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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리고 만두

1년에 한 번 오는 만두 빚는 날

by 라이블리

우리 집에는 겨울 마다하는 연례행사가 있었다.

새 김장 김치는 새콤새콤 유산균을 만들어 내며 익어 가고, 그전 해에 담아 놓은 김장 김치가 푹 익어 묵은지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면 김치 만두를 빚는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데 엄마가 두부, 묵은지, 숙주, 돼지고기, 파, 마늘 등등 각종 재료를 다듬고 치대어 속 재료를 준비해 놓으시면 아빠가 커다란 스텐 대야에 밀가루 반죽을 하신다.

이 날은 아빠도 옷소매를 걷어 올리시고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시는 날이다.

반죽이 마무리되고 일정 분량 잘라 내시면 동생이랑 내가 길게 말아서 새알심 크기만큼 조각을 내고 아빠가 또 요리조리 돌려가며 밀어서 만두피를 만들어 내신다.

그러면 나와 동생 오빠까지 셋이서 만두를 빚기 시작한다.

만두재료의 양과 만들어 낸 만두의 양은 흡사 줄 서는 만두 가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다.

집에 있는 쟁반이란 쟁반은 다 나오고 그 쟁반 위로 만두가 가득 찰 때면 엄마가 커다란 들통에 육수를 끓이시고 만두를 삶기 시작하신다.

만두가 삶아져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 자리에서 먹고 또 만들기를 반복한다.

어느 정도 만두가 마무리되고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아빠가 칼국수를 미시고 남은 육수에 삶아진 칼국수까지 먹고 나면 만두 빚기의 여정이 거의 마무리가 된다.

남은 만두는 냉동실로 향하고 정리를 하고 나면 하루가 저문다.

그날 하루에 먹은 만두 양만으로 보면 몇 달 치 만두를 한 자리에서 다 먹은 느낌이다. 하지만 묵은지를 꼭 짜서 양념을 하고 두부를 많이 넣은 집에서 빚은 만두의 맛은 파는 만두와는 결이 달라서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편했다.

지금은 만두의 종류가 세기 힘들 정도로 많고 언제든 냉동실에 쟁여 놓고 꺼내 먹을 수 있지만, 찬바람이 불고 지난해의 김장 김치가 묵은지로서의 가치를 발할 때면 그 겨울의 손만두가 생각이 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만두를 빚고 먹었던 분위기도 함께.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판을 벌려 볼까 싶다가도 "아이고야, 숙제며 할 거 많은 아이들 붙들고 만두 만들자면 퍽이나 좋아할까" 싶기도 하고 재료 손질부터 만들고 먹고 치우고 하는데 들어갈 노동력을 생각하면 나부터도 움츠려 들게 된다.

그 시절 부모님의 수고로움과 희생으로 마음이 따듯해지는 아름다운 추억을 또 하나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요즘은 부쩍 이런 추억들이 삶을 지탱해 주고 자라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또한 우리 아이들과 삶의 자양분이 될 추억들을 더 많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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