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에 아이가 노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두 가지 칭찬법
‘말’은 마음에 주는 음식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몸 건강이 달라지듯, 어떤 말을 듣느냐에 따라서 마음 건강이 달라집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주고 싶은 것처럼 좋은 말을 들려주고 싶어서 아이를 마음껏 칭찬하죠. 그런데 아이를 위했던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된다면 어떻게 할까요? 좋은 음식도 체질에 따라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듯, 좋은 의도로 했던 칭찬도 아이에게 독이 될 때가 있습니다. 칭찬이 독이 되면, 아이는 필요한 순간에 노력을 포기합니다.
많은 어른이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합니다.
“넌 참 영리하구나. 아직 어린데 영어를 이렇게나 잘하다니. 참 기특해”
“와! 넌 영재가 틀림없어. 하루에 100개씩 영어단어를 척척 외우다니. 대단하다”
“넌 엄마 닮아서 머리가 좋아. 아이큐도 높고. 그러니 커서 꼭 멋진 의사가 돼야 해”
“정말 잘했어. 내 딸! 다음에도 문제없겠지? 이번엔 시간이 넉넉하니 더 잘할 거라 믿어”
아이가 큰 꿈을 품고 멋진 인생을 살게 하려고 이렇게 좋은 말들을 합니다. 이런 말이 도움이 돼서 정말로 힘을 얻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반면 이런 말들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바람에 노력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말은 몸에 전하는 음식입니다. 좋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음식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그러니 피해야 해요. 모든 아이의 신체 면역력이 다른 것처럼 마음 면역력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번 내용은 이런 마음의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겁니다.
아이의 마음 면역력이 달라서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칭찬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칭찬하는 겁니다. 아이의 재능을 칭찬하는 경우는 대체로 어릴 때입니다. 다른 아이에 비해서 조금 더 잘하는 것들을 엄마는 보통 재능이라고 여깁니다. 한글을 빨리 읽는 아이, 영어 말하기를 잘하는 아이, 숫자 다루는 학습에 능숙한 아이, 예체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 등입니다. 많은 어른은 이런 아이에게 ‘영재’ 혹은 ‘천재’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또래보다 우리 아이가 더 우수해 보이면, 엄마는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할까요? 행복한 마음에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잘 했어” “넌 아주 똑똑해” “넌 정말 영리해” “넌 영재야” 어릴 때는 자신을 높여주는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똑똑하고 잘했던 아이들이 학교를 입학하고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감을 잃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유는 살면 살수록 자기가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스스로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은 훨씬 많습니다. 아이가 경험하게 될 새로운 활동들은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니 어렵고 힘든 건 당연해요. 하지만 영재 소리를 들었던 아이는 이 당연한 논리를 받아들이는 게 힘듭니다. 어른들의 기대치를 깨기 싫은 마음도 있고, 스스로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기도 싫으니까요.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해낼 자신이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어릴 때 재능에 대한 칭찬을 받던 아이가 성장하면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을 발견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먼저, 자기가 못한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쉬운 것만 추구합니다. 새로운 활동이나 어렵게 느껴지는 일은 도전하지 않아요. 실패가 두렵고 그로 인한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아상을 ‘재능 있는 사람’, ‘머리 좋은 사람’, ‘뛰어난 사람’으로 정했기 때문에 이것을 깨는 행동을 할 수가 없어요.
또 다른 경우로 일부러 노력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잘 해낼 자신이 없으면 일부러 공부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고선 이렇게 말해요. “공부를 안 해서 시험을 망쳤어”라고요. 부모는 물론 자신에게도 시험을 망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만드는 겁니다. 시험에서 답안지를 밀려 쓰거나, 시험장에 늦게 도착해서 시험 칠 기회를 놓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건 무의식중에 일어나기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늘 쉬운 것만 하려는 아이, 일부러 자신을 불리한 상황 속에 밀어 넣는 아이, 이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노력을 피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기 수준보다 높은 걸 시도하면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건 아이에게 중요한 경험입니다. 실패 여부를 떠나서, 노력의 의미를 몸소 체험한 아이는 어떤 힘듦을 겪어도 끝까지 해낼 용기를 얻기 때문이에요. 엉뚱한 자존심에서 아이를 벗어나게 하는 건 재능 대신 다른 걸 칭찬하는 겁니다.
아이에게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칭찬, 둘째는 아이가 이룬 성과물을 칭찬하는 겁니다. “이번에 성적이 10점이나 오른 거야? 잘했어” “이번 발표과제 네가 가장 잘했다며? 역시, 멋지다” ‘10점 오른 성적’ ‘발표과제 1등’은 아이가 이룬 멋진 결과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기특해서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거예요. 엄마 칭찬에 날아갈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면역력이 조금 다른 아이에게는 알레르기처럼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기쁜 마음에 아이가 이룬 성과들을 칭찬하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어요. 먼저 칭찬받았던 성과를 또다시 내야 하는 부담감이 아이 마음을 짓누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번에 이보다 못하면 어떡하지?’ 이 말을 마음으로 돼내면서 마음 깊은 곳에 새깁니다. 성취와 만족을 느끼기도 전에 아이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먼저 만나는 거죠. 마음의 부담은 올바른 노력을 할 수 없게 합니다.
성과를 칭찬할 때, ‘성과물=칭찬’이라는 공식을 만들어서 마음에 새기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 마음이 성과물에 꽂혀버리면, 아이는 성과에 집착합니다. 성과만이 자신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에요. 아이 시선이 일정한 결과를 내는 것에 집중되어 있으면, 결과의 성취 여부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립니다. 어쩌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을 자책하거나, 외부상황으로 탓을 돌리기도 해요. 마찬가지로 바른 노력을 할 수 없습니다.
성과를 칭찬받던 아이가 어느 순간 성과를 내지 못할 상황이 되거나, 칭찬 받지 못할 거라고 예상되면 노력도 함께 멈춥니다. 가령, 자신이 이뤄낼 자신이 없는 일은 애초에 노력하지 않는 겁니다. 어차피 칭찬을 받지 못할 거라 여기니 노력이 의미 없어지는 거죠. 아이 인식 속에서 ‘성과’에 대한 대가는 ‘칭찬’인데, 둘 중 하나를 잃으면 나머지도 사라지는 거죠. 아이에게 바른 노력을 알려주기 위해 필요한 건 ‘성과’라는 결과물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겁니다.
아이는 칭찬과 인정을 비슷한 의미로 느낍니다. 인정받고 싶은 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욕구에요. 아이는 인정받고 싶어서 칭찬을 원합니다. 그런데 인정의 원인이 결과물에 있다고 인식하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결과 내는 것에 집착하고 결과를 못 낼까 봐 두렵습니다. 혹은 결과 낼 자신이 없을 때, 노력 자체를 포기합니다. 이런 아이를 다시 노력하게 만드는 건 엄마의 특별한 칭찬입니다.
재능과 결과는 남들 눈에 근사해 보이는 요소예요. 재능과 결과로 아이가 잠시 빛나 보일 순 있지만, 이 때문에 아이는 남들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됩니다. 타인 시선을 의식하면 아이는 자신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할 수 없어요. 아이를 의미 있는 노력으로 이끄는 건 아이 시선이 남이 아닌 자신에게로 옮겨갔을 때입니다. ‘재능’이 아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결과’가 아닌 ‘이루는 과정’이 기쁨으로 이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멈췄던 노력을 다시 하게 만드는 특별한 칭찬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작은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하는 겁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은 모두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배려하는 모습, 나누는 모습, 가족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 등 모두 아이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에요. 이런 작은 행동을 칭찬하면 아이는 예쁜 마음까지 엄마에게 칭찬받는 겁니다. 엄마의 칭찬 덕분에 아이는 작은 행동 하나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아이가 하는 작은 행동들을 눈여겨보면 칭찬할 수 있는 것들이 넘칩니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를 발견하면 지나치지 말고 이렇게 칭찬하는 겁니다. “종이접기 하고 있네. 종이로 무언가를 만드느라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근사해” 이 한마디에 아이는 집중력 있게 뭔가를 한다는 건 참 가치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됩니다. 덕분에 아이는 다른 활동도 집중력 있게 하고 싶어 질 거예요.
스마트 폰을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친구와 뛰어노는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할 수 있어요. “네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정말 에너지가 넘치고 예쁘더라. 넌 마음이 참 밝아.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걸 좋아하잖아” 이런 말을 들으면 친구들과 뛰어노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평범하지 않음을 아이는 알게 됩니다. 마음이 밝아야 하고, 즐거움으로 가득차야 하며, 친구를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이런 가치는 아이 마음에 긍정에너지를 더해줍니다.
엄마의 특별한 칭찬, 둘째는 아이의 존재자체를 칭찬하는 겁니다. 칭찬이라고 해서 꼭 “잘했어” “멋지다” 이런 말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에게 감사와 소중함을 표현하는 것도 엄마의 특별한 칭찬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엄마”라고 부를 때, 저는 그 말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엄마라니, 이 예쁜 아이가 내 아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니, 건강한 모습으로 앞에서 미소 짓는 아이가 그저 고마웠습니다. 다른 엄마들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고 멋진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아이는 늘 엄마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굳이 뭘 하지 않고 있어도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할 수 있어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는 너무 행복해. 더 이상 바랄게 없어” 진심어린 엄마의 말에 아이는 자기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깁니다. 성과나 결과물에 집착하는 대신 그런 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이에게 재미있는 일상이 될 거에요.
아이는 우리가 엄마로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때, 가장 작고 순수한 모습으로 세상에 와서 우릴 엄마로 만들어줬습니다. 엄마로서 대단히 잘한 것도 없는데, 아이는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줬어요. 오직 엄마만을 의지하면서요. 그러니 아이에게 가끔은 이런 말로 칭찬해주세요. “네가 엄마 아이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게 참 신기하고 기적 같은 일이야. 엄마 아이로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이 말에 아이는 자신을 소중하고 귀한 사람으로 늘 인식할 겁니다.
말은 마음에 전하는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에 어떤 말들이 담기느냐에 따라서 마음 건강이 달라지죠. 특히 엄마의 말은 아이 마음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 아이가 들어야 하는 말은 좋은 말, 희망을 주는 말입니다. 이런 말은 재능이나 성과를 치켜세우는 칭찬이 아닙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하나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아이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전하는 칭찬입니다. 엄마의 특별한 칭찬은 아이의 마음 면역력을 높여서 더욱 건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 줄 겁니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자신의 노력을 끝까지 해나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