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는 왜소하고 하체는 튼실하다. 상의는 55, 옷에 따라 44 사이즈까지도 입는데 하의는 늘 66 사이즈를 입었다.
현실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다리다. 다른 상체에 붙어 있었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내게 붙어 있어 불균형이 도드라질 뿐.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춘기 시절부터 가져온 콤플렉스다.
그래서 상의 선택에 까다롭다. 뽕을 넣은 것은 아니라도 옷 자체에 어깨선이 잡혀 있어서 없는 어깨를 옷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가는 상체에 착 감기는 재질은 기피한다. 얇아도 옷감 자체에 힘이 있거나 가급적 도톰한 재질을 선호한다. 크롭 상의는 대개 짧고 굵은 하체를 돋보이게 해 주므로 탈락이다.
두 아이를 낳고는 조건이 추가되었다. 집안에서 입고 활동하기에 불편하지 않고, 그대로 입고 밖에 나가도 볼품없지 않으며, 여차하면 세탁기 건조기에 넣어 빨아버릴 수 있는 소재의 상의.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한 상의를 하나가 찾았으니 Saint James (이하 SJ)의 가로 줄무늬 티셔츠다. 내게는 7개의 가로 줄무늬 티셔츠가 있다. 모두 시즌 컬러로 나왔다가 재고가 남아 final sale 하는 것들을 산 터라 색깔이 다채롭다. 노랑 노란색, 쨍한 주황색, 옅은 하늘색, 회색 바탕에 쨍한 주황색. 세일된 가격에 산 데다 자주 흐린 시애틀에서 사는 이의 일상에 색을 입혀주니 꽤 만족스럽다.
한 가지 단점은 있다. 튄다는 점이다. 옷을 너무 자주 빠니 옷이 많이 상하는 듯해서 같은 옷을 이틀씩 입기도 하고, 어쩌다 애들이 아파서 씻지도 못한 날에는 사흘씩도 입으니, 가끔 창피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아침 9시 30분마다 회사 daily sync 미팅이 있는데 사흘 내내 쨍한 주황색 줄무늬 SJ 티셔츠를 입고 들어갔다. daily sync 전에 늘 아이들을 데이케어에 데려다주는데 사흘 내내 같은 SJ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다녀왔다.
무난한 무채색의 옷이면 사흘 내내 같은 복장이란 사실을 들킬 확률이 낮아지지 않을까.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인 요즘이다. 가급적 매일 옷을 갈아입으려 노력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