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2, 데이터 업로드
아바타 2 물의 길.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바타 2는 기대했던 바대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바타 1에서 판도라 행성 숲 속의 여러 신기한 생명체를 소개했듯이 이번에는 바다에서 진화한 새로운 생명체들이다. 숲에서 살았던 제이크 설리의 나비족이 바다환경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멧카이나 부족에게 도움을 청한다. 멧카이나 족장 가족과 제이크 설리 가족 간의 갈등과 협력 과정이 판도라 행성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내가 가장 주목했던 인물은 아바타로 부활한 쿼리치 대령과 아들 스파이더이다. 스파이더는 인간 쿼리치 대령의 아들이지만 너무 어려서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나비족과 함께 자랐다. 아바타 쿼리치는 대령과 유사한 외모의 새로운 존재일 뿐 쿼리치가 아니다. 그는 아바타 생체에 쿼리치 대령의 기억과 경험을 이식한 존재이다.
아바타 쿼리치는 인간 쿼리치가 네이티리에게 화살을 맞고 최후를 맞이했던 장소에서 쿼리치대령의 해골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는 쿼리치 유골을 수습하는 대신, 유골을 부순다. 이 장면을 통해서 아바타 쿼리치는 자신이 인간 쿼리치가 아님을 모두에게 보여 준다.
한편, 숲에서 아바타 쿼리치의 부대를 지켜보던 스파이더는 이들에게 발각되어 끌려간다. 스파이더를 심문하여 제이크 셜리가 숨어있는 곳을 알아내려 하지만 스파이더는 입을 열지 않는다. 아바타 쿼리치는 스파이더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쿼리치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쿼리치가 아니다, 너 (스파이더)와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
아바타 쿼리치는 스스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는 독립된 인격체이다. 하지만 인간 쿼리치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 쿼리치의 백업 인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종반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네이티리와 셜리는 쿼리치에게 붙잡혀있는 딸을 구하러 침몰하는 배로 향한다. 아바타 쿼리치와 네이티리의 맞대결.
네이티리는 대령의 아들, 스파이더를 인질로 잡고 말한다. “아들에게는 아들로..” 자신의 아들을 죽였으니 스파이더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아바타 쿼리치는 스파이더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며 코웃음을 친다. 그 순간, 네이티리가 칼로 스파이더의 가슴을 그으면서 진짜로 살해할 수 있음을 보이자, 갑자기 아바타 쿼리치는 스파이더를 아들로 인식한다. 그리고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네이티리의 딸을 풀어준다.
아바타 쿼리치와 제임스 셜리, 네이티리의 치열한 대결 끝에 쿼리치는 패배하고 물에 빠진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 탈출하려던 스파이더는 물속으로 가라앉는 쿼리치를 끌고 물속을 빠져나온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아바타 쿼리치는 스파이더를 ‘아들’이라 부르며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는 나비족으로 돌아간다.
아바타 쿼리치는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아바타 2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는 기계가 아니라 복제된 나비족 생체이다. (기존의 SF 영화는 인체를 사이보그로 만들어서 능력을 강화시키거나 반대로 인간 정신을 기계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
판도라 행성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으며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나비족의 생체를 복제하고 그 안에 인간의 정신, 인격을 심는 아이디어이다.
아바타 1편에서는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군인, 제임스 설리가 나비족의 몸에 자신의 정신을 링크시켜 판도라 행성을 지키는 이야기였다. 반면, 아바타 2에서는 이미 죽은 쿼리치 대령의 정신을 데이터로 만들어 나비족 아바타에 업로드한다.
이런 ‘업로드’는 인격을 데이터로 만들어 언제든지 새로운 아바타(로봇이나 복제 생체)에 ‘다운로드’하여 살려낼 수 있게 된다.
'인격이 데이터가 되면 영원히 죽지 않게 되어 영생을 얻는 것일까?'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의식이 있는 걸까? 도대체 의식이란 무엇인가?'
이는 철학자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AI 개발자 등 여러 분야 전문가에게 주어진 질문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 시나리오 작가는 아바타 쿼리치가 스파이더를 ‘아들’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통해서 우리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
*<마음의 아이들> 한스 모라벡
“한스 모라백은 우리는 인체를 완전히 버리고 정신을 업로드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 형태로 두뇌 전체를 본뜬다는 아이디어이다. 그런 업로드는 (정신은) 가상현실에서 살면서 로봇의 몸을 지니고 걷고 날고 수영하고 우주를 여행할 수 있으며, 물리 법칙에서 허용된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 업로드는 죽음이나 한정된 인식 자원 같은 일상적인 걱정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마음의 아이들 저자한스 모라벡출판김영사발매 2011.09.09.
<라이프 3.0> 맥스 테그마크
“일부 연구자들은 최초의 인간 수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지능)는 업로드일 것이고, 이는 초지능으로 가능 경로의 시작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 AI 연구자들과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소수 의견이라고 하는 게 공정하다. 그들은 대부분 초지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소프트웨어로 두뇌를 본뜨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우리는 두뇌 본뜸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가장 단순한 경로가 꼭 자연 진화의 과정일 필요는 없다. 자연 진화는 스스로 조합하고, 복구하고, 재생산하는 등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있다. 자연 친화는 또 식량 공급이라는 제한 조건 아래에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반면 인간 엔지니어는 이해하고 제작하기 쉬운가에 따라 최적화한다. 자연 진화는 에너지 효율적인 데다 이해하지 못할 고난도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얘기이다”
“항공기 산업이 새를 본뜬 기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기계 새를 어떻게 만들지 궁리해 낸 2011년은 라이트 형제의 최초 비행 이후 1세기도 지난 뒤였다. 또 항공기 산업은 날개를 퍼덕이면 나는 기계 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계 새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의 더 단순한 초기 해법이 우리의 비행 수요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저자맥스 테그마크출판동아시아발매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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