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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즐거움을 아이에게 전하는 엄마의 말 두 가지

by 김민경

“글 쓰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는 더 풍성한 삶을 삽니다”


글은 감동을 전하고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유는 글이 품고 있는 힘 때문이에요. 글 속에는 글 쓴 사람의 진심, 간절함, 가치 등 온갖 소중한 것들이 담겨있거든요. 글 쓰는 사람은 같은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바라봐요. 덕분에 남들은 보지 못하던 본질을 찾아내고,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죠. 깊은 생각과 통찰로 찾아낸 본질과 가치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런 삶을 아이가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에게 글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세요. 글쓰기의 시작은 아이 인생을 BC와 AD로 구분하는 변곡점이 될 겁니다.



글쓰기는 단지 공부를 위한 도구가 아니에요. 세상과 소통하는 의미 있는 정신활동이 글쓰기입니다. 마음에 살아있는 영감과 생각을 글의 형태로 정리해서 타인과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신활동이 아이에게 습관이 되면 아이 삶은 훨씬 아름답고 풍성해집니다. 글 쓰는 즐거움을 아이가 알게 하는 건 꾸준히 건넨 엄마의 말이에요. 글이란 무엇인지, 왜 글을 쓰는지, 글을 썼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말들입니다. 글쓰기의 본질을 마음에 새긴 아이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꼭 글을 쓰고 싶어 할거예요.


가랑비에 옷이 젖듯, 글쓰기를 제안하는 엄마의 말은 아이 마음에 한 방울씩 스며듭니다. 어떤 말로써 아이 마음에 글쓰기가 스며들게 할까요? 놀이처럼 함께 시를 지어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아이의 일상을 기록하듯 써도 되고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써도 좋습니다.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시도하되, 아이에게 꼭 들려줘야 할 말이 있어요. 이 말은 아이를 깊은 생각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안내하는 지표가 될 겁니다. 덕분에 아이는 세상을 훨씬 흥미롭게 살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마음에 담게 할 엄마의 말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글쓰기’를 전하는 엄마의 말 첫째,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본질과 가치를 찾아볼래?”입니다. ‘본질’은 평범해 보이는 대상이나 개념이 품고 있는 속성입니다. ‘가치’는 이런 평범한 대상이나 개념이 지닌 영향력이에요. 남들이 정의 내린 본질과 가치에서 벗어나서 자기만의 언어로 다시 정의를 내리는 거죠. 남들은 보지 못한 걸 찾고자 하는 간절함은 깊은 생각으로 이끕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자신도 몰랐던 몰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먼저 해야 할까요? ‘사랑’ 속에 녹아있는 본질과 가치를 먼저 찾는 겁니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본질은 뭘까? 남들이 말하는 사랑의 본질 말고 네가 정의 내리고 싶은 본질을 찾아볼래? 사랑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도 생각해 봐. 가치란 영향력이야. 사랑이 어떤 영향력을 지녔는지를 찾는 거지” 본질과 가치를 찾도록 이끄는 엄마의 말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 여정으로 아이 생각을 이끌어 줍니다.



평범함 속에서 색다른 본질을 찾고 가치를 정하는 건 같은 대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아무도 발견치 못한 새로운 관점 하나를 찾는 거죠. 남들이 알고 있던 관점 외에 자기가 발견한 새로운 관점으로 글을 쓴다면 얼마나 창의적인 글이 나올까요? 창의적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건 예술가가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현실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예술작품처럼 글 또한 많은 인내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탄생하는 감동의 열매이니까요.



모든 대상이나 개념은 한 가지 본질과 가치만을 가진 건 아닙니다. 어떤 각도로 관찰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본질과 가치를 찾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미 정해놓은 관점을 아이가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세상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니까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힘은 본질을 찾고 가치를 정하는 ‘생각의 힘’입니다. 글쓰기는 이런 ‘생각의 힘’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일상 속 훈련이에요.



본질과 가치를 찾아 글로 표현하도록 하고 싶다면, 이런 말로 아이에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본질을 찾는다는 건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아. 즉,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하나씩 발견하는 거지. 아주 평범한 대상조차도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본질을 품고 있어. 그걸 찾아내면, 너만의 지식이 돼. 지식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과 같아”



“보물을 발견했을 때, 그 보물이 누군가의 눈에는 쓸모 있게 보이고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쓸모없게 보일 수 있어. 이런 ‘쓸모’를 가치라고 말해. 즉, 보물이 품고 있는 영향력이 ‘가치’인 거야. ‘가치’를 발견하는 눈은 모두 달라. 너만의 관점으로 너만의 가치를 발견해 볼래?”



“본질과 가치를 생각했으면, 네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자. 글 쓰는 과정에서 머릿속 생각들이 다듬어지고 정돈이 돼서 더 정확한 지식의 형태를 갖추게 되거든. 잘 정돈된 지식은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지식이 될 수 있어. 이런 글이 모여서 책이 되기도 하지”



평범한 개념을 다른 관점으로 탐구하면 자기만의 본질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창의력이라고 하죠. 자기만의 본질과 가치를 탐구케 하는 말은 이렇게 해볼 수 있어요.



“신뢰는 뭘까? 넌 어떤 친구를 신뢰해? 힘들 때 힘이 되고, 아플 때 위로하고, 불안할 때 응원하는 친구지. 불안하고 힘든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것도 신뢰라고 할 수 있겠네. 그러니 안전하게 지키는 힘도 신뢰의 본질이 될 수 있어. 이렇게 너만의 본질을 찾는 거야”



“예절이 뭐라고 생각해? ‘서로 존중하는 것’, ‘타인의 입장이 되는 것’,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 이런 게 예절일 거야. 네 생각은 어때?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고 글로 써볼래? 이런 습관이 모여서 네 생각의 크기는 점점 크고 깊어질 거야”



“평범함 속에서 자기만의 본질과 가치를 찾는 습관은 널 지혜로운 생각으로 이끌어 줘. 네 안에 떠도는 지혜로움을 잘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면, 그 글은 가치 있는 지식이 돼. 남에게 도움을 주는 지식 말이야. 네가 찾은 지식이 누군가를 돕다니 얼마나 보람될까?”



세상에는 지식이 넘칩니다. 수많은 지식 속에서 진짜와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은 중요해요. 더 잘살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 지식을 파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죠. 본질을 알고 가치를 스스로 찾는 사람은 이런 가짜 지식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남들이 전하는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거죠. 소중한 우리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남의 지식에 의존하는 삶 대신 자신이 발견한 지식을 전하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나요? 평범한 대상 속에서 자기만의 관점으로 본질과 가치를 찾게 해 주세요. 그런 일상의 습관이 모여서 아이 삶은 상상하지 못할 보람으로 채워질 겁니다.



둘째, 은유적 표현이 가진 힘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은유란 상징적인 표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말은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검이다. 몇 마디 말로 칼에 베인 것 같은 큰 상처를 마음에 남기니까” 이 문장처럼 ‘말=검’ 이런 표현이 은유에요. 은유는 마음을 사로잡고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엄마가 전하는 간절한 말에 은유를 입히면 아이 마음을 움직이죠. 아이에게도 은유가 가진 힘을 알려주세요. 은유를 알면, 글쓰기는 물론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말=검’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 덕에 ‘날카로운 검’을 쉽게 떠올리면서 ‘말조심’을 다짐하죠. 이처럼 은유는 상징하는 대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은유의 역할이에요. 은유를 잘 활용한다는 건 상대방이 마음의 눈으로 뭔가를 보게 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은유의 힘을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요?



“감동을 전하는 글,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는 비밀이 숨어있어. 바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거야. 은유는 어떤 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야. 상징적 표현이란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상대방이 상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는 걸 말해”



“만약 네 감정이 얼마나 기쁜지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면, ‘즐거워’ ‘기뻐’ 이런 말보다는 ‘지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야’라고 말하는 거지. ‘구름 위를 걷는다’라는 표현을 듣자마자 엄마는 네가 얼마나 기쁜지 상상할 수 있거든. ‘기쁨의 감정=구름 위를 걷는 것’ 이런 게 은유야”



“네 감정이 절망적일 정도로 힘들 때, ‘짜증 나’ ‘미치겠어’ 이런 말 대신 다른 은유로 표현할 수 있어. ‘깜깜하고 축축한 동굴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된 기분이야’라고 표현한다면 네 감정이 어떤지 단번에 상상할 수 있어. ‘짜증 나는 너=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되는 게 은유야”



“은유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하는 마법이야. 은유적 표현을 들을 때, 우린 실제 보이는 것처럼 상상하니까. 설득하는 힘의 비밀이 뭔지 아니? 상대가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하는 것, 즉 상상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거야. 은유를 잘 사용하면 세상을 이끄는 리더도 될 수 있어”



은유를 가장 잘 연습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겁니다. 글이 가지고 있는 귀한 의미를 아이에게 들려주면서 글쓰기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아이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글은 자신과 나누는 대화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처럼, 네가 쓴 글을 통해서 너의 숨은 생각을 확인할 수 있어. 네 안에 숨어있는 생각이 뭔지 글로 확인해볼까?”



“글은 예술작품이야. 예술가는 돌을 조각하고 붓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지만, 우린 글을 통해 내면 세상을 표현할 수 있어. 네 작품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지식이 되고 때때로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야? 네 안에 숨어있는 글을 엄마와 함께 꺼내볼까?”



“사람 마음에는 수많은 영감과 이야기들이 모여 있어. 안타까운 건 이 영감과 이야기는 단 몇 분, 몇 초만 지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하루살이처럼 태어나자마자 금방 죽어버리는 거지. 네 생각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글로 써보면 어떨까?”



은유는 상징하는 대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한다고 했죠.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건 상대방이 상상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은유적 표현을 듣는 순간 우리는 그 상징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머릿속 상상은 감정에도 영향을 줘요. 한순간 만들어진 상상이 아름다운 장면이면 기쁨이 넘치지만, 거칠고 험난한 장면이면 고통을 느끼죠. 이 때문에 평소에 어떤 은유를 자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감정은 물론 삶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마음에 품고 있는 작은 세상을 현실 세계에 “짠~”하고 선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품었던 작은 세상 속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어요. 아이 내면을 풍성하게 채웠던 귀한 생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도록 지도해주세요. 아이가 상상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엄마의 언어로요.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간절함을 담은 엄마의 말 한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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