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몰입하는 건 ‘세상의 want’나 ‘엄마의 want’가 아닌 ‘자신의 want’입니다.
요즘 아이 마음은 어딜 향하고 있나요? 아이 마음과 정신을 단단히 잡아두는 그것이 아이에게 이롭나요? 해롭나요? 만약 이롭다면, 그건 몰입입니다. 하지만 해롭다면 아마도 중독일 겁니다. 엄마는 아이가 많은 시간을 행복과 기쁨 속에서 의미 있게 보내길 원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란 바로 몰입의 순간이에요. 몰입은 모든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어서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모른 체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입니다. 몰입의 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 내면에서 많은 귀중한 것들이 떠올라요. 행복, 자존감, 황홀, 기쁨, 편안함, 만족감 등입니다.
몰입은 인간 본능 중 하나인 호기심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현상이나 대상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때, 우리는 그것을 탐구하기 시작해요. 호기심이라는 본능에서 시작해서, 탐구행위라는 의식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거죠. 물론 탐구 활동은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상을 몸과 마음을 다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행복과 만족을 느낍니다. 멋진 결과물은 덤으로 얻습니다. 이 모든 것은 몰입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몰입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가장 많고, 관심사가 누구보다 뚜렷한 사람이 바로 아이들이니까요. 눈과 마음을 사로잡힌 채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 모습을 많이 봤을 거예요. 아이 마음은 맑은 물과 같아서 수많은 호기심이 보석처럼 빛나는 게 잘 보입니다. 맑은 물속을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가 잘 보이는 것처럼요.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변하고 있어요. 자신의 관심사나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의미 있는 몰입이 힘들어지고 있어요.
호기심이 많고 관심사가 뚜렷했던 아이들은 중, 고등학생이 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오직 해야 하는 걸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해야 하는 교육과정은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 꺼내보지도 못한 수많은 호기심을 뒤로한 채 오로지 학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이 마음에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관심사를 충분히 탐구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먼저 해봐야, 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학업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야 해야 하는 걸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몰입은 꿈과 희망을 현실로 구현하는 정신활동입니다. 아이들 감성을 행복, 충만, 성취 등의 고귀한 색채로 물들이는 의식활동이 바로 몰입이죠. 지금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잃어버린 몰입을 찾는 겁니다. 스마트 폰이 제공하는 가상 세계에 갇혀있는 아이, 맞춤형 인재가 되기 위해 진짜 꿈을 잃어가는 아이에게 몰입을 찾아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몰입의 기쁨을 찾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몰입에 대한 올바른 의미를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몰입을 잘 하기 위한 마음이란 결과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과정의 시간을 순수하게 즐기는 겁니다. 최고의 가치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이루는 과정을 순수하게 즐겼을 때 탄생하기 때문이에요. 진짜 몰입은 차원이 다른 행복을 선물합니다. 기쁨과 감동은 물론, 우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만들어요. 아이에게 진짜 몰입을 알려주려면, 어떤 마음으로 몰입해야 하는지를 말해줘야 합니다. 결과 혹은 성과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라, 과정을 순수하게 즐기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몰입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얻겠다는 건 마음속 욕심입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건 결국 타인에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멋진 결과니까요. 결과에 집착하면 그 일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결과에 집착할수록 마음에서는 오히려 부담과 두려움만 커집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 깊은 정신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편안한 상태일수록 몰입감은 커집니다.
인간의 잠재력은 가장 순수한 순간, 완전한 몰입의 순간에 최고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진짜 몰입을 하려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엄마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들려주세요.
“원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너무 애쓰지 말자. 결과에 대한 집착은 네 마음속 욕심이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 과정을 순수하게 즐기는 거란다. 결과는 오직 신이 주시는 거야”
“결과의 시간은 짧지만, 과정의 시간은 길어. 넌 어느 순간이 더 행복하길 원하니? 엄마는 네가 더 긴 시간을 행복으로 채웠으면 좋겠구나”
“네게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언젠지 아니? 너의 시선, 너의 손, 너의 온 마음이 뭔가에 몰두하면서 열심을 다 하고 있던 순간이야. 네가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거든. 사람을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 건 너처럼 과정에 몰입하는 모습인 것 같아”
결과에 집착하면 긴 과정의 시간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과정을 즐기는 기쁨이 무엇인지 꼭 알려주세요. 일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아이는 저절로 몰입되는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인생의 순간을 마음에 간직하고 싶을까요? 영광스러운 순간, 행복한 순간, 보람찬 순간일 겁니다. 뭔가를 하면서 수없이 즐겼던 과정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 삶이 영광, 행복, 보람으로 조금씩 물들어 갈 거예요.
둘째, 몰입은 ‘세상의 want’ ‘엄마의 want’가 아닌 아이의 ‘want’여야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마음은 타인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생겨납니다. 이 때문에 자칫 세상 사람들이 근사하게 생각하는 걸 이루려고 몰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무엇일까요? 공부 1등, 성적 1등급, 명문대, 혹은 인기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등입니다. 엄마와 어른들,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아이는 최고가 되고 싶어 몰입을 선택하죠. 인정 욕구가 강한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공부 1등, 성적 1등, 명문대 진학 등을 위해 몰입 노력을 하는 게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공부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게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는 것과 학급 1등, 성적 1등급을 위해 새벽까지 애쓰며 공부하는 건 다르다는 뜻입니다. 공부 자체가 즐거운 아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공부시간이 늘 행복해요. 공부가 아이에게 좋은 보상이기 때문이죠. 반면 1등을 위해 공부에 몰입한 아이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공부를 고통으로 느낍니다. 성적이라는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이 표정에서 ‘편안한 미소’ 대신 ‘한없는 지침’이 보인다면, 아이에게서 ‘활기찬 에너지’ 대신 ‘너덜너덜해진 기운’이 느껴진다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지금 네 모습은 마치 무거운 돌덩이를 머리에 지고 있느라 애쓰는 사람처럼 보여. 무엇이 널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려놓았으면 좋겠구나. 설사 그 돌덩이가 공부라도 말이야. 이참에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배드민턴을 다시 해보는 건 어때? 같이 하자. 즐거울 것 같아”
“엄마는 네가 행복하길 원해. 힘들 땐 잠시 편안하게 쉬어도 괜찮아. 힘든데도 널 힘들게 하는 걸 붙잡고 있는 집념은 ‘열심’도 ‘몰입’도 아니야. 널 지치지 만드는 짐일 뿐이지. 쉬면서 네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게 있는지 생각해봐. 지금은 너에게 기쁨을 줄 타이밍인 것 같아”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멋있어. 하지만 더 멋있는 건 네가 현재하고 있는 걸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거야. 진심으로 좋아하면 ‘몰입’과 ‘열심’은 저절로 되는 거거든”
“수학 1등급, 성적표 이런 것은 네 머릿속에서 지워. 마치 네가 수학을 사랑하는 수학자가 된 것처럼 수학을 해봐. 많은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한 문제 한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해서 너만의 풀이방식을 개발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네가 느낄 성취와 행복이 엄청날 거라 믿어”
“너희 반에서 과학 가장 못 하는 친구를 가르치기 위해서 과학 공부하면 어때?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와 가르치기 위한 공부는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어. 더 많이 생각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거든. 몰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속에서 얻게 될 기쁨은 훨씬 클 거야”
세상의 바람이나 엄마의 바람이 아니라,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에 아이는 몰입해야 합니다. 기타연주, 좋은 책보기, 만화 그리기, 춤추고 노래하기 등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면, 아이는 내면을 긍정의 에너지로 채울 수 있습니다. 만약 필요성 때문에 어떤 활동에 몰입해야 한다면, 아이가 그 활동을 좋아하고 즐길 방법을 찾도록 해주세요. 억지로 해야 하는 몰입은 아이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몰입은 아이 생각과 마음을 함께 성장시켜 줍니다. 몰입은 행복을 달고 옵니다.
아이는 몰입에 최적화된 마음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관심사가 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장하면서, 아이는 자기 관심과 호기심을 잃어가고 있어요.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서 자신을 무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입하지 않고 삶을 그저 치열하게 살려고 합니다. 성공은 몰입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아이들은 모릅니다.
세상 기준에 맞춰서 아이에게 맞춤형 몰입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몰입이 무엇인지 찾아주세요. 즐거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원하는 것에 몰입하면, 아이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거나 자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결과에 집착하지도 않을 거예요. 세상 기준에 자기 마음을 가두지 않으면, 다양한 관점으로 마음껏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걸 보고 다른 해석을 하는 독창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는 거죠. 삶을 고차원의 행복으로 채우는 진짜 몰입은 아이가 마음에 품은 걸 마음껏 탐구하는 몰입입니다. 진정한 몰입이야말로 ‘자기다움’을 완성한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