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엄마의 말,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미 있게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평화를 무너뜨릴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바로 회색 신사들이에요. 회색 신사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여유로운 시간을 허튼일에 낭비하지 말고 저축하라고 부추깁니다. 마을 주민의 소중한 시간을 훔치기 위해서죠. 회색 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이제 바쁜 일상을 살아요. 시간이 주었던 의미 있는 순간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둑맞은 시간을 찾아주는 작은 꼬마 아가씨가 있었어요. 바로 모모입니다.
위 이야기는 미하엘 엔데 소설 『모모』입니다. 작은 소녀 모모가 마을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소설 속 이야기에서 ‘시간’은 사람들의 ‘삶’이었어요. 그냥 삶이 아니라 그들의 소망과 기쁨, 나눔과 보람이 묻어나는 소중한 삶이었죠.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세월이나 숫자가 아닙니다. 의미 있는 형태로 기억되는 소중한 순간들이 바로 시간이에요. 이 때문에 시간은 소중한 삶이 되는 겁니다. 아이가 자기 삶을 소중하게 대하길 바란다면, 먼저 시간이 주는 의미를 알려주면 됩니다.
오래전 읽었던 『어린 왕자』에서 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기억납니다. 왕자는 자신이 돌보았던 장미 이야기를 여우에게 들려줘요. 왕자의 장미는 까탈스럽고 깍쟁이였지만 그에겐 소중하고 특별한 장미였거든요. 여우는 왕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려. 하지만 넌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언제나 책임이 따르니까. 넌 네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 가슴 뭉클한 대화였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려면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 엄마와 아이 모두 기억해야 할 중요한 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시간 강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 강물에는 우리가 하는 수많은 활동이 둥둥 떠다녀요. 책 보는 시간, 자는 시간, 이야기하는 시간, 맛있는 것 먹는 시간, 영화 보는 시간, 심지어 숏츠나 유튜브를 즐기며 보내는 시간 등이요. 이 많은 활동 중에서 매 순간 건져 올린 것들을 하면서 우리는 시간을 보냅니다. 주로 건져 올린 시간 활동이 결국 우리 삶이 되게 하면서요. 살아온 시간, 살아갈 시간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홀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됩니다. 이 때문에 엄마는 시간의 가치를 아이에게 전해야 해요.
시간은 우리 삶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귀한 보물입니다.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전하는 엄마의 말,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시간이 흘러간 자리엔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남는다는 걸 전하는 겁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삶에 남겨지는 흔적은 다릅니다. 귀하고 소중한 것에 시간을 사용했다면 삶은 그런 순간들로 가득하겠죠. 반대로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을 쫓거나 무기력함에 빠져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인생은 쾌락과 무기력만 남을 거예요. 인생에 남겨질 흔적이 만족과 보람이 되려면 주어진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합니다.
시간을 쓰는 건 쇼핑과 같습니다. 재산이 무한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갖고 싶은 건 뭐든 삽니다. 반면, 재산이 많지 않음을 인식하는 사람은 꼭 필요한 것만 살 거예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한 것처럼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즐겁게 하는 건 뭐든 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아는 사람은 가장 소중한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낼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곧 후회할 걸 알기 때문입니다. 마음껏 쇼핑한 흔적이 후회 가득한 물건이라면, 마음껏 시간을 보낸 흔적은 후회 가득한 기억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에 남는 흔적이 달라진다는 걸 어떤 말로 전할까요?
“과거 기억들은 네가 시간을 사용했던 흔적들이야. 과거 모든 순간을 기억하진 않아. 좋았든 나빴든, 감정이 깃든 순간만 기억해. 네가 살아온 그런 기억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거야. 네가 원하는 인생이 있다면, 네 시간도 그 인생에 맞게 계획적으로 사용해야 해”
“과거 시간 중 특별히 가슴에 남아있는 순간을 ‘추억’이라고 해. 만약 네가 과거로 추억여행을 간다면, 어떤 순간일까? 네가 주로 시간을 보냈던 순간이 게임과 쇼츠를 즐겼던 순간이라면, 그 시간으로 추억여행을 가고 싶을까?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로 인생을 채울지, 기억에서 지웠거나 나쁜 기억으로 인생을 채울지는 네 선택이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선택”
“시간을 존중하며 살아간 사람은 보이지 않는 특별한 보상을 받아. 마음이 기쁨과 만족으로 채워지는 보상. 우릴 행복하게 하는 건 성공이나 부 같은 외부적 요소가 아니야. 작은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우릴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어. 기쁨과 만족의 감정은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했을 때 특별히 받는 귀한 선물이란다”
인생을 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전쟁하듯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고, 자포자기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여행하듯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전쟁하듯 사는 사람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늘 조급하고 바쁜 삶을 삽니다. 자포자기한 사람은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즐거움만 추구하며 살아요. 여행하듯 삶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좋은 추억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추억은 힘든 순간이 찾아들 때 자신을 위로해줄 아름다운 여행이 되기 때문이죠. 소중한 아이는 삶을 여행하듯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전하는 엄마의 말, 둘째는 시간을 사용한 후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전하는 겁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다녀요. 가령 시험을 앞둔 아이가 노느라 시간을 몽땅 흘려보냈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아이가 홀로 져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필요에 맞게 활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노력을 소홀히 했을 때, 아이가 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후회와 자책만큼이나 무거우니까요.
어제까지 살았던 삶의 흔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인생이 됩니다. 오늘을 살면서 남긴 삶의 흔적은 내일을 살아갈 우리 인생이 되죠. 어떤 삶의 흔적을 남기냐에 따라 우리가 짊어질 책임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아이에게 책임의 무게를 가르치는 게 어색하고 힘들 수 있어요. 처음 책임의 무게를 가르치는 엄마라면,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접근해도 괜찮습니다. 이런 말로 아이에게 시간에 대한 책임을 전하면 어떨까요?
“어제 배탈 나서 종일 배 아프고 설사했잖아. 그 고통을 엄마나 아빠가 대신해 줄 수 있을까? 네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고통이었어. 전날 네가 먹었던 매운 라면이 원인이었지만, 선택은 네가 한 거야. 사람은 자기 행동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할 순간이 있어. 이런 게 책임이야”
“중간고사가 2주 남았어. 2주라는 시간을 네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후에 겪게 될 모든 책임은 너 혼자 감당해야 해. 틀린 문제 오답 숙제도 혼자서 밤새 해야 하고. 미래 네가 져야 할 책임이 뭔지 생각한다면, 오늘 네가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좋아 보이는 물건은 몽땅 살 거야. 집에 그가 산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겠지. 어느 순간 자기 지갑이 텅 빈 걸 알게 되면 어떨까? 과거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할 거야. 시간을 쓰는 것도 쇼핑과 같아. 시간을 대가로 내고 원하는 행동을 하니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아무도 몰라. 시간의 마지막이 내일일지, 1년 후일지, 100년 후일지, 오직 신만 알아.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살지 않으면 좋겠구나.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후회가 없을 만큼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렴. 그게 자신을 지혜롭게 책임지는 방식이니”
지나온 시간 속엔 우리가 남긴 삶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 삶의 흔적은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결정하죠. 보람되고 기뻤던 삶의 흔적은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하지만, 후회로 얼룩진 흔적은 책임의 무게를 훨씬 무겁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시간 속에는 삶을 더욱 값진 것으로 채워야 할 책임도 함께 녹아있어요. 아이 인생이 헛되지 않게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세요. 시간을 현명하게 지킨 덕분에 아이 삶이 후회 없이 완성될 수 있도록요.
시간의 소중함을 전하는 엄마의 말, 셋째는 생명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삶의 한 부분임을 생각하도록 전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엄마가 있을 거예요. “아직 어린데, 굳이 애가 죽음을 알아야 하나요? 죽음이 무슨 교육이 된다고?” 우린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죽음을 부정적으로 여기니까요. 죽음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고통’ ‘슬픔’ ‘마지막’ ‘두려움’ 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음이 품고 있는 다른 가치도 있습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안목을 선물합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면해 왔던 귀한 가치를 아이에게 전하는 게 엄마의 교육입니다. 모든 생명은 언젠가 죽습니다. 이 사실을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달라요.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심지어 ‘나의 죽음’이 삶의 일부임을 가슴으로 느끼는 아이는 ‘소중함’이 무언지를 배웁니다. 마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의미 있는 순간도 알아볼 거에요. 자기 시간이 유한한 걸 아는 아이는 삶을 더욱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죽음을 전하면 좋을까요? 죽음은 우릴 두렵게 하는 사건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순간임을 알려주세요.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폰,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스티브 잡스야.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고 없지만, 떠나기 전에 남긴 멋진 말이 있어. ‘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한다는 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도구였다’라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그 시간을 헛되게 쓸 수 없으니까”
“죽음을 많이 접하는 직업 중 하나는 의사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라는 의사는 죽어가는 환자들과 나눈 대화를 책으로 남겼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한 게 뭔지 아니? 소중한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 죽음이 목전에 왔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게 뭔지 깨닫게 된다는 거야”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 죽음은 두려운 사건이 아니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헤아리는 기준이 죽음이란다. 시간을 헤아리는 사람은 남은 삶을 더욱 소중한 것들로 채우며 살아가. 이런 게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란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 끝에 마침표를 찍는 게 죽음이니까요. 살아온 시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을 정리할 여유 없이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도 때때로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삶을 정리해야 할까요? 오늘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사는 거예요. 후회 없는 하루를 계획하면서요. 우리는 삶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것이 오늘 하루가 가장 귀한 이유입니다. 주어진 하루 동안 가장 보람된 시간을 살아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아이에게도 전해주세요.
시간이 흘러간 자리엔 흔적이 남습니다. 소중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보람과 기쁨이 남겠지만, 아무렇게나 시간이 흘러가게 내버려 뒀다면 허무와 후회가 남을 거예요. ‘젊음’이 얼마나 귀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서서히 끝나감을 아는 사람이 시간의 가치를 가장 잘 압니다. 삶의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걸 안다면, 감히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에 시간을 쓰며 자신의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싶을 테니까요.
아이는 시간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해요. 자기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 어쩌면 자기 생각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건 시간의 본질을 전한 엄마의 말입니다. “시간은 우리가 살아갈 삶의 흔적이야” “사람은 저마다 인생에 남긴 흔적을 책임져야 한단다” “만약, 남은 시간이 3년이라면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까?” 오늘 하루는 신이 주신 귀한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아이에게 꼭 한번 물어봐 주세요. 시간의 의미를 아이 스스로 생각하도록요.
시간에 대한 지혜를 더 빨리 전할수록 아이가 지게 될 책임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성장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습니다. 다만 그 지혜가 아직 발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아이가 간직한 지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내게 하는 건 엄마가 전하는 진리의 말입니다. 사랑 속에서 오래 생각하고 고민해서 다듬어 놓은 한 문장이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진리임을 꼭 기억해주세요.