마도 밀수꾼의 마음이 그림을 놓고 나오는 방향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얹어보지만 과연 그의 선택은 한걸음 앞으로의 전진일까 한걸음 뒤로의 후퇴일까 같이 고민해 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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