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가 헐거워졌다
살이 빠진 모양이다
부모님께서 시애틀에 오셔서 함께 지낸 지 한 달이 됐다
늘 이맘쯤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삼 년의 데이터에 의거한 결론이다
특별히 다른 뭔가를 해서는 아니다
부모님께서 챙겨주시는 삼시 세 끼를 먹다 보면 그리 된다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 몸무게가 다른 *내쉬 균형을 찾는 느낌이다
김치와 김이 없으면 밥을 못 먹던 나는 미국에 와 15년을 살면서 식성이 바뀌었다
며칠 쌀밥 구경을 못 해도 한식이 생각나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고는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야식을 하는 습관도 생겼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몸무게가 57kg 근처에 가 닿는다
부모님께서 오시면 삼시세끼 한식 밥상을 차려주신다
이제는 낯설어진 식단이라 그런가
그렇게 매 끼니 한식을 먹다 보면 속에서 쌀밥이 받쳐 오르는 느낌이 든다
야식 생각도 안 나고 밥양이 점점 줄어든다
몸무게가 55kg 근처에 가 닿는다
살이 빠지고도 체력이 좋아진다
길게 늘어놨지만
감사하다는 간단한 말이다
마흔의 나이에 바라보는 일흔의 부모님은 이제 내가 돌봐드려야 할 대상일 것 같은데
아직도 내가 부모님의 돌봄의 대상이라는 것이
놀랍고 송구스럽다
*내쉬 균형: 두 명 이상의 다인 게임에서 서로가 다른 경쟁자들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한 끝에 더 이상 아무도 자신의 선택을 바꿀 유인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학부 때 경제학을 공부하며 배웠던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는데 재미있었고 이후 그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