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다섯 스물하나" -
요즘 나의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있다.
과거의 시간들 중에서도 십 대 고등시절부터 20대까지, 청춘이라 부르는 빛나던 시절...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그 시절 노래들과 우연히 보기 시작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영향일까 자꾸 나는 과거로 되돌아간다.
지금의 삶이 부단히도 힘들게 느껴지는 탓도 있으리라.
나이가 쌓이면서 삶의 무게도 같이 쌓이는 느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두가 처음 살아가는 날들이고, 작년도 올해도 내년도 그럴 테이고...
삶의 무게가 부쩍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하루 속에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몰입이 주는 힐링이 무엇인지를 뒤늦게 알게 해 주었다.
90년대 IMF 시대를 건너온 우리의 이야기. 나 또한 9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졸업을 하고 그 시절을 함께 걸어왔던 세대로서 주인공 백이진의 현실이 너무나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다.
모든 걸 다 앗아가기도 한다는 시대.
주인공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서로를 성장시키고 구원해 주는 존재들이다.
사랑을 넘어선 그 이상의 존재...
인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다 담을 수 있는 표현이 찾기 힘들 정도의 행운이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에게 너무 애정이 간 걸까
주인공 나희도가 김태리여서 김태리가 나희도여서, 주인공 백이진이 남주혁이어서 남주혁이 백이진이어서 참 고마운 생각도 든다.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보게 된 드라마였기에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대단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회차를 거듭해 나가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긴 했지만....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에게 푹 빠져서 보고, 두 번째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다 보니 그들이 했던 말들에 이러한 결말이 예상되는 이유들이 충분히 내재되어 있었다.
나희도가 백이진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서로 너무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놓아주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가.
이유는 복잡다단하다.
시대도 있고, 개인의 결핍도 있고, 성장도 있고, 꿈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러면서 잠시 머물렀던 생각이 결핍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게 마련이다,
정서적인 부분이든 경제적인 부분이든 완벽한 인생이란 존재하기 힘들기에 누구나 그게 무엇이 됐던 자기만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사람에게 그 결핍이라는 것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 다시 살지 않는 한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적당한 결필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인간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었던 결핍은 내면에 뿌리 깊게 박혀 도돌이표처럼 삶을 그 지점으로 계속 되돌리기도 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정주행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이 이 나이쯤 되면 보이는 게 있다.
읽히는 게 있다.
이해되는 게 있다.
경험치로 촘촘히 쌓인 삶의 겹들이 그것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신체는 노화를 겪고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생각은 여러 갈래로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의 방학과 삼시세끼, 학원 일정들에 정신 없는 와중에도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함께 나의 여름은 나의 것이 되었다. " 이 여름은 우리 거다~~"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여름.... 2025년 여름.....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