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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독창성을 망칠 뻔한 두 가지 착각

by 김민경

“지금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뒤 쳐질 수 있어. 적어도 한 학년은 앞서야지”

“뭐든 남들보다는 더 우월한 게 좋아. 제대로 성과를 내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왜 이렇게 느려. 이래서야 경쟁에서는 어떻게 살아남겠니? 좀 더 욕심을 내서 하라고”



아이에게서 독창성이 사라지게 만드는 세상 메시지들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뒤 쳐질 거란 생각은 엄마는 물론 아이 마음에 조급함을 만들어요. 우월함을 강조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건 두려움이 만든 생각입니다. 잘못된 세상 메시지는 아이 마음에 잘못된 믿음을 심어놓죠. 주변에서 들어왔던 수많은 말이 아이에게 삶의 철학이 되고 굳건한 믿음으로 자리 잡게 되니까요. 독창성이 활짝 피어나려면 세상이 만든 착각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 벗어나야 합니다. 바른 마음을 품어야 아이의 귀한 독창성이 지켜진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대부분 독창성이 꼭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라는 걸 잘 압니다. 우리가 아는 독창성은 뭘까요? 많은 사람이 독창성을 이렇게 생각해요. 남들은 엄두 내지 못할 정도의 차원 높은 사고를 하고 수많은 지식을 더 빨리 습득하는 것, 이런 사고력과 지식으로 거대한 성과를 기막히게 창출하는 게 독창성이라고요. 가령, 대부분 아이가 색종이로 비행기를 접을 때, 한 아이가 아직 배우지도 않은 온갖 종류의 동물을 척척 접으면 어른들은 이 아이가 남다른 독창성을 지녔다고 칭찬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전할 독창성은 따로 있어요.



독창성은 감동을 주는 생각입니다. 내가 돋보이는 대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감동을 전하는 따뜻한 생각이 독창성이에요. 소중한 아이에게 이런 말로 독창성을 전해보면 어떨까요?

“독창성은 감동을 전하는 생각이야. 홀로 뛰어나고 싶은 생각은 그 뿌리가 욕심이지만, 감동을 전하는 생각은 그 뿌리가 사랑이지. 네가 품은 사랑으로 어떻게 하면 세상에 더 큰 감동을 줄까를 늘 생각하면 좋겠어. 그런 생각이 모여서 널 독창적인 사람이 되게 할 테니까”



“세상을 사랑했던 많은 발명가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의 문명에서 살고 있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고마운 혜택들은 모두 과거 발명가들의 독창적인 생각 덕분에 탄생했잖아. 이렇듯 독창성이란 감동을 전하는 생각의 결정체란다”



“앙꼬없는 붕어빵을 맛보면 어때? 맛도 감동도 없지? 생각이 사라진 공부는 앙꼬없는 붕어빵과 같은 거야. 생각이 앙꼬라면, 감동은 바로 독창성이야. 달콤한 맛이 우릴 기쁘게 하듯, 깊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독창성은 사람들 마음에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단다”



아이에게 전해야 할 독창성은 색종이로 수백 종류의 동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왜? 어떤 필요와 간절함 때문에 색종이가 탄생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도록 이끄는 겁니다. 다양한 종이접기 방식 익히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은 수백 가지 종이접기 방식을 학습하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요. 반면 ‘왜? 어떤 필요?’로 색종이가 탄생했는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색종이의 본질, 색종이가 세상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죠.



아이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 때도 다양한 풀이 공식 익히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은 수많은 공식을 학습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요. 반면, 하나의 수학 공식이 ‘왜? 어떤 필요 때문에 탄생했는가?’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공식 하나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공식을 발견한 ‘수학자의 간절함’을 느끼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죠. 아이가 가슴에 담아야 할 독창적인 생각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 속에서 탄생합니다. 탐구할 대상에서 본질을 찾고자 하는 깊은 생각이 모여 독창성이 완성됩니다.



의도적으로 아이 독창성을 망치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평범한 일상에서 했던 말과 행동이 독창성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몰랐을 뿐이죠. 이번 장에서 독창성을 망칠 수 있는 두 가지 착각을 소개합니다. 독창성을 망치는 착각 첫 번째는 ‘선행학습은 국룰’이라는 생각입니다. “잘 모르나 본데요. 요즘은 선행학습 안 하면 아이가 학교수업을 못 따라가요. 누구는 좋아서 하나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이런데요” 많은 부모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더군다나 특목고 입학이 목표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선행을 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선행학습은 진리가 맞나요? 선행만 잘 하면, 아이 인생은 멋지게 펼쳐질까요? 선행이 진리라면, 아이가 학습에서 독창성을 마음껏 발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배움의 순간이 즐거워야 해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많은 아이가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공부에 지쳐가거든요. 학급에선 내신으로 우뚝 서야 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명문대를 가야 하니까요. 남보다 뛰어나고, 누구보다 앞서야 바르게 사는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아이들은 늘 불안하고 조급합니다. 이 때문에 더욱 선행에 목숨을 걸고 있어요.



입시를 앞둔 부모와 학생 중 많은 수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진도만 믿고 충실히 임하는 건 뒤처지는 지름길이야. 나 혼자 현행에만 충실하면 뭐해?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라고요. 언젠가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수학학원에 상담을 갔는데, 레벨테스트 시험지에는 배우지 않은 문제로 가득했다고 해요. 아이가 얼마나 선행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학원가에서 행해지는 레벨테스트입니다.



독창성은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사고 속에서 탄생한다고 했죠? 독창성을 꽃피우는 학습은 선행이 아닌 현행학습입니다. 현행학습은 현재 공교육이 이끄는 배움에 충실한 학습이에요. 지금 딛고 선 땅을 내려다보며 ‘맨발로 모래밭에 서 있으니 모래의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데’라는 걸 깨닫는 것. 코끝을 스치는 풀냄새를 맡으며 ‘간밤에 이슬이 내려서 풀냄새가 더 짙게 나는구나’를 알아차리는 것. 이렇듯 현재를 깊이 탐구하는 게 현행학습입니다. 현재를 온전히 느끼고 사고하는 동안, 지금이 가장 의미 있는 순간임을 아이는 깨닫게 됩니다.


혹여나 아이가 선행학습에 집착하면서 앞서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선행학습은 먼발치를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리는 학습이야. 선행 덕분에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는 있겠지. 그게 선행의 목표니까. 빨리 가는 대신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많은 걸 놓칠 수도 있어. 깊이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 혹은 뭔가를 궁금해하는 시간 등”



“선행으로 앞서려는 마음이 오히려 널 조급하게 만들고 부족감에 시달리게 만들 수도 있어. 현행과 선행을 동시에 익히느라 시간에 쫓기지 말고, 현행학습에 더 깊이 몰입해볼래? 학습의 목표는 생각 성장을 위한 거잖아. 생각을 성장케 하는 건 ‘양’이 아닌 ‘깊이’란다”



“지금 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에 집중하고 충실해 보렴. 독창성은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사색하는 동안 완성되어가는 귀한 생각 능력이야. 현재 학습에 충실할수록 네 생각은 더 깊어지고 독창성은 더 빛날 거야”


앞서가는 삶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 기품있는 향을 냅니다. 제 나이를 깊이 있게 살아가는 여유는 아이가 더 짙고 풍요로운 생각 향기를 풍기도록 허락해 줘요. 울창한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천천히 숲을 거닐 듯 여유롭게 거니는 삶 속에서 생각은 깊어지고 독창성의 크기는 더욱 커집니다. 아이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때 바람의 원리를 떠올리고, 눈앞에 반짝이는 햇살에서 무지갯빛을 발견할 때 빛의 원리를 기억해 내거든요. 지금 아이가 선 공간이 ‘고1, 1학기, 수학 시간’이라면 ‘고1, 1학기, 수학 내용’을 더 깊이 탐구하는 게 좋아요. 현실을 깊이 탐구하는 동안 아이 독창성은 완성되니까요.



현재와 미래 시간을 동시에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초등이 중등을, 중등이 고등을 병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미래 학습을 탐내느라 지금 누릴 수 있는 깨달음의 감동을 아이가 헛되게 놓치면 안 되죠. 현재 배움 속에서 궁금해하고 탐색하고 생각할수록 배움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은 더 깊어질 겁니다. 아이 독창성은 현재를 깊이 있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로 성장한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독창성을 망치는 착각, 두 번째는 ‘남들보다 처지면 큰일 나’라는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경쟁하기 때문이에요. “오늘날도 이렇게 힘든데, 미래는 얼마나 힘들까? 지금 남보다 처지면, 결코 못 따라가. 지금은 경쟁 사회야” 이런 불안감 때문에 아이를 공부 지옥으로 밀어 넣는 부모가 있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우리 애는 멋지고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많은 부모가 이렇게 생각해요. 애가 힘든 줄 알지만, 사교육으로 완전무장해야 안전하다고요. 아이 행복을 위한 부모의 가슴 아픈 선택이죠.



공부과열의 사회적 분위기를 아이들도 잘 압니다. 엄마가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자신을 공부 지옥으로 몰고 가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이 아이들은 처지면 큰일 난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그런데 남보다 성적이 처지면 정말로 큰일 나나요? 남보다 낮은 성적이 아이 삶을 불행으로 뒤덮나요? 아닙니다. 우리는 알고 있어요. 과도한 사교육이 아이를 위한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걸요. 그럼 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경쟁에서 처지면 아이가 불행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이와 부모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어요.


두려움이 만든 공부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마음속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남과 경쟁하려는 욕심, 더 뛰어나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 배움’이 주는 즐거움을 찾게 해 주세요. 따뜻한 봄날에는 개나리를 탐구하고, 시원한 가을에는 빨갛게 변해가는 단풍을 보며 궁금증을 품는 게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를 즐기는 배움입니다. 더 뛰어나고 싶은 마음, 지는 게 두려운 마음 때문에 더 빨리 달려나가면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두 놓칠 수 있습니다.



‘난 죽어라 공부하는데, 성적이 늘 제자리라서 화나 미치겠어’

‘정말 죽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또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어’

‘이번에도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난 왜 다른 친구들처럼 잘하지 못할까?’

아이가 이런 생각을 품는다면 아이의 표정, 행동, 작은 몸짓에서 엄마는 어렴풋하게라도 느낄 겁니다. 때론 아이가 넌지시 엄마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아이 마음에서 두려움이 보이고 배움의 즐거움 대신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마음이 지쳐가는 게 느껴지면, 그 순간을 내버려 두지 말고 엄마의 뜻을 전해주세요.


“넌 최선을 다하는데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하니? 마음을 조금만 편하게 내려놓을래? 배움은 대단한 결과를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야. 네 마음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데 도움을 주는 거룩한 행위인 거지”



“열심히 공부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네가 더욱 우뚝 서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야. 배움은 스스로 우뚝 서기 위한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한 거야. 누군가를 돕는 생각이 독창성의 근본이란다”



“독창성은 편안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 비로소 자라는 생각의 열매야. 수학 문제 하나를 대할 때도 정답을 찾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문제가 품은 본질을 생각해봐. 널 어떤 생각으로 이끌기 위해 그 문제가 존재하는지를 찾는 거지”



독창성은 가장 편안한 마음일 때, 더 깊게 생각할 때 빛을 발합니다. 두려움과 힘듦 속에 아이가 젖어있다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에너지가 없을 수도 있어요. 힘든 순간에 건네는 엄마의 한 마디는 아이를 새로운 마음 환경으로 이끄는 빛이 되어 줍니다.



세상에 온 아이를 처음 마주할 때 엄마는 아이가 품은 수많은 보석을 보았습니다. 곤히 잠들어있는 잠재력은 물론 반짝거리는 아이의 꿈을 엄마는 보았죠. 특히 아이가 지닌 특별한 색깔의 독창성은 엄마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가 성장할수록 내면에 품고 있던 수많은 보석이 점점 자취를 감춥니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세상은 “더 빨리!”, “더 잘해!”를 외치고 홀로 돋보이기 위한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이죠. 경쟁은 마음을 조급함과 두려움으로 채우고 아이가 가진 보석 중에서도 독창성을 가장 먼저 숨게 합니다.


지금 아이 마음에는 독창성이 빛나고 있나요? 아님, 빛나던 독창성이 점점 빛을 잃어가나요? 만약 독창성이 시들어 간다면, 미래를 향한 두려움과 서로를 향한 잘못된 기대감 때문입니다.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욕심과 더 많이 가져야 행복 할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우리가 품었던 독창성을 시들게 해요. 독창성을 살리는 길은 세상이 만든 착각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선행학습이 아이를 살리는 길이라는 착각, 남보다 처지면 큰일 날 거라는 두려움의 착각이요.



미래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잘 사는 세상이 아니에요. 독창성이 뛰어난 아이가 재능을 펼치는 세상이 아이가 살 미래입니다. 어른들이 지금껏 살아온 시대를 기준으로 아이를 지도하면 안 되겠죠. 여유로운 생각, 깊은 사고 속에서 싹튼 독창성이 미래 세상에 진정한 감동을 전할 겁니다. 이 순간을 ‘깊이’, ‘오래’,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여유를 아이에게 허락해 주세요. 생각 속에서 아이는 자기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길 테니까요. 사랑과 즐거움의 에너지는 독창성을 자라게 만드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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