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과 화를 시시때때로 내는 아이는 어쩌면 내면이 불안해서입니다.
시시때때로 짜증과 화를 낸다고, 아이가 무조건 버릇없는 건 아닙니다. 아픈 마음을 어쩔 수 없이 짜증과 화로 표현할 때도 있으니까요. 대수롭지 않은 일에 버럭 화를 낸다면, 그 순간 아이 내면이 ‘행복’ 대신 ‘불안’으로 가득 찼음을 의미합니다. 이럴 땐 엄마의 훈계를 멈추고 아이 마음을 잠시 살펴봐 주세요. 따뜻한 눈 맞춤을 하고 조용히 아이를 안아주세요. 포근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포옹이 아픈 아이를 위한 가장 바른 처방입니다. 있는 힘껏 안아줄 때 아이 마음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일상에서 우리는 말을 언어로 사용하지만, 때에 따라서 말이 아닌 다른 걸 언어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로 감정 언어입니다. 특정한 소리나 몸짓, 표정이나 행동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거죠. 마음이 편하고 괜찮으면 주로 점잖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우면 말을 하지 않아요. 말 대신 감정을 소통의 언어로 활용하는 거죠. 소리를 지르거나, 괴팍한 행동을 하는 건 감정을 표현하는 겁니다. 감정 섞인 눈빛과 표정 역시 감정의 언어예요.
아이가 말이 아닌 감정을 언어로 사용한다면, 지금 아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 마음이 온통 검은색 먹구름으로 가득하다는 의미예요.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마음에 다시 환한 빛을 비추는 건 사랑을 담은 온화한 말입니다. 아이 마음이 온통 먹구름이라면 사랑을 담아서 온화하게 말을 건네주세요. 엄마가 건넨 온화한 말 한마디에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고, 본래 있던 예쁜 마음이 고개를 내밀 거예요.
짜증과 화를 내는 아이에게 사랑과 온화함을 담아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엄마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다행인 건 엄마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품은 사람입니다. 바로 아이를 향한 고귀한 사랑이에요. 아이에게 안정감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엄마입니다. 짜증과 화를 내면서 감정으로 소통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마음속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 마음속 먹구름을 걷어내는 엄마의 말 3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아이 언어에서 부정적인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핵심 메시지를 찾는 겁니다. 짜증과 화가 마음에 가득 찼을 때는 아이 말에 부정적인 감정의 가시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이때 엄마는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내듯, 아이의 감정 표현에서 부정적 감정의 가시를 발라내야 해요. 그러면 아이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속뜻이 조금씩 드러날 겁니다.
아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아이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놓치면 안 됩니다. 아이 태도가 변한 시점을 전후로 모든 상황을 되감기를 하듯 빠르게 돌려보세요. 그 속에 제법 많은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아이가 홧김에 내뱉은 말에서 부정의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하면 진짜 마음이 드러납니다. 겉으로 표현된 거친 말속에 아이가 숨겨둔 진짜 마음을 본다면, 엄마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아이의 여린 마음을 향해서 따뜻한 한마디를 건넬 겁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의 ‘투정과 화’ 속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요? 저녁 밥상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이 가득한데도 아이는 맛없다고 트집을 잡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맛없어. 먹기 싫어. 내가 언제 닭볶음탕 좋아한다고 했어? 난 엄마한테 닭볶음탕 먹고 싶다고 말한 적 없는데. 왜 엄마 마음대로 해놓고 억지로 먹으라는 거야. 먹기 싫어”
아이는 닭볶음탕이 싫은 게 아닙니다. 조금 전 마트에서 사고 싶었던 축구화를 사지 않고 돌아온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 진심은 엄마에게 이 말을 하고 싶은 거였습니다.
“난 정말 축구화를 갖고 싶어요. 축구화를 간절히 원하는 내 마음을 엄마가 몰라줘서 속상해요. 이 때문에 지금 입맛도 없어요. 지금 마음은 닭볶음탕으로도 전혀 위로되지 않아요”
엄마가 불러도 아이는 방에서 아무 대꾸 없이 게임만 합니다. 결국, 엄마가 방에 들어오면 화를 버럭 내면서 이렇게 말해요.
“나 좀 내버려 둬. 알아서 할 거야. 엄만 평소에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나 같은 게 엄마 아빠한테 중요하긴 해? 잔소리 그만하고 방에서 나가줘. 짜증 나”
아이가 이런 표현을 한 건 상처받은 마음 때문일 겁니다. 조금 전 엄마와 아빠가 아이 성적과 생활 태도로 다투는 걸 들었을 거예요. 아이의 진짜 마음은 이 뜻을 전하고 싶었을 겁니다.
“나도 엄마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다툴 때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아파요. 못난 나 자신이 점점 싫어져요”
진심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른인 우리도 진짜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감정만 표현하려고 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감정 폭발로 이어질 때도 있어요. 차분하게 자기 마음을 설명하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는 엄마에게 진심을 털어놓았다가 원치 않는 긴 설교나 조언을 듣는 게 싫어서 진심을 숨길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건 어른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불안하고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함입니다. “네 진짜 마음은 화난 게 아니라, 아픈 거였구나. 힘든 마음을 몰라봐서 미안해” 엄마의 따뜻한 이 한마디에 꽁꽁 얼어붙은 아이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릴 거예요. 가장 섬세한 눈은 마음을 보는 눈입니다. 가장 섬세한 귀는 마음을 듣는 귀예요. 그리고 가장 섬세한 감각은 마음을 느끼는 감각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가장 섬세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 마음을 보고, 듣고, 느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은 엄마기 때문입니다.
아이 마음속 먹구름을 걷어내는 엄마의 말, 둘째는 아이가 감추고 있는 진짜 마음을 진심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아이가 짜증이나 화를 낼 때, 엄마는 정확한 이유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는 쏙 빼고, 마음에 가득한 부정적 감정만 쏟아낸다면 누구도 쉽게 아이 마음을 알 수 없을 거예요. 이럴 땐 화내고 짜증내는 아이를 혼내거나 다그치기보다는 숨겨둔 진짜 마음을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를 부드럽게 바라보면서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보세요.
“넌 엄마에게 아주 귀한 아이야. 엄마는 네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건지 너무 궁금해. 엄마가 네 마음을 알 수 있게 도와줘. 지금 당장 말할 수 없다면, 마음이 진정될 때 언제든 말 해줘. 기다릴게”
“네 마음이 짜증과 화로 가득 찼다는 건, 네가 원하는 요구가 거절됐다는 의미일 거야. 네가 정말로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엄마가 알아듣게 말해줄래? 지금 네가 보여주는 표현으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엄마가 알아듣지 못하겠어. 네 마음을 들려주면 좋겠구나”
“네가 아기였을 때는 활짝 웃으면 ‘엄마 나 행복해’라는 말이 들렸고, 빽빽 울 때는 ‘나 지금 배고파’라는 말이 들렸어. 그런데 지금은 네가 짜증을 내는 이유를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아. 엄마는 네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널 사랑해. 엄마를 믿고 네 마음을 들려줄래?”
아이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엄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입니다. 질문 속에는 관계를 변화시키는 마법의 힘이 숨어있어요. 단,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질문하면 안 됩니다. 10대가 된 아이는 엄마가 몰라줬으면 하는 일들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질문 속에 담긴 의도는 궁금증 해소가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아이 마음을 조심스레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야 합니다.
‘마음이 힘들면 언제든 엄마에게 털어놓아도 돼. 엄마는 네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이라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해. 항상 네 편에 서서 널 응원한다’
엄마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어쩌면 가장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감정만 드러내고 말을 줄인다면 마음을 닫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소중한 아이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다면 아이가 자기 속마음을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정말로 말하기 싫어할 때는 편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말하면, 말없이 그 필요를 채워주세요. 늘 엄마가 곁에서 자신을 배려하며 기다린다는 걸 아이가 안다면 곧 다시 말문을 열게 될 겁니다.
아이 마음속 먹구름을 걷어내는 엄마의 말, 셋째는 아이가 진짜 마음을 들려주면 조용히 경청하는 겁니다. 아이 마음을 듣는 엄마의 경청은 각별해야 합니다. 아이가 말할 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표정의 변화, 감정의 색깔, 보이지 않는 아이의 간절함까지 들으려고 노력하는 게 엄마의 경청입니다. 이런 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들리는 것들이에요. 엄마의 진심 어린 경청은 아이가 마음을 활짝 열게 하고 아이의 작은 마음 세계로 엄마를 초대하게 합니다. 아이의 작은 마음에 엄마를 초대한다는 건 아이 내면이 조금씩 건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아이 마음을 경청하는 동안 주의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아이와 대화할 때 스마트 폰을 잠시만 멀리 두세요. 아이가 마음을 열고 말하려는 순간 스마트 폰이 울리면, 대화는 중단되고 열리던 마음은 도로 닫혀버립니다. 스마트 폰은 사람의 관심과 집중을 교묘하게 바꿉니다. 스마트 폰 울림으로 아이를 향한 관심과 집중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기 때문이에요. 아이와 대화 중일 때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눈앞에 있는 아이임을 꼭 기억해주세요.
아이 마음을 경청할 때 주의할 또 한 가지는 조언이나 바른 가르침을 일단 멈추는 겁니다. 아이가 마음을 전할 때는 엄마의 조언이나 가르침을 듣고 싶어서 전하는 게 아닙니다. 무겁고 힘든 마음을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싶어서 아이는 마음을 털어놓는 거예요. 그동안 아이가 느꼈을 마음을 엄마도 함께 느끼면서 그저 아이 마음에 공감해주세요. 아이의 눈빛과 표정, 살짝 움츠러든 작은 어깨를 말없이 바라보면서 ‘이런 마음이었구나’를 느끼는 게 아이 마음을 듣는 엄마의 경청입니다.
불안한 아이는 자신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껴야 비로소 마음을 엽니다. 엄마에게 마음을 연 아이는 더욱 담대하게 자기 마음으로 세상을 초대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렸지만, 아이 마음은 사실 여러 종류의 날카로운 것에 긁혀 스크레치가 났던 겁니다. 화, 짜증, 분노 같은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건 내면이 약하기 때문이에요. 내면을 강하게 단련하는 가장 좋은 처방은 아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엄마의 사랑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북극성 같은 존재입니다. 삶의 어느 순간 길을 잃고 헤맬 때, 밤하늘을 바라보면 늘 제자리를 현명하게 지키고 있는 북극성이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애써 긴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북극성을 보면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바른길을 찾는 건 아이 스스로 해야 할 몫입니다. 엄마는 아이 곁에서 북극성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거예요. 한순간 누구나 불안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 불안을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포근한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은 엄마라는 걸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