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우리들의 심리…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나는 일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한 곳에 모여 (주로 홍보관이나 모델하우스) 조직을 꾸려 분양을 합니다. 이를 ‘조직 분양 또는 네트워크 분양’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 조직 분양은 아파트나 상가에 미분양이 생긴 경우에 조용하게 미분양을 해소하는 목적이었습니다.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을 제시하면서 알음알음 투자자를 모집하는 식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분양할 때, 애초부터 ‘조직분양’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홍보와 조직적 활동을 병행하면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분양대행사 직원’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외모가 반질하고 좋다고 투자하라고만 하니 무조건 의심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중개사무소를 개설한 후, 사무소 인근에서 진행하는 상가 분양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중개업과는 다른 <분양업> 세계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분양일을 하나요?>
젊은이부터 중년, 나이 많은 어르신.. 그리고 저와 같은 중개사무소 대표,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를 위해서 모여있었습니다. 누가 많이 계약을 하냐, 어느 팀 어느 본부가 더 매출이 큰지 경쟁합니다. 본인 손님 방문이 없는 분양 직원은 불안해지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내부 경쟁을 유도하면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조직분양을 합니다.
분양가의 일정 비율로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계약을 많이 하면 단기간에 수입이 꽤 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젊은 사람들이 분양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가령 5억 원짜리 호실 4개를 분양시키면 매출이 20억이고 약 2% 수수료를 받는다면 4,000만 원(세금 공제전)입니다. 불과 2~3개월 만에 이만큼 벌어 갈 수 있습니다. 팀장, 본부장은 직원들의 매출에 비례해서 수수료를 따로 받습니다.
<분양 직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분양 물건의 조건은 정해져 있고 모든 정보는 직원들에게 똑같이 공유됩니다. 분양대행사에서 광고비를 집행하여 홍보를 하고 광고 전단지, 현수막 등 물품 지원을 합니다. 분양인은 손님에게만 집중하면 됩니다. 따라서, 분양일이란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던 외부에서 손님들을 만나 든 지, 가망고객들이 많이 내방하도록 하는 게 전부입니다.
얼마나 많은 가망 손님들을 발굴해 내느냐는 각자의 역량이 다르고 방법이 다릅니다. 저와 같이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기존 고객의 DB가 확보되어 있으므로 투자 손님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화를 해서 내방을 요청하게 됩니다.
반면, 그 지역에 기반이 없는 사람들은 블로그 홍보, 파워링크 광고를 통해 손님의 문의를 유도합니다. 또는 홍보팀에서 손님 DB를 받아 전화작업을 통해 내방을 유도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분양일에 많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상황을 만들어라!>
분양 팀원들이 가능성 있는 손님들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여 모델하우스(또는 홍보관) 현장을 방문하게끔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것을 상황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많다는 것은 모델하우스 내 분위기를 띄워서 더 좋은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때로는 홍보관에 있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분양 관련자 일 수 있습니다. 보통 분양 일하는 사람들은 별도의 공간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 콜이 있을 때 홍보관으로 나와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조직분양의 목표는 완전판매!>
단기간에 모든 분양 호실을 분양절차의 하자나 고객 클레임 없이 전부를 분양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완전판매라고 합니다.
따라서, 분양 팀원들은 미리 충분한 교육을 받고 매물에 대한 숙지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왔을 때, 팀장이나 본부장이 클로징을 담당하게 됩니다. 혹시 모를 잘못된 브리핑이나 고지를 안 해서 생길 수 있는 법정 분쟁의 소지가 없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분양이란 게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좋다면(특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고, 자금을 구하기 쉬운 때) 광고효과가 더 큽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홍보관이 북적댄다면 일단 흥행 성공입니다.
손님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면 마음이 급해지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고객 설득이 좀 더 쉬워집니다. 홍보관을 한번 들렸다가 계약을 하게 됩니다. 흥행에 성공하면 좋은 호실부터 빠르게 계약이 이루어지면서 입지가 좋지 않은 호실까지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신기하게 다 팔립니다!
<조직 분양 본부장의 어록>
매일 아침 조회 때 경험 많은 본부장의 잔소리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곱씹어 봅니다. 중개업을 하면서도 응용이 되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쉽게 꺼내라” - 손님 ~ 이거 하세요! 입금하세요! 손님의 검토만 기다려서는 안됩니다. 정리를 해주어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물건을 팔기 위해 다른 물건을 죽이지 말라(나쁘게 얘기하지 말라)” “고춧가루 뿌리지 말라”- 분양뿐만 아니라 중개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현장에서 발굴한 손님은 이번 현장에서 소비한다!” - 여유돈이 있는 투자자는 여기서 안 하면 다른 곳에서 합니다. 손님의 관심도는 시간이 지나면 낮아집니다. 관심이 클 때, 클로징 해야 합니다!
완전판매가 끝나고...
분양 조직은 해체되고 현장을 떠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분 두 분, 수분양자들이 지역 부동산에 분양받은 물건을 내놓습니다. ‘마취가 풀린’ 후, 본인의 호실이 정말 괜찮은 건지 문의를 하고 불안해하거나, 전매를 요청합니다. 투자자들은 본인이 가져갈 호실 이외 다른 호실을 내놓습니다.
분양팀이 떠나고 난 뒤에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 분양을 누구 탓을 할 수 없습니다. 분양과정에 하자가 없으므로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개업은 그 지역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손님들에게 아무 호실이나 무조건 좋다고 클로징을 시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확신이 서지 않는 호실을 자신 있게 “하시라고” 하지 못하겠습니다.
여러 어록을 남긴 분양 본부장도 몇 년 전 본인이 분양받은 상가 호실을 팔아달라고 합니다.(본인이 원해서 받은건지, 억지로 받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이렇게 경험이 많은 사람도 어렵습니다.
<분양업과 중개업의 차이점>
매물 : 분양에서는 가격과 조건이 미리 정해져 있으며 공개되어 있다. 중개업에서는 매물이 시장환경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고 적극적으로 조정을 합니다. 모든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광고: 분양을 위해 단기간에 대규모 홍보를 진행한다. 중개업은 사무소 마다 개별적, 지속적으로 광고한다.
손님: 분양인은 계속해서 신규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영업 활동을 한다. 중개인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해야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온다.
분양은 [건축물 분양에 따른 법규]에 따라 하자가 없도록 진행하면, 분양인에게 법적인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중개는 [공인중개사법, 민법]에 따라서 여러 가지 책임과 의무가 지워진다.
제가 경험한 분양업과 중개업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양업은 일단 손님들을 최대한 발굴하여 손님들끼리 경쟁하면서 물건을 선택하도록 합니다. 먼저 나가는 물건이 있고 나중에 나가는 물건이 있습니다. 물건입장에서 봤을 때, 결국 계약확률 100%입니다. 반면, 중개업은 손님이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서 물건을 찾아야 합니다. 차츰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고 조건이 맞는 물건을 소개해주면 계약될 확률이 100%가 됩니다. 반대로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없으면 확률은 0% 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