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을 성장시키는 엄마의 말, 존중
“아이 마음을 존중하는 엄마의 말은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하는 겁니다”
‘존중’의 다른 이름은 ‘바라봄’입니다. 작고 사소해서 잘 보이지 않는 걸 보려고 애쓰는 마음이 존중이죠. ‘존중(respect)’은 ‘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저절로 보이는 걸 ‘보다’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보이다’라고 하죠. 존중의 마음은 상대가 품은 속마음이 어떤지 알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상대가 감히 드러내지 못한 진심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게 존중을 품은 ‘바라봄’이에요. 엄마는 이런 존중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한 아이를 소개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말을 매우 늦게 시작했습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없어서 학교 선생님은 아이를 비난하기 일쑤였죠. 초등시절에는 지적장애가 의심될 정도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학습에 적응할 수 없어 퇴학을 당했어요. 한번 실패하고 겨우 들어간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뛰어난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사회적 시선으로 보이는 모습은요. 이 아이가 누군지 아세요? 바로 독일의 유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입니다.
어린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수법이 맞지 않는 아이였어요. 탐구보다는 암기를 중시하고 다양한 교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인정받는 ‘학교식 배움’에 아인슈타인은 적응할 수 없는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이런 특별함을 알아차리고 다른 방식의 배움을 선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찰과 고민이 있었을까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존중이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했고 아이에게 필요한 ‘특별한 배움’을 선사할 수 있었습니다. 존중으로 찾아낸 ‘특별한 배움’은 아이 내면에서 요동치고 있던 천재를 불러낸 기적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존중’이 얼마나 귀한 의미를 담은 언어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존중’은 말 그대로 존재를 귀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란 꽁꽁 숨겨져 있는 내면 모습을 바라보는 겁니다. 아이가 품고 있는 간절한 소망, 특별한 관심사, 일순간 느낀 좌절과 두려움, 당혹감 같은 것이 아이 내면에 있는 모습들이에요. 엄마는 아이의 숨은 내면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를 가장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존중의 시선으로 아이 내면을 보려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중을 품은 엄마의 말,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아이 마음에 공감하는 겁니다. 공감은 상대가 느끼고 있는 마음을 알아보는 겁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화가 났는지’, ‘얼마나 속상한지’를 알고 함께 그 감정을 느끼려는 마음이 공감이에요. 공감은 ‘empathy’입니다. 말 그대로 상대방 마음 ‘안으로’(em) 들어가서 ‘감정’(path)을 느낀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속상한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것보다 더 큰 존중이 어디 있을까요?
‘공감’은 존중에서 탄생합니다. 공감은 ‘넌 참 귀한 존재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아이 마음에 늘 공감하면 좋지만, 존중으로써의 공감이 특히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화나는 순간, 두렵고 불안한 순간, 절망적인 순간처럼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견디기 힘들 때입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그 마음을 잡아주는 건 상대를 위한답시고 건네는 조언이나 해결책 제시가 아니에요.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 마음속에 들어와서 함께 견뎌주는 겁니다.
엄마에게 사소한 일들이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가령,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친구와 더 자주 어울리는 경우처럼요. 엄마는 아이에게 별일 아닌 듯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가 그 애 하나밖에 없니? 너도 다른 친구랑 어울리면 되잖아?” “괜찮아. 그러다가 다시 친해질 거야” 이 말은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런 일로 상처받니? 어차피 시간 지나면 별일 아닐 텐데’ 이 메시지는 무거웠던 아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엄마에겐 사소한 일도 아이에겐 힘든 경험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힘듦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 무게가 무거워 혼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친구 관계 때문에 고통스러운 아이에게 “사람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해. 그래야 강한 어른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는 스스로 이겨내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 무게는 더 무거워집니다. 아이를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에서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건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이에요. “네 마음이 참 힘들겠다. 엄마가 너였어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같은 공감의 말이요.
공감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마음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면 이제 그 상처가 나을 수 있도록 약을 발라야죠. 마음 상처에 딱지가 앉고 딱지 있던 자리에 새살이 돋게 하는 약은 진심을 담은 ‘응원’이에요. 존중을 품은 엄마의 말 둘째는 응원입니다. 한순간 건넨 한마디 응원은 한 발짝 내딛는 힘이 되지만, 그 힘이 모여 더욱 먼 인생길을 걸어갈 힘이 생기죠. 갈 길이 먼 아이 인생에 얼마나 많은 고난이 숨어있을까요? 고난을 만날 때마다 헤쳐나갈 힘을 주는 건 오랜 시간 아이 마음에 쌓인 엄마의 응원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응원의 말, 이제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힘내” “괜찮아”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널 믿어” 대표적인 응원의 말입니다. 희망적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하려고 엄마는 말했지만 아이 마음엔 와닿지 않을 때가 있을 거예요. 마음이 힘들고 괜찮지 않을 땐 “힘내” “괜찮아”라는 말이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습니다. 죽도록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참혹하다면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거야” “널 믿어”라는 말이 상처나 부담이 되기도 하죠.
몇 마디 말로 아이 마음을 치유할 수 없다면, 말없이 작은 어깨를 감싸주세요. 따뜻한 포옹, 토닥이는 손길도 아이에게 힘을 주는 응원이 됩니다. 응원 방법에 정해진 건 없지만 꼭 지켜야 할 게 있습니다. 응원은 엄마 진심과 일치해야 합니다. 가령, 엄마의 마음에서 ‘그래도 이왕이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면 좋겠는데’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면 “괜찮아. 성적 좀 안 나오면 어때? 충분히 노력했잖아. 노력이 결과보다 더 가치 있는 거야”라는 말은 아이에게 결코 응원이 될 수 없어요. 응원과 거짓말을 아이는 정확히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응원은 ‘Cheer up’입니다. ‘Cheer’는 ‘얼굴에 드러나 보이는 마음’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엄마의 응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려면, 엄마의 진심이 응원 속에 담겨있어야 합니다. 엄마가 품고 있는 가장 큰 진심은 아이를 향한 사랑입니다.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게 엄마의 가장 큰 진심이에요. 아이를 응원할 땐 사랑으로 가득 찬 진심을 전해주세요. ‘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엄만 그런 널 언제나 존중하고 싶어’ 응원 속에 이 마음을 전하면 됩니다.
흔한 일상에서 엄마의 존중이 아이에게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존중을 담은 ‘공감’과 ‘응원’이 아이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흔한 일상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일상, 열심히 준비한 중간고사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입니다. 노력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이 마음은 지옥일 거예요. ‘매일 새벽까지 잠 못 자고 죽도록 공부했는데 고작 이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거야. 화나 미칠 것 같아’ 이런 마음으로 아이가 분노 섞인 행동을 하거나 소리 지르며 울부짖기도 합니다. 이 순간 엄마는 아이에게 바른말을 하고 싶을 거예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건 옳지 않아” “다음에 잘 하면 돼지” 이런 식의 말은 효과가 없습니다.
힘든 경험 때문에 흐느끼고 있는 아이 마음에 공감하면서, 진심이 담긴 응원을 들려주세요.
“지금 네 마음이 얼마나 허탈하고 아플까? 노력했는데, 기대가 꺾이면 마음이 무척 힘들 거야. 네 노력의 가치를 몽땅 부정당한 그런 기분도 들고. 화나고 분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해. 네 아픔을 엄마가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속상하구나”(공감)
“한 가지만 기억해줄래? 매 순간 노력하던 네 모습은 그야말로 환한 빛이었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분노하고 있는 지금의 너 역시도 엄마 눈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환한 빛이야. 밝음 속에서든 어둠 속에서든 빛은 언제나 환하잖아. 넌 엄마에게 그런 빛 같은 존재야”(응원)
“노력한 걸 얻지 못할 때 억울하고 속상한 건 당연해. 힘들면 울고, 화나면 소리 질러도 괜찮아. 대신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는 그런 네 모습을 돌아보며 스스로 위로해줄래? 그게 자기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이거든. 네가 소중하듯 네 안에 있는 감정도 소중하단다”(응원)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력이 곧 결과가 될 수 없다는 걸 아이들은 학창시절에 이미 경험하고 있어요. 마음은 아프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진리 중 하나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전할 존중은 지혜로운 삶에 꼭 필요한 진리를 아이가 배우도록 ‘응원’하는 겁니다. 진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는다면 그 아픔에 공감하면서요. 이런 게 아이를 향한 엄마의 존중입니다.
두 번째 일상, 성장 과정에서 아이가 감정 기복을 심하게 경험할 때입니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하죠. 혼자 있길 원하고 걱정스레 건네는 엄마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여깁니다. 어쩌다 건넨 한마디에 아이가 버럭 화내서 집안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도 있을 거예요.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난감합니다. 타인에게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건 옳지 못하니 아이에게 바른말을 해주고 싶을 거예요.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조언을 조심스레 합니다.
“왜 이렇게 멋대로니? 네가 사춘기라지만, 사람은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해. 화난다고 함부로 화내면 안 돼. 지금은 네가 어려서 가족들이 이해해주지만,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는 문제가 될 거야. 가족 아닌 사람들은 널 너그럽게 이해하지 않아”
“‘화’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잘 되고 서로를 다치게 만들어. ‘화’라는 감정이 가족은 물론 너에게도 상처를 주잖아. 서로를 위해 조금만 노력하자. 화가 나더라도 3분만 참아봐. 진심으로 널 위해서 말하는 거야”
엄마는 사랑하는 아이가 바르게 자라길 원합니다. 무난한 성격에 자기 일을 척척 해내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아이는 없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 마음은 화산과도 같습니다. 불안, 두려움, 화, 분노 같은 온갖 감정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끓고 있어요. 이 마음 때문에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요? ‘제발 좀 혼자 내버려 두면 좋겠어. 나도 지금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힘든데, 엄마는 왜 자꾸 날 건드리는 거야? 짜증 나 미치겠어. 이런 내가 나도 싫다’ 아이는 이렇게 홀로 속삭입니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감정’입니다. 마음속 감정이 펄펄 끓어오르는 불덩이라면, 논리적 조언이나 올바른 규칙을 전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에요. 부드러운 음성이라도, 변화를 강요하면 아이는 듣지 않습니다. 감정이 불안정한 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엄마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존중은 이걸 알아주는 겁니다.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니 힘들겠다. 지금 넌 화내는 게 아니라 아픔을 표현하는 거구나’
아이 감정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런 말로 공감과 응원을 들려주세요.
“마음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 같아 힘들지? 하루에 수십 번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 때문에 속상할 거야. 그 작은 마음에 힘든 감정들을 가득 안고 있는데, 사소한 일에 화나는 건 당연해. 엄마가 너였어도 똑같았을 거야”(공감)
“감정은 자연과 같아. 맑고 화창한 날이 있는가 하면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도 있잖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후엔 예쁜 무지개를 보기도 하고. 우리 감정도 이와 같아. 그러니 네 감정이 무엇이든 ‘아~ 내 감정이 이렇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응원)
“감정이 힘들 때, 네가 못난 사람 같고 미안함과 죄책감 등이 생길지도 몰라. 그런 순간에 꼭 기억할 게 있어. 마음속 고통은 모든 사람이 겪는 성장통이라는 거. 고통을 견뎌낸 사람에겐 성장이라는 선물이 따라와. 마음이 힘들 때마다 네 정신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응원)
불쑥 화가 치밀 때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아이 마음은 안정됩니다. 온갖 감정들이 마음을 뒤흔들 때 ‘아~내 마음이 퍽 좋은 상태는 아니네. 하지만 이 또한 곧 지나가겠지’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면, 아이 정신은 한층 성장하게 될 거예요. 마음을 알아주는 것, 설사 그 마음이 두려움, 분노, 좌절이라도 아이에게 소중한 감정들임을 알려주는 게 엄마가 전하는 공감과 응원입니다.
세상이 규정하고 있는 ‘올바름’을 아이에게 잘 전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에요. 아이가 공부 잘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것도 엄마 바람이죠. 자기 꿈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하게 사는 아이를 보는 게 엄마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이토록 많은 바람을 가지는 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마음 중에서 엄마의 가장 큰 진심은 바로 이겁니다. ‘널 사랑해’ ‘넌 소중한 존재야’ ‘엄만 그런 널 존중한단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자신을 멋진 사람으로 훈련 시킬 트레이너가 아닙니다. 마음을 알아주고 힘들 땐 따뜻하게 안아줄 온전한 내 편을 아이는 간절히 바란다는 걸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